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1등만 하면 된다?…'언더커버'로 본 인플루언서 예능의 한계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3.02 00:00 / 수정: 2025.03.02 00:00
방송 태도 논란으로 연일 시끌
출연자 검증이 더 중요해진 시대
ENA 예능프로그램 언더커버는 원곡을 재해석해 부르며 새로운 음악 트렌드로 자리 잡은 커버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을 그린다. /ENA
ENA 예능프로그램 '언더커버'는 원곡을 재해석해 부르며 새로운 음악 트렌드로 자리 잡은 커버 인플루언서들의 서바이벌을 그린다. /ENA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커버 인플루언서들만 모아놓은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커버'가 참가자들의 태도 논란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출연진의 실력보다는 무례한 언행과 방송 태도가 더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겠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일부 참가자들의 경솔한 태도가 프로그램의 의미를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중이다.

ENA 예능프로그램 '언더커버'가 지난달 12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40분에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프로그램은 원곡을 재해석해 부르며 새로운 음악 트렌드로 자리 잡은 커버 인플루언서 최강자를 가리는 서바이벌 음악 예능을 그린다.

방송 전,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강조해 관심을 모았고 특히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실력을 검증받은 커버 인플루언서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방송 직후 프로그램의 핵심인 참가자들의 실력이나 경쟁보다 일부 출연진의 태도 논란이 더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소셜미디어에서는 참가자들의 논란 장면만 편집한 영상이 3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프로그램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유튜버 그래쓰와 최진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심사위원의 말을 끊거나 팀원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시청자들은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 "평가 받으러 온 게 아닌가"라는 등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먼저 그래쓰는 무대 시작 전 진행된 간단한 인터뷰에서 심사위원들의 말을 끓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 등 경솔한 태도를 보였다. 심사위원인 권은비가 그래쓰에게 "여행하면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었던 나라가 어디냐"고 묻자 그래쓰는 "아이슬란드"라고 대답했다. 이에 권은비가 "가보고 싶었다. 나중에 영상 찾아보겠다"고 부드럽게 넘겼지만 그래쓰는 "나중에 한 번 가보세요. 나만 고생 할 수 없지"라며 상대방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

언더커버 1회에 출연한 유튜버 그래쓰는 심사위원의 말을 중간에 끊는 무례한 태도로 혹평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언더커버' 1회에 출연한 유튜버 그래쓰는 심사위원의 말을 중간에 끊는 무례한 태도로 혹평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뿐만 아니라 심사위원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정재형에게 "키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당황한 정재형은 "개인정보라 말하지 않겠다"고 답하자 그래쓰는 "그럼 정재형 심사위원을 선택하겠다"고 응수해 더욱 어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대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이어졌다. 그래쓰는 이영지와 엑소 D.O.의 'Smal Girl(스몰 걸)'을 가창했다. 무대가 끝난 뒤 정재형 심사위원은 "이 곡을 고른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그래쓰는 "그냥 영어가 좋아서"라고 답했다. 이에 현장 분위기는 급격히 싸늘해졌다.

결국 정재형은 "태도 점수가 거의 0점이다"라고 혹평했다. 심사를 받으러 온 참가자의 태도가 아니라 마치 가벼운 콘텐츠 촬영을 하러 온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기 때문이다. 정재형은 "노래를 같이 들어야 할 이유를 찾아보려고 했는데 저는 찾지 못했다"며 결국 그를 탈락시켰다.

무대를 지켜본 다른 참가자들 역시 "친구들끼리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심사를 받으러 온 사람이지 않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청자들 또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같다" "당당함과 예의 없음을 구분 못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최진솔은 팀 미션 도중 팀원에게 공개적으로 무례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팀원 홍지명을 두고 "노래를 들었는데 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가 진짜 거짓말을 못 한다"고 말하며 태연하게 웃었다.

심지어 제작진이 "마지막 기회로 팀원을 바꿀 수 있다"고 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요! 제발 바꿔주세요!"라고 요청하며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팀원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 팀 미션에서조차 개인적인 실속만 챙기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더욱 논란이 된 건, 다른 참가자들이 "이런 모습이 방송에 나가도 괜찮겠냐"고 묻자 최진솔은 "1등만 하면 된다"고 답한 점이다. 이에 시청자들은 "솔직한 게 아니라 무례한 거다" "사람이 한없이 가볍다"고 비판했다.

언더커버에 출연한 최진솔은 심사위원 정재형에게 태도를 지적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언더커버'에 출연한 최진솔은 심사위원 정재형에게 태도를 지적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또한 최진솔은 무대 시작 전 "연습 과정이 어땠냐"는 질문에 누군가를 손으로 가리키며 "되게 실력이…누구라고는 말 안 하겠다"고 말끝을 흐리며 웃어넘겼다. 이에 TOP 리스너 박규정은 "저런 태도는 별로다. 팀 워크를 깨는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방송이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다른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무분별한 욕설을 사용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작진이 해당 발언에 삐처리를 하긴 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참가자가 이러한 언행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더해졌다. 공적인 자리에서의 발언은 개인적인 공간과 달리 더욱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더커버'는 단순한 유튜브 콘텐츠가 아닌 공식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일부 참가자들은 방송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를 갖추지 않은 채 마치 개인 콘텐츠를 촬영하듯 가벼운 태도로 프로그램의 의미를 흐리고 있다.

실력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통용되려면 그 실력에 대한 진정성이 먼저 증명돼야 한다. 단순히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것과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전혀 다르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출연자 섭외 과정에서부터 '방송을 할 준비가 된 사람인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출연자들의 태도 논란으로 인해, 같은 프로그램에 진심을 다해 임하는 출연자들의 이야기가 묻힐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진정성을 해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제작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더커버'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40분 ENA에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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