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노정의가 '마녀'를 통해 새로운 연기 지평을 열었다. 그는 대사보다 표정과 몸짓으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눈빛만으로도 외로움과 두려움을 선명하게 전달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로써 시청자들을 노정의가 그린 '마녀'의 세계로 이끄는 중이다.
노정의는 지난 15일 첫 방송한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극본 조유진, 연출 김태균)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마녀라 불리는 여자를 둘러싼 불운의 법칙을 깨고자 하는 남자 동진(박진영 분)과 비극의 씨앗이 돼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한 여자 미정(노정의 분)이 포기하지 않는 여정 끝에 서로의 구원이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총 10부작 중 4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누적 조회수 1억 3천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여기에 영화 '암수살인'을 통해 밀도 높은 연출력을 선보인 김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많은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았다.
노정의가 맡은 미정은 '마녀'라는 낙인으로 자신과 세상을 단절시킨 미스터리한 여자다. 미정을 좋아하는 남자들은 모두 다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 이에 미정은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미정은 불길한 존재다. 어린 시절부터 미정과 가까운 사람들이 하나둘씩 불행을 겪으며 세상을 떠났기 때문. 결국 19살이 되던 해 같은 반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미정은 마을을 떠난다.
미정은 타인과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한 채 옥탑방에서 홀로 지낸다. 방송국 PD이자 유일한 친구 은실(장희령 분)의 도움으로 생계를 유지할 뿐이다. 그리고 그는 옥탑을 지키는 허수아비를 보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미정은 쫓겨나다시피 떠나 서울에 정착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킨 채 외롭게 살아가는 중이다.
이런 미정이 느끼는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과 외로움이다.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이 가까이하는 사람들마저 하나둘씩 불행을 겪는 일을 보면서 점점 커져가는 공포심이다. 노정의는 이 감정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완성했다.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움츠러드는 순간, 또다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친구를 잃을까 싶어 애써 밀어내는 모습까지. 노정의는 미정이 짊어진 감정의 결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특히 아버지를 잃고 처음으로 쌓아뒀던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은 그의 연기 변신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다. 차갑게 감정을 닫아뒀던 미정이 처음으로 오열하는 장면에서 그는 절제된 슬픔과 터져 나오는 절망을 동시에 표현했다.
이러한 고통 속에서 미정은 아무하고도 대화를 나누지 않은 채 홀로 묵묵히 삶을 견뎌낸다. 그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유일한 대상은 길고양이와 옥상에 있는 허수아비다. 미정이 길고양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장면은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 순 없을까? 정말 모르겠어. 살아갈 방법도, 사라질 방법도"라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덤덤하면서도 미세하게 떨려온다. 노정의는 이 장면에서 목소리 톤부터 눈빛과 표정 변화 등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쓰며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2011년 채널A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로 데뷔한 노정의는 '피노키오' '그 해 우리는' '18 어게인' '하이라키'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꾸준히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리고 '마녀'에서는 더욱 깊어진 감정 표현과 섬세한 내면 연기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또 다른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그는 대사 없이도 눈빛만으로 캐릭터의 감정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노정의의 연기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정의는 오는 4월 첫 방송하는 MBC 새 금토드라마 '바니와 오빠들'(극본 성소은, 연출 김지훈)로 '마녀'와 완전히 상반된 연기 변신을 보여줄 예정이다.
작품은 흑역사로 남아버린 첫 연애 이후 갑자기 다가온 매력적인 남자들과 엮이게 된 바니(노정의 분)의 로맨스를 그린다. 누적 1억 7천만 조회수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노정의는 극 중 바니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예인대학교 조소과 과탑 반희진 역을 연기한다. 바니는 손으로 하는 건 다 잘하는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손재주와 아름다운 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타고난 미적 감각으로 뛰어난 성적을 유지 중인 인물이다.
'마녀'에서 외로움과 고독 속에 살아가는 미정을 연기했다면, '바니와 오빠들'에서는 밝고 사랑스러운 캠퍼스 로맨스의 주인공으로 변신한다.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그가 '바니와 오빠들'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마녀'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10분 채널A에서 방송된다. '바니와 오빠들'은 오는 4월 중 MBC에서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subin713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