배우 박해준과 문소리 아이유 박보검(왼쪽부터)이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이 두 인물의 일대기를 담은 다채로운 사계절로 안방극장에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울림을 안긴다. 이를 통해 이들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건 '지난 시대를 살아온 이들도 앞으로 살아갈 이들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제작발표회가 5일 오전 콘래드 서울 호텔 3층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원석 감독을 비롯해 배우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이 참석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아이유, 문소리 분)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넷플릭스 시리즈다.

작품은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애순과 관식, 그들의 순수했던 10대 시절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 인생이 던진 숙제와 맞부딪히며 세월을 겪어 낸 중장년 시절까지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다채롭게 그린다. 뿐만 아니라 1960년대부터 2025년까지, 그 시대를 살아냈던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이는 작품의 기획 의도와 맞닿는 지점이다. 김원석 감독은 "조부모와 부모에 대한 헌사와 자녀 세대에 대한 응원가로 기획된 작품이다. 세대간과 성별간 보이지 않는 벽이 허물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아이유(왼쪽)와 배우 박보검이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배우들은 임상춘 작가의 대본과 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의 합작이라는 점에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 감독과 '나의 아저씨' 이후 두 번째 호흡을 맞추게 된 아이유는 "임 작가님은 평상시에도 팬이었던 터라 제안을 받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다. 읽고 나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보검은 "전역 후 촬영에 들어가게 됐는데, 애순이와 관식이가 그려내는 사계절이 귀엽고 예뻐서 계속 맴돌았다. 훗날 이 작품을 가족들과 본다면 출연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또한 팬들도 좋아할 만한 작품인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전했다.

문소리는 "김 감독님과 임 작가님의 전작들을 너무 좋아했다. 때문에 그분들의 작품이 내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기뻤다"며 "처음 대본을 받고 넘길 때마다 울었다. 대본만 보고 흘린 눈물의 양은 데뷔 이래 가장 많았다. 이렇게 울었으면 해야지 싶었다"고 밝혔다.

박해준은 "감독님과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가 아닌데 갑자기 연락이 와서 스케줄을 물어보더라. 작가님의 대본까지 보고 나니 며칠 동안 설렜다"며 "혹시 변경돼 내 캐스팅이 취소될까 봐 걱정도 됐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박해준(왼쪽)과 문소리가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아이유가 엄마가 피난 온 제주에서 태어난 꿈 많은 문학소녀 오애순 역으로 분한다.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자신의 꿈을 위해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육지로 떠나고 싶어 한다.

아이유는 애순에 관해 "눈물도 웃음도 꿈도 반항심도 모든 게 많은 친구다. 사실상 가진 건 없지만 마음의 곳간만큼은 꽉 채운 아이라고 해석했다"고 소개했다.

박보검은 운동도 장사도 어떤 힘든 것도 군소리 없이 해내는 양관식을 연기한다. 무쇠처럼 우직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투박하고 서툴러 쩔쩔매면서도 애순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믿음 하나로 용감하게 삶과 맞선다.

이에 박보검은 "관식이는 모든 사람은 귀하다는 걸 알고 있는 순수한 인물"이라며 "관식이의 여행의 나침판은 애순이다. 애순이 시선이 닿는 곳마다 꽃을 심는 '최고의 사랑 농사꾼'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문소리가 중장년의 오애순을 연기한다. 한때 시인을 꿈꾸던 새침데기 문학소녀가 좌판에서 오징어를 파는 씩씩한 엄마가 됐다. 파란만장한 나날들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청춘은 지나가 버렸지만,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치여 잊고 살았던 시인이라는 꿈이 자꾸만 떠오른다.

문소리는 어린 애순 역을 아이유가 한다는 소식을 듣고 잠시 당황했단다. 그는 "출연을 너무 하고 싶었으나 아이유의 장년 시절을 내가 해야 한다고 하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고 곤란하지 않을까 싶었다. 덜컥 겁이 나 주춤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스태프들이 도와주고 감독님이 연결해 줄 것이란 믿음으로 노력했다"고 전했다.

