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김현준'] 닿을 듯 닿지 않는, 끝없는 연기 짝사랑
  • 최수빈 기자
  • 입력: 2025.02.11 10:00 / 수정: 2025.02.11 10:00
'다리미 패밀리'서 청렴경찰서 형사 이무림 役으로 열연
"물 같은 배우 되고 싶어"
배우 김현준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예원 기자
배우 김현준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예원 기자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다리미 패밀리' 위해서 월세방까지 계약했다."

김현준의 말에 절로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작품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진심을 다하는 김현준의 열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이러한 열정은 인터뷰 내내 모든 답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연기를 "짝사랑"이라고 표현했지만,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듯이 김현준의 이러한 노력에 연기도 답을 내려줄 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그 출발이 '다리미 패밀리'일지도 모른다.

김현준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더팩트> 사옥에서 만나 KBS2 토일드라마 '다리미 패밀리'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경찰 이무림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현준은 다소 긴장한 티를 숨기지 못한 채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손에 숨겨져 있던 작은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취재진 이름이 적혀 있었다. 김현준은 "제가 가면 봐주세요"라고 말하며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김현준의 다정다감하면서도 세심한, 따뜻한 면모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손편지에는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인사가 담겨 있었다. 서툴지만 차곡차곡 써 내려간 그의 한 글자 한 글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이런 그의 따뜻한 면모와 진심은 작품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현준은 KBS2 토일드라마 '다리미 패밀리'에서 이무림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작품은 청렴 세탁소 다림이네 가족이 옷 대신 돈을 다림질하며 벌어지는 로맨틱 블랙 코미디다. 총 36부작으로 지난달 26일 막을 내렸다.

김현준은 다리미 패밀리에서 청렴 경찰서 형사 이무림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서예원 기자
김현준은 '다리미 패밀리'에서 청렴 경찰서 형사 이무림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서예원 기자

김현준은 '다리미 패밀리'가 첫 주말극이었던 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작품에 집중하고 싶어서 월세방까지 계약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대본에 집중할 수 있는 분리된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집과 거리가 있는 장소를 대여했다"며 "저만의 작업 공간 같은 느낌이다. 굉장히 좋았다. 다음에 또 그래볼 상황이 있으면 도전해 볼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어릴 때부터 TV에서만 뵀던 선생님들이랑 선배님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직관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알게 모르게 옆에서 배웠던 부분도 너무 많았고 느낀 것도 정말 많았죠. 선배님들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행복하게 잘 촬영했던 것 같아요."

작품은 시청률 14.1%(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최종회에서는 19.7%로 막을 내렸다. 첫 회 대비 5.6%P 상승한 기록이다. 김현준은 "뻔하지 않은 반전이 매회 끝날 때마다 나온다. 그게 다음 화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짚었다.

김현준이 맡은 이무림은 청렴 세탁소의 장남이자 청렴 경찰서 형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 대신 가장 역할을 해야겠다 다짐한, 무뚝뚝하고 생각 깊은 큰오빠이자 FM 형사다. 동료 경찰인 수지(하서윤 분)를 사랑하지만 표현은 서툴러서 말보단 포옹으로 해결한다. 청렴 세탁소 단골집에 큰 사건이 벌어져 수사를 진행 중인데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자꾸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김현준은 100억 실종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진실을 알게 된 후 복합적인 무림의 감정을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그려냈다. 그는 "무림이가 장남이고 정의로운 경찰이라 겉은 시니컬해 보일 수 있지만 마음은 따뜻한 인물이다.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제 어릴 적 동네 친구가 실제로 경찰을 하고 있어서 그 친구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준비했다"고 연기 주안점을 밝혔다.

"무림이는 장남인데 저는 실제로 1남 1녀 중 막내예요. 무림이는 장남으로서 참는 면모가 많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혼자서 해결하려고 하죠. 저는 그 반대로 표현이 좀 많아요. 오늘 있던 일도 어머님한테 말씀드릴 예정이거든요.(웃음) 기분이 좋으면 애교도 좀 많이 부리고 진지한 면도 있어서 이 부분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배우 김현준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배우 김현준이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그렇지만 김현준은 처음부터 모든 대본을 다 읽어본 후에 작품에 들어간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주말드라마의 특성상 드라마 촬영과 방영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 김현준은 "저도 뒷 내용이 궁금했다. 무림이는 어떻게 되나, 모든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굉장히 궁금해하면서 작품에 임했다"고 전했다.

"무림이가 경찰로서의 정의로움을 지켜야 하는지 가족의 편에 서야 하는지 갈등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 부분을 준비할 때 좀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하지만 박지영 선배님께서 그 장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지영 선배님만 보면 눈물이 나는 거예요. 안 울고 싶은데 눈물이 계속 나고 조절이 안 되는 순간들도 많았죠."

그때의 상황을 상기하는 김현준의 눈빛에서는 뭉클함과 고마움, 애틋함, 그리고 깊은 몰입의 흔적이 담겨 있었다. 작품이 끝난 지 시간이 좀 지났음에도 이러한 감정이 느껴진다는 건, 그가 이 작품에 캐스팅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담아낸 그의 연기는 결국 시청자들의 공감까지 이끌어냈고 많은 이들이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2012년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 밴드'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한 김현준은 원래 배우는 아니었다. 모델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연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다른 차원의 매력을 느껴서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란다. 김현준은 이런 연기를 '짝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인물로 분해서 뭔가를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우면서도 흥미로운 일인 것 같아요. 잘 해내고 싶은 저의 짝사랑 같은 느낌일까요. 알 것 같다가도 또 잘 모르겠고 잡힐락 말락 하는 느낌이에요. 어쩌면 제 평생의 숙제이지 않을까 싶어요."

김현준은 매년 다양한 작품에서 선역과 악역을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그런 그에게 '다리미 패밀리'는 좀 더 친근한 배우가 된 계기로 남을 것 같단다. 그는 "주변에서 관심과 사랑, 응원을 보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 그거에 부응하기 위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갈 예정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물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물은 어떤 용기에 담느냐에 따라서 형태가 바뀌잖아요. 저도 작품 속 어떤 역할이냐에 따라서 변화무쌍하게 바뀔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요. 좀 더 친절하고 남한테 피해도 안 주는,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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