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한 시간의 인터뷰를 마친 기자가 배우 신수현에게 마지막 인사와 함께 건넨 한마디가 있다. "다음 작품 때도 꼭 인터뷰해야 해요."
한정된 시간의 대화 속에서 한 사람을 그것도 배우를 얼마나 알 수 있겠나 싶지만 때로는 투명할 정도로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있곤 하다. 오랜만에 그런 배우를 만났다. 그리고 빠르게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싶고 기대하게 만드는 배우 신수현과의 대화였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극본 엄선호·오보현, 연출 이장훈·유범상)은 사전 홍보 행사가 없었던 터라 무언가 베일에 감춰진 이미지였다. 작품은 매력적이고 재밌는데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면면은 잘 알지를 못하니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스타트를 끊은 건 신수현이었다. 종영 인터뷰를 고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결정을 내리고 빠르게 일정을 잡은 뒤 진행까지 일사천리였다. 드디어 베일을 한 꺼풀 벗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준비하는 기자 역시 한껏 들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를 찾은 신수현은 사무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씩씩하게 인사를 건넸다. 처음에는 낯선 공간에서의 어색함이 살짝씩 묻어나는 그저 신인 배우였다.
5분이 지났을까. '출연 과정'을 묻는 질문 한 마디에 20줄이 넘는 답변을 들려준다. 오디션 스토리는 물론이고 신수현이 평소 웹툰을 즐기는지 아닌지, 친구들과의 관계는 어떤지까지 알 수 있는 일대기가 담긴 내용이었다.
기자로서는 최고의 인터뷰이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때로는 차분하게 때로는 신이 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한 시간 내내 신수현이라는 사람 자체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를 끝난 뒤 "제가 너무 수다를 떨고 가는 기분이에요"라며 민망해하는 신수현에게 부족하다며 꼭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작품으로 인터뷰를 한 번 더 해 달라는 부탁이 절로 나온 이유였다.
지난달 23일 첫 공개된 '스터디그룹'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린 윤가민(황민현 분)이 최악의 꼴통 학교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코믹 고교 액션물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먼치킨(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단어)' 주인공을 앞세워 유쾌 통쾌함을 선사하며 지난 20일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사실 '스터디그룹'이 초반부터 큰 기대를 모은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황민현과 한지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다. 물론 지난해 '피라미드 게임'으로 신예들의 반란을 보여줬던 티빙이기에 올해 역시 '기대 못 한 곳에서 터진다'는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원톱 주연' 배우인 황민현이 군백기(군대+공백기)로 인해 별다른 사전 홍보를 하지 못했으며 작품 또한 일반적인 제작발표회조차도 진행하지 못했다. OTT 특성상 앞선 작품의 인기나 시청층을 받을 수도 없으니 사실상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인 셈이었다.
그러나 웬걸. 뚜껑을 연 '스터디그룹'은 '피라미드 게임'과는 다른 결의 재미를 선사하며 또 다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2주 차 공개와 함께 티빙 주간 신규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는 미국, 브라질, 영국, 프랑스 등을 비롯한 총 147개국에서 주간 TOP5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피라미드 게임'과 마찬가지로 신예들의 활약이 있었다. 신수현 또한 제대로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극 중 신수현은 정의롭고 다정한 이지우 역을 맡았다. 겉은 차가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동생과 친구들을 누구보다 아끼는 반전 매력을 가진 인물이다.
평소 웹툰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라는 신수현은 지인의 제안으로 '스터디그룹' 공개 오디션을 알게 됐다. 이후 원작을 찾아본 신수현은 회사에 직접 부탁해 오디션을 잡았고 비대면부터 총 세 차례의 오디션을 거쳐 작품에 참여했다.
"저랑 똑같은 캐릭터가 있다고 해서 봤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이 역할은 무조건 내가 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비슷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액션과 걸크러시 역할을 해보고 싶었던 터라 꼭 함께하고 싶었어요.(웃음)"
이에 신수현은 나름 치밀한 전략도 짰다. 비대면 후 잡힌 1차 오디션에서 어떻게든 이지우의 모습을 각인시키기 위해 털털하고 거침없는 콘셉트를 잡고 임했다. 참고로 해당 오디션은 이지우 역과 최희원 역을 뽑는 자리였으며 대본은 캐릭터 이름을 가린 채 A와 B 지문 모두 리딩을 진행했다.