박해준은 중장년의 양관식을 맡았다. 세상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어떤 궃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제주에서 배를 타며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었던 무쇠 가장이다.

이에 박해준은 양관식에 관해 "성실하고 근면하고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박보검의 '사랑 농사꾼'을 의식해 "그렇다면 난 '사랑의 어부'라고 표현하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원석 감독과 배우 박해준, 문소리, 박보검, 아이유(왼쪽부터)가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특이한 건 두 커플 모두 실제 과거부터 이어온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현장의 호흡도 좋았다. 아이유는 "저희가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고 10대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며 "그래서인지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인데도 첫 촬영부터 어색하지도 않고, 애순이와 관식이처럼 예전부터 관계를 이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연기에 대한 질문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다"고 밝혔다.

박보검은 뭉클했단다. 그는 "10대 때 광고 현장에서 처음 만나고, 20대 때 특별출연으로 잠깐 호흡을 맞추고, 30대 때 정식으로 만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맞춰가는 것이 귀하더라"고 돌이켰다.

문소리와 박해준은 오래전 한 극단에서 같이 있었던 바 있다. 이에 박해준은 "극단 당시 문소리 선배는 정말 위대해서 쳐다도 못 보는 선배님이었다. 그렇게 알고 지냈지만 같이 작업할 기회는 없었다"며 "이번에 함께하며 선배님께 '제가 이 정도로 컸습니다'라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기대도 컸다"고 전했다. 또한 "때때로 선배님께 농담을 하면 억지로 웃어주시는데 비참하면서도 좋았다"고 덧붙여 또 한 번 웃음을 안겼다.

작품이 장소는 제주도, 시대는 1960년대부터 배경을 시작하는 만큼 '제주 4.3 사건'을 다루지 않을까라는 추측도 제기됐다. 이에 김 감독은 "60년대부터 시작해서 시기적으로는 4.3 사건이 끝난 후다. 때문에 4.3 사건은 일절 등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물론 시대적 아픔을 지니고 살긴 하겠지만 작품에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저 제주도로 온 각지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설정에 집중해 달라"고 전했다.

또한 작품은 무려 6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존재했다. 이에 김 감독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건 사실"이라면서도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것 같은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다고 하면 시청자들이 걱정의 목소리를 낸다. 때문에 홍보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를 많이 쓰는 감독으로서 제작비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아이유(왼쪽)와 배우 박보검이 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폭싹 속았수다'는 지금까지의 넷플릭스 작품들과는 다르게 총 16부작을 4부작씩 4주에 걸쳐 공개한다. 이러한 특별한 공개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김 감독은 "많은 분들이 요새 몰아보기로 작품을 보는데 우리 드라마는 16부작이라 좀 긴 감이 있다. 또한 시청자들이 기본 속도로 보는 게 아니라 배속을 돌리더라. 그렇게 봐서는 우리 작품의 정서를 느낄 수가 없다. 앞을 정성스럽게 봐야 뒤를 볼 수 있다"며 "그래서 인생 사계절을 나눈 만큼 네 번에 나눠 본다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인사에서도 김 감독은 "꼭 천천히 끝까지 봐주길 바란다. 엔딩 후에도 작가님이 넣은 선물이 있으니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차곡차곡 봐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박해준은 "다른 드라마랑은 다르게 한 주에 4개씩 올라가는데, 한 인물의 60~70년 일생을 한 달간 볼 수 있는 거지 않나. 신기한 기회를 재밌게 즐겨 달라"고 말했다.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여러분도 따뜻한 봄이 되길 바라고 예쁜 꽃을 피우길 바라겠다"고 덧붙였다.

'폭싹 속았수다'는 오는 7일 오후 5시 첫 공개를 시작으로 4주에 걸쳐 총 16부작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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