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최희진을 만나면 어느새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햇살처럼 따스하고, 봄바람처럼 가벼우며, 투명한 물처럼 맑다. 최희진은 그런 배우다. 그의 눈빛에는 꾸밈없는 솔직함이 담겨 있고 주변까지 환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 속에서도 최희진 특유의 긍정과 열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어쩌면 이게 함께 작업했던 감독들이 다시 찾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희진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모텔 캘리포니아'(극본 이서윤, 연출 김형민)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수의사 윤난우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모텔 캘리포니아'는 시골 모텔을 배경으로 모텔에서 태어나 자란 강희(이세영 분)가 12년 전 도망친 고향에서 첫사랑과 재회하며 겪는 로맨스 드라마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15일 막을 내렸다.
인터뷰 시작 전 최희진은 장소에 들어서며 매니저에게 "다녀올게.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그 짧은 한마디에서도 당찬 에너지가 느껴졌다. 자신의 일에 대한 설렘과 애정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대화하는 내내 그가 얼마나 연기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진지한지 자연스럽게 와닿았다.
그리고 이어 최희진의 유쾌함까지 엿볼 수 있었다. 최희진은 '모텔 캘리포니아'에서 윤난우 역으로 활약했다. 때마침 취재진은 '캘리포니아' 브랜드 패딩을 입고 갔는데, 최희진은 "인터뷰를 위해 입고 오신 거 아니냐"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스쳐 지나갈 수 있는 흔한 옷에 불과했는데 배우의 관찰력과 위트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최희진과의 인터뷰는 마치 따뜻한 햇살 아래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밝고 명랑한 에너지가 인터뷰 장소를 가득 채웠다. 무엇보다 청산유수 하게 주어진 질문에 차분히 답을 해 순식간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이를 기록해야 하는 취재진의 역할을 잊게 만들 정도였다. 사람을 끌어당기는 천성적인 매력을 지닌 최희진은 단순히 인터뷰를 진행하는 배우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이러한 매력을 김형민 감독 또한 느꼈기 때문에 최희진을 윤난우 역에 캐스팅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최희진이었다.
"대본을 봤는데 난우가 굉장히 당돌하면서도 엉뚱하고 사랑스러웠어요. 제가 안 해봤던 결이다 보니까 도전해 보고 싶어서 오디션에 참여했죠. 제가 연기를 할 때 대사를 좀 바꿔서 해봤는데 감독님이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감독님께서 '까미라는 고양이가 나오는데 고양이상이어서 잘 어울리겠다' 이렇게 넌지시 말씀해 주셨어요.(웃음) 저는 이 역할과 맞닿은 부분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저의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 주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최희진이 맡은 윤난우는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수의사다. 굉장히 통통 튀는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앞서 최희진은 '로얄로더' '힘쎈여자 강남순' 등에서 악역을 주로 선보였던 만큼 이번 '모텔 캘리포니아'는 완벽한 이미지 변신을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는 "배우로서 고민이 많았다. 난우는 굉장히 만화 같은 비현실적인 인물"이라며 "의견도 많이 제시하면서 역할을 채워나갈 수 있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난우는 굉장히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에요. 모든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이 부분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겠다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난우는 모든 순간이 쉽게 풀리는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실세로 난우는 다른 친구보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다가가기도 하고 개인주의적인 면도 있죠. 그거를 체화시키는 과정이 좀 어려웠고 저랑 성격이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 보니까 배우로서 도전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난우는 강희와 연수(나인우 분) 사이에서 하나읍 결혼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극에 긴장감을 더하는 인물이다. 때로는 두 사람 사이 의도치 않은 훼방을 놓기도 하지만 결국 연수를 강희에게 보내주는 선택을 한다. 최희진 또한 이러한 감정선에 가장 많은 집중을 해서 작품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연수에 대한 존경과 관심에서 호감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강희가 나타났을 때 그를 보내주죠. 그저 상황이 스스로를 헷갈리게 만든 것뿐이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진다)거나 휙휙 변하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한우(정용주 분)와 러브라인을 만들 때는 조금 더 귀여운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러브라인 서사가 좀 부족하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채워보기 위해 노력했죠. 어떻게 해야 이 드라마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치열하게 고민한 작품이었어요."
또한 최희진은 수의사였던 만큼 동물과도 호흡을 맞춰야 했다. 그는 "동물을 너무 좋아했다. 이 점도 '모텔 캘리포니아'에 들어간 이유 중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감독님께 이 작품에 동물이 많이 나와서 좋다고 말할 정도로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정말 대동물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죠.(웃음) 그래서 더 즐거움이 있던 것 같아요. 당나귀랑 소를 직접 보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한동안 소고기도 못 먹을 정도로 몰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동물마다 성향이 달라서 연기할 때 어렵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연기를 하는 것만큼 동물들의 마음에 신경을 쓰려고 했죠. 그 친구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최희진이 '모텔 캘리포니아'를 얼마나 사랑으로 완성했는지가 느껴졌다. 특히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청산유수 하게 답변을 들려주는 그에게 점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최희진 또한 "작품을 했던 감독님들이 항상 다시 불러주신다"고 말했다.
"저는 연기에 정말 진지하게 임하고 있고 작품을 항상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어요. 뭔가 더 있을 것 같고 제가 가진 믿음이 있고 그 진심을 항상 담아서 연기하려고 하죠. 실제로 지금까지 작품 했던 감독님들이 무조건 다시 불러주세요. 큰 프로젝트든 작은 프로젝트든 항상 연락을 주셔요. 저한테는 사실 엄청난 프라이드고 감사함이죠. 제가 여태까지 했던 태도와 자세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되는 거 같아요. 앞으로 이렇게 계속 가다 보면 제가 원하는, 중심이 잘 잡혀 있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요."
인터뷰 말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최희진을 한 번 마주하면 다시 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연기는 물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에너지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닐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 아마도 감독들이 다시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했다.
"저는 오드리 헵번이나 김희애 선배님처럼 내면도 아름다운 연기를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역할을 받았을 때 그거를 더 배로 극대화할 수 있잖아요. 제가 그런 거를 잘 표현하면 시청자분들이 저를 바라봐주셨을 때 그 역할의 투명함을 더 볼 수 있을 것 같고 전달도 잘될 것 같아요. 제가 울면 같이 울고 웃으면 같이 웃어주고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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