사실 신수현으로서는 지우가 아니라면 희원으로는 도저히 캐스팅이 안 될 것 같았단다. 이에 오로지 지우에게만 직진한 신수현이었다. 그러나 오디션이 끝난 후 너무 지우에게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의 간절함은 덜 보여준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이에 3차 오디션에 못 갈까 봐 간절하던 때 다행히 제작진은 신수현을 한 번 더 불렀다. 그렇게 신수현은 3차에서는 이지우가 아닌 신수현 그 자체를 여기에 더해 간절함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전략을 잘 짰다고요? 하하. 그때 머리가 유독 잘 돌아갔던 것 같아요. 평소에는 그런 능력이 없는데 그때는 그만큼 너무 간절했거든요. 지우는 자신보다 큰 덩치를 업어치기할 정도로 힘도 쓸 줄 알고 터프해요. 사실 현실 속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캐릭터죠. 때문에 쉽사리 납득시키기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이런 지우의 사이다 같은 특징들을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해 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더 간절하게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사실 교복을 입고 액션을 하는 장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수현은 앞서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으로 한 차례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총을 들긴 했지만 수준급의 액션을 소화한 건 아니었다. 데뷔 후부터 액션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던 신수현으로서는 계속해서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여자들이 쉽게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러다 보니 겁도 없고 거침없기도 했어요. 운동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몸 쓰는 것은 잘할 자신이 있다 보니 액션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스터디그룹'은 이러한 신수현의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켰다. 특히 원작도 드라마도 액션에 진심인 만큼 신수현 또한 원 없이 액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는 "웹툰도 워낙 인기가 많지 않나. 그 이유를 찾아봤다. 물론 우리 작품이 지닌 드라마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시원한 액션에 대한 이야기가 많더라"며 "그리고 그중에 액션을 하는 여성 캐릭터는 지유가 유일하지 않나. 때문에 더욱 액션에 초점을 맞췄다. 애매하게 했다가는 이도 저도 아닐 것 같아서 처음부터 액션으로 중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유도를 바탕으로 한 액션을 선보이는 지우를 연기하기 위해 액션 스쿨만 1년 3개월을 다녔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었다. 자세조차 나오지 않았다. 신수현은 "걱정이 많이 됐다. 극에서는 거구를 넘겨야 하는데 안 되니까 다급했다.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노력에 노력을 더할 수밖에. 일단 되든 안 되든 액션스쿨에 오래 있자는 일념만으로 매일 출석하고 가면 되도록 오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되긴 하더라. 신기했다"며 웃어 보였다.
"진짜 어렵거나 상대방까지 위험해지는 게 아니면 대역을 안 쓰려고 했어요. 저도 연습한 게 있는데 아깝잖아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죠. 업어치기나 공중돌기 등 80%는 제가 소화했어요."
신수현의 이지우가 또 호평을 받은 건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대사를 담담하게 표현해낸 톤이다. 이에 크게 웃음을 터뜨린 그는 "워낙 웹툰이 원작이다 보니 현실적이지 못한 대사들이 많았다. 특히 내 대사는 유독 그랬다"며 "난 오히려 똑같이 하려고 웹툰을 많이 봤다. 대신 가볍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시도를 다 해봤다. '까꿍이다' '안경또라이' 등 대사 자체가 힘이 있다 보니 나도 힘을 넣으면 오히려 연기력 논란이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스터디그룹'은 황민현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예 배우인 만큼 다소 우려도 있었다. 배우들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이에 신수현은 "저희는 그냥 (황)민현 오빠만 믿었다. 오빠의 어깨에 앉아 있으니 우리끼리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우려는 없었지만 '우리에겐 민현오빠가 있잖아'라면서 서로 위안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스터디그룹'으로 2025년을 기분 좋게 시작한 신수현의 당찬 행보는 계속될 예정이다. 액션을 계속하는 건 물론이고 중국어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싶단다. 그리고 이토록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을 얻기 위해 채찍질보다는 넓은 시야를 갖겠다는 신수현이다.
"간절한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아요. 다만 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예를 들어 예전에는 조급함이 앞서 닥치는 대로 뭐든 계속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절 자꾸 채찍질 하게 되고 결국 지치더라고요. 지금은 삶의 모든 부분에 있어서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많은 걸 열어 두고 조급할 땐 차분히 가라앉는 법도 배우면서 넓게 보려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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