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티빙이 또 한 번 이색적인 학원물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라미드 게임'에 이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스터디그룹'이다. 다만 시청에 앞서 필요한 자세가 있다. '이건 웹툰이다'를 세 번 외치기, 물음표를 지우기, 자막을 켜기까지. 이 세 가지 지침만 지킨다면, 귀여운 '케미'에 미소 짓고 어이없는 상황에 실소가 터지며 시원한 액션에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지난달 23일 첫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스터디그룹'(극본 엄선호·오보현, 연출 이장훈·유범상)은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싸움에만 재능이 몰린 윤가민(황민현 분)이 최악의 꼴통 학교에서 피 튀기는 입시에 뛰어들며 스터디그룹을 결성하는 코믹 고교 액션물이다. 총 10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은 현재 6회까지 공개됐다.
사실 '스터디그룹'이 초반부터 큰 기대를 모은 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황민현과 한지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다. 물론 지난해 '피라미드 게임'으로 신예들의 반란을 보여줬던 티빙이기에 올해 역시 '기대 못 한 곳에서 터진다'는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원톱 주연' 배우인 황민현이 군백기(군대+공백기)로 인해 별다른 사전 홍보를 하지 못했으며 작품 또한 일반적인 제작발표회조차도 진행하지 못했다. OTT 특성상 앞선 작품의 인기나 시청층을 받을 수도 없으니 사실상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인 셈이었다.
그러나 웬걸. 뚜껑을 연 '스터디그룹'은 '피라미드 게임'과는 다른 결의 재미를 선사하며 또 다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2주 차 공개와 함께 티빙 주간 신규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라쿠텐 비키에서는 공개 일주일 만에 미국, 브라질, 영국, 프랑스 등을 비롯한 총 143개국에서 주간 TOP5에 이름을 올렸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먼치킨(주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를 지칭하는 단어)' 주인공을 앞세워 유쾌 통쾌함을 선사한다.
물론 '만화적인 장르'를 표방한 만큼 서사와 개연성, 현실성 등을 따지고 들면 밑도 끝도 없다. 당장 주인공의 설정부터가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하지만 성적을 못 받는 수준이 아닌 꼴등과 가깝다거나, 공부를 잘하고 싶어서 단 하루도 운동을 쉬지 않았다는 이유로 먼치킨의 싸움 천재가 됐다는 서사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때문에 '스터디그룹'을 즐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준비 자세가 필요하다.
먼저 이 작품이 처음부터 끝까지 원작인 웹툰 설정에 입각했다는 걸 받아들이고 두 번째로 '왜?'라는 질문 자체를 지워야 한다.
'스터디그룹'은 처음부터 끝까지 웹툰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 일례로 오프닝부터 실제 웹툰 그림을 사용하며 시청자들에게 만화적인 분위기를 심어준다.
곳곳의 연출에서도 웹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단순히 2D로 표현됐다는 것이 아니라 만화에서 볼 법한 배경 효과나 화면 전환 등을 실제 연출 기법으로도 사용한다는 점이다. 윤가민이 이준(공도유 분)에게 액션 스킬을 전수하고 이를 이준이 활용하는 장면이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자막이다.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고 액션과 맞물리다 보니 발성이나 딕션이 부족해 대사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피한울(차우민 분), 마민환(백서후 분) 등 긴장감은커녕 '중2병'의 오글거림만 부각된 몰입도 깨는 연기력이나 "(이 공격을) 막아?"와 같은 실소를 감출 수 없는 웹툰 특유의 대사가 아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세 가지 지침만 이행한 뒤 작품을 보게 되면 얻는 재미가 더 큰 작품이다.
'스터디그룹'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액션'이다. 빠르고 리드미컬한 액션의 타격감으로 작품이 지난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스터디그룹'은 매회 제작진이 액션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태권도, 권투, 유도까지 여러 스포츠를 활용한 시원한 액션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카메라 구도를 사용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액션을 소화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바로 '디자인'이다. 그만큼 촬영 현장에서 액션의 디자인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1:1은 물론이고 1:다수까지 인원 배치는 물론이고 학교의 여러 공간, 공사장, 골목, 도로 등 장소도 매번 다른 액션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스터디그룹'은 이 모든 걸 단조로운 디자인이 아니라 섬세하게 그려낸 장면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황민현의 액션은 단연 최고의 발견이다. 앞서 tvN '환혼'으로 한 차례 액션 연기를 보여줬던 만큼 어느 정도 기대감은 있었다. 그러나 '스터디그룹'에서는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데다 자신의 옷을 입은 듯 기대 이상의 액션 장면들을 보여주며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점을 새삼 각인시켰다. 여기에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 설정까지 찰떡같이 소화하며 윤가민 그 자체를 완성했다.
더불어 함께 나오는 배우들 모두 각자 맡은 바를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스터디그룹 멤버들 중 제일 모범생이자 '성장캐'의 정석으로 공감을 자아내고 있는 김세현(이종현 분)부터 여느 싸움꾼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의 화끈한 유도 실력으로 걸크러시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지우(신수현 분), 자유자재의 표정 연기로 때로는 내성적이다가도 때로는 엉뚱한 면모로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최희원(윤상정 분), 센 외모와 달리 허술한 매력과 '가민바라기'의 면모를 자랑 중인 이준(공도유 분)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이 매 에피소드 빛을 발한다.
특히 윤가민까지 다섯 명이 함께하는 장면에서의 '케미'가 유독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관계성이 좋다 보니 이를 표현하는 깨알 요소들이 적절하게 녹아들며 작품 속 사이다와는 또 다른 힐링을 맡고 있다.
유쾌함부터 카타르시스, 티격태격 '케미'까지 매력이 많은 '스터디그룹'이 계속된 입소문에 힘입어 티빙의 효자로 등극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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