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하서윤은 마치 베이비 파우더 향 같다. 오래도록 은은하게 남아 마음을 편안하게 감싼다. 순수하고 깨끗한 그 느낌처럼 하서윤은 인터뷰 내내 스스럼없이 웃었고 질문 하나에도 진심을 다해 답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묻어나는 솔직함과 따뜻함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끌어당겼다. 그저 빛이 난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할 만큼 하서윤은 자신의 색으로 온 공간을 물들이는 중이었다.
하서윤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다리미 패밀리'(극본 서숙향, 연출 성준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경찰 송수지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리미 패밀리'는 청렴 세탁소 다림이네 가족이 옷 대신 돈을 다림질하며 벌어지는 로맨틱 블랙 코미디다. 총 36부작으로 지난달 26일 막을 내렸다.
하서윤의 인터뷰는 당초 2월 초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2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작품이 종영한 지 시간이 꽤 흐른 뒤 이뤄진 만큼 배우에게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함께한 시간이 과거가 되는 걸 보면서 마음 한편에는 여운과 애틋함도 컸을 터다. 하지만 하서윤은 아쉬움을 곱씹기보다 그 시간을 소중하게 추억하는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따뜻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긴 하서윤은 자신이 준비한 편지를 수줍게 내밀었다. 편지에는 인터뷰를 대하는 하서윤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었다. 또한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해 나가는 배우가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도 있었다. 이 문장 하나에 하서윤의 모든 꿈과 미래가 담기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온 마음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적으려는 그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작품이 종영한 후 시간이 꽤 지난 다음 진행된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하서윤의 여운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리미 패밀리'는 하서윤이 처음으로 도전한 장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는 "더운 여름에 시작해서 추운 겨울에 끝났다. 촬영이 끝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짧게 느껴졌다"며 "현장이 너무 즐거웠고 모든 스태프분들, 감독님, 선배님들과 함께한 날들이 오랫동안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36부작이라는 긴 호흡은 연기 활동하면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이 작품 촬영하기 전 독립 영화 '힘을 낼 시간'을 했는데 그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그때 작품 분석하는 방법이나 상대 배우와 호흡 맞추는 것 등을 많이 배웠어요. 그 덕분에 이번 현장에서도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다리미 패밀리'가 하서윤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작품을 집필한 서숙형 작가의 오랜 팬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 옆에서 서숙향 작가의 작품을 같이 봐왔고, 그런 작품에 배우로 합류하게 된 만큼 감회가 남달랐다.
"처음에 그룹 리딩을 했는데 그때도 굉장히 떨렸어요. 평소에 존경하던 작가님을 만나 뵙게 된 거니까 긴장을 정말 많이 하고 갔는데 작가님께서 되게 편안하게 해주셨어요. 작가님께서 저한테 '편안하게 해라. 어찌 됐든 오디션에서 뽑힌 건 너니까, 본인이 생각한 수지에 맞게끔 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방영 중에도 작가님한테 연락을 몇 번 드렸죠. 그럴 때마다 작가님께서 '너무 잘하고 있다. 너무 수지 같다. 이대로만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진짜 힘이 많이 됐어요."
하서윤이 맡은 송수지는 청렴 세탁소의 첫째 아들 이무림(김현준 분)의 아내이자 경찰이다. 하서윤은 돈가방 사건 해결을 위해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파다운 모습으로 극에 짜릿한 긴장감을 더했다. 또한 그는 경찰 제복, 웨딩드레스, 캐주얼 복장 등 다양한 스타일링으로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여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저와 수지는 직설적인 말을 하는 거 외에는 비슷한 부분이 되게 많아요. 긍정적인 에너지도 많고 자기 직업 프라이드가 강하다는 게 정말 비슷했죠. 감독님께서도 이런 부분이 저와 수지의 싱크로율이 맞다고 생각을 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특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이후 수지가 처음으로 집을 나간 무림에게 소리치는 장면을 애절한 감정으로 표현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하서윤은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후련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슬프기도 했지만 여태까지 참고 참았던 감정이 터진 거다 보니까 후련했어요. 수지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 장면에 애정이 정말 많이 갔고 잘 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울컥하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감정을 되잡는 게 어렵진 않았어요. 오히려 그런 느낌이 이 장면 속 수지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거를 억지로 참거나 하진 않았죠. 그냥 제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렇지만 연기에 점수를 매긴다면 50점을 주고 싶단다. 그는 "부족한 부분도 많고 앞으로 배워나가야 할 점도 많다. 저는 저를 되게 괴롭히는 혹독한 스타일"이라며 "개인적으로 많이 배워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제가 성격이 정말 내성적인데 그걸 고치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연기는 대본 안에 있는 말을 전달하는 직업이잖아요. 그 안에는 어떠한 감정이 들어가 있고 그걸 표현했을 때 듣는 분들이 그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그게 쾌감이 되게 크더라고요.(웃음) 그러면서 점점 이 직업의 매력을 느끼게 됐고 계속하다 보니 저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게 된 거 같아요.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느낌도 들고 감정의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끝으로 하서윤은 '눈으로 얘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어떠한 감정을 표현할 때 제일 첫 번째로 시선이 가는 건 눈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눈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보는 사람들이 제 눈을 보면서 그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영화와 드라마 등 지금껏 해왔듯이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앞으로 제 목표예요. 사람으로서는 그걸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를 꼼꼼하게 하고 싶어요.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야 기회가 오면 잡는 거니까요. 작년에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그 운이 올해에도 따라주면 좋겠어요. 올해도 작년처럼 다양한 작품으로 만나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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