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권혁, 시간을 먹고 자란 견고한 잡초
  • 김명주 기자
  • 입력: 2025.03.02 00:00 / 수정: 2025.03.02 00:00
'오늘도 지송합니다'서 석진호 役으로 열연
"성장에 집중…식상하지 않은 연기 하고 싶어"
배우 권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권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배우 권혁은 부드러운 외모에 내면은 단단한, 외유내강(外柔內剛) 그 자체였다. 차분한 말투로 조곤조곤 자기 생각을 전한 권혁은 배우의 길에 발을 내민 2016년부터 현재까지를 성숙한 내면을 갖게 된 시기로 정의했다.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추진력을 잃지 않는 힘을 갖게 됐단다. 그렇게 권혁은 10년 가까이 다진 발걸음으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자신만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었다.

권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극본 조유진·최룡, 연출 민지영)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찬양(장희령 분)의 남편 석진호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늘도 지송합니다'는 하루아침에 파혼당하고 살벌한 신혼집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N잡, N캐 인생에 시달리는 싱글녀 지송이(전소민 분)의 파란만장한 신도시 생존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27일 막을 내렸다.

먼저 권혁은 "좋은 기억이 많았던 재밌는 작품이어서 아쉽다. 섭섭한 마음이 들지만, 작품이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작품은 국내 시청률이 0%대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해외에서는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KBS Joy에 따르면 미주, 유럽, 인도, 대만, 베트남, 페루 등 총 60개국의 OTT 스트리밍 순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는 "신기했다. 해외 시청자분들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이 많이 왔다. 한국 신도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해외에서 좋다고 하니까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나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변 사람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어머니가 굉장히 재밌게 보셨다. 작품이 끝나서 헛헛해하지 않으실까"라며 "지인들은 신기해했다. 성격이 조용하고 잔잔한데 전혀 다른 밝고 재밌는 캐릭터를 연기하니까 좋아하더라"라고 전했다.

권혁은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는 등의 이유로 이번 작품에 반드시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님과 2~3차례 만나 대본을 읽고 이야기를 나눴다. 자리에서 역할을 꼭 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원래 그런 말을 잘 못한다. 그런데 역할을 꼭 해야겠더라. 이제껏 그렇게까지 애원한 적이 없었다"고 캐스팅 일화를 들려줬다.

"웃으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분위기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했다. 이전에 했었던 작품들이 가슴 아프거나 무거운 분위기여서 코미디를 하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도 코미디 위주로 보고 개인적으로 코미디 장르를 굉장히 좋아한다."

배우 권혁이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에서 아내와의 섹스리스를 고민하는 석진호 역으로 분해 활약했다. /방송 화면 캡처
배우 권혁이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에서 아내와의 섹스리스를 고민하는 석진호 역으로 분해 활약했다. /방송 화면 캡처

권혁이 연기한 석진호는 허당끼가 있는 '아내 바보' 캐릭터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대 공대를 나온 대기업 연구원에 근육질의 헬스남이지만, 아내 찬양과의 섹스리스라는 고민을 안고 사는 빈틈을 가졌다. 그는 "진호는 귀엽고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캐릭터를 이야기했다.

"아내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아내를 위해서 운동하고 재밌는 이벤트 만드는 모습이 귀여웠고 일편단심인 모습이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극 중 진호는 구여친 송이에게 상담을 청하는 등 부부 관계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웃픔을 자아냈다. 몇 년 만에 우연히 만난 예전 여자친구 송이에게 갑자기 부부의 내밀한 사정을 이야기하는 설정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터다. 이에 권혁은 "설정이 황당해서 조금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고민했고 어려워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이 '여기서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명쾌하게 설명해 주셨다. 확실한 디렉팅을 믿고 연기해서 잘 마칠 수 있었다."

이렇게 다소 엉뚱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안긴 권혁은 이번 작품으로 코미디에 처음 도전했다. 그만큼 작품 준비에 심혈을 기울인 그는 재미를 주는 데 초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는 "진호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분위기가 환기돼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보시기에 재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코미디에 처음 도전해 봐서 준비를 많이 했다. 코미디 장르의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봤다. 한국 작품, 외국 작품 가리지 않고 다 봤다. 보면서 재밌는 호흡과 분위기에 익숙해지려고 했다."

배우 권혁은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에서 구여친 송이(전소민 분)에게 부부 관계를 상담하는 석진호 역을 연기했다. /KBS Joy
배우 권혁은 KBS Joy 목요드라마 '오늘도 지송합니다'에서 구여친 송이(전소민 분)에게 부부 관계를 상담하는 석진호 역을 연기했다. /KBS Joy

그렇지만 스스로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60점을 주고 싶단다. 그는 "저에게는 꽤 높은 점수다. 스스로한테 박한 편이다. 이번에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느꼈다. 어려웠고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대본을 준비하고 많은 작품을 찾아보면서 스스로 조금이나 성장했다고 느낀다"고 들려줬다.

"연기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감사하게도 작년, 재작년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스스로 성장한 것 같다. 대견하다는 느낌도 든다. 원래는 카메라 앞에서 긴장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오늘도 지송합니다' 촬영장에서는 긴장을 많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좋은 스태프들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배우들 덕분이었다."

작품을 하면 할수록 성장하는 것 같다는 권혁은 2020년 JTBC 드라마 '우아한 친구들'로 데뷔해 여러 작품에서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오늘도 지송합니다'를 비롯해 디즈니+ '로얄로더', 디즈니+ '폭군', 티빙 '대도시의 사랑법' 등 네 작품에 출연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쉴 틈 없는 연기를 보여준 권혁이 배우를 준비하기 시작한 것은 20대 후반인 2016년이었다. 중학생 때 배우가 되고 싶었다던 그는 버스에서 벨도 못 누를 정도로 내성적이었다고 했다. 배우는 활발한 성격의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소망을 묻어뒀단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취직할 때가 되자 미련이 남아 배우에 도전하게 됐다. 그렇게 느지막한 나이에 시작한 권혁은 약 1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배우의 영역에서 꿈을 펼치고 있다.

"어렸을 때 연기를 시작했더라면 오히려 금방 포기했을 수도 있다. 중고등학교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성숙하지 못한 멘털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 상처도 많이 받고 주변 영향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배우 일을 하다 보면 상처받을 일들이 꽤 자주 생긴다. 자존감이 떨어지기 쉽다. 어린 나이였으면 못 버텼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 시작한 만큼 상처를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다. 스스로 안 풀리는 지점이 있어도 할 수 있는 선까지는 한다. 고난이나 시련이 오더라도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배우 권혁은 최근 <더팩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권혁은 최근 <더팩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권혁은 자기 자신을 잡초 같다고도 표현했다. 그는 "잡초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 살던 집 근처에서 길가의 철판을 뚫고 올라온 잡초를 본 적이 있다. 감동적이어서 사진을 찍고 휴대폰 배경 화면으로 해놨었다. 힘겨운 상황에도 파릇파릇하게 뚫고 살아가는 모습이 저와 닮지 않았나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역경을 뚫고 자라나는 잡초와 같은 그는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모습으로 신선한 연기를 하길 소망했다. 그는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어제보다 1mm라도 나은 오늘이라면 만족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성장하면서 계속 새로움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시청자분들이 '이 사람이 저 사람인가?' 싶게 잘 변신하고 싶다. 다양한 캐릭터를 식상하지 않은 방식으로 연기하는 게 목표다. 그러기 위해 공부를 꾸준히 하고 훈련하고 있다."

'오늘도 지송합니다'를 끝마친 그는 올해 영화 '홈캠'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작품은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싱글맘이 어린 딸을 위해 집안 곳곳에 홈캠을 설치하면서 시작되는 공포 스릴러로, 권혁은 홈캠을 타고 넘나드는 악한 영을 없애주기 위해 노력하는 무당 수림 역을 맡았다.

그는 "예정대로라면 올해 개봉한다. 지난달에 촬영을 마쳤는데 무속신앙을 잘 모르다 보니 인물을 이해하고 그에 다가가는 게 참 어려웠다. 고생을 많이 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미팅할 것"이라고 활동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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