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독일 교포 출신'인 배우 유태오는 때때로 국내에서도 할리우드에서도 벗어나 있다는 소외감을 느낀단다.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굳이 국내와 할리우드의 범주가 나뉘어있다면 이 둘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범주가 유태오라는 카테고리가 아닐까 싶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쿠르트 시즌2(연출 알렉시 홀리, 이하 '더 리쿠르트2')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는 유태오가 <더팩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 이어 '더 리쿠르트'까지 연이어 할리우드 작품으로 인사를 전하고 있는 그는 작품과 캐릭터는 물론이고 자신의 연기 방향성 등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더 리크루트'는 로스쿨을 졸업한 뒤 CIA 법무실에 채용된 저돌적인 젊은 변호사가 준비 하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천만한 국제 첩보 활동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린다.
앞서 지난 2022년 시즌1이 공개됐던 '더 리크루트'는 많은 인기에 힘입어 시즌2를 제작했다. 새 시즌은 서울과 국가정보원 등 한국으로 배경을 확대했다. 시즌1 당시 CIA 임무에서 배제된 주인공 오웬 헨드리스(노아 센티네오 분)가 한국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CIA 작전에 투입되면서 시즌2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태오는 극 중 국정원 베테랑 정보요원 김장균 역을 맡아 노아 센티네오와 호흡을 맞췄다. 김장균은 첩보 공작 기술과 첨단 기술을 다룰 줄 아는 유능한 인물이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 난희(이상희 분)가 납치를 당하며 그를 구하기 위해 오웬과 협력한다.
'더 리쿠르트'는 시기적절하게도 때마침 유태오를 찾아왔다. 행운과도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세세한 노력으로 작품을 운명으로 만들었다.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 이후에도 미국에서는 여전히 내가 영어를 능통하게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해외 시청자들이 많이 볼 수 있게끔 잘 알려진 작품이면서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소 까다로운 조건의 소망일 수도 있을 법했지만 실제로 딱 맞는 작품, 그것도 '더 리쿠르트'의 캐스팅 콜이 들어온 것이다. 유태오는 "정말 운이 좋았다. 작품 측에서도 한국배우가 영어를 능수능란하게 바랐는데 서로 잘 맞아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셀프 영상을 찍어 보낸 유태오는 이후 2차 오디션인 줌 화상 미팅까지 진행했다. 그는 "그때쯤 제작진과 노아는 케미 리딩이 끝난 상태였는데 이는 사실상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봐도 무방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때문에 후보자 중 노아와의 '케미'가 가장 중요했을 터다. 이에 대본을 보면서 미팅을 진행한다면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사를 주고받으면서 나오는 게 '케미'가 아닌가. 눈빛이 화면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본을 최대한 외우고 진행했다"며 "그래서였을까. 줌 미팅 내내 서로의 느낌이 좋았다. 만약 내가 출연하게 된다면 다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케미'라는 게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작업을 위해 기술적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서로 싫다고 해서 안 나오는 것도 아니에요. 같이 하는 순간 눈빛과 치고받는 리액션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게 '케미'잖아요. 노아와 맞출 때는 서로 편하게 노는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들의 느낌은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더 리쿠르트'는 특히 오웬 헨드리스와 장균의 티격태격 '케미'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감동을 안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유태오는 "공개된 지 얼마 안 됐는데 많은 사람들이 연기도 연기지만 나와 노아의 '케미'를 예쁘게 봐준 덕분에 반응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즌3가 나올 것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더라.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다만 작품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시즌3를 염두에 두진 않았단다. 유태오는 "작업을 할 때면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작품에만 집중해서 열심히 하는 편이지 다음 시즌에 대한 생각까지는 딱히 하지 않는다. '더 리쿠르트' 역시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럼에도 제작진이 원하고 노아만 같이 한다면 나 또한 시즌3도 함께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말했다.
'더 리쿠르트'는 한국으로 배경을 확장하며 한국 음식과 풍경 등도 작품에 담고자 했다. 물론 한국에서 살아온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순대를 꼬치에 꽂아서 주는 등 다소 어색한 장면과 설정이 있기도 했다. 유태오 또한 연기에 임하며 이질감을 느끼는 지점들이 존재했다. 이에 그는 보는 이들이 작품의 장르와 성격에 초점을 맞춰주길 바랐다.
"사실 어떤 작품이든 현실에 맞춘 고증을 토대로 따지려고 들면 너무나도 걸리는 것들이 많아요. 대신 작품의 장르와 목적을 조금 고려해 줬으면 해요. 예를 들어 저희 작품은 액션 코미디 장르인 만큼 유쾌 발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조금 더 중요할 때가 있어요. 사실 저로서는 제작진이 최선을 다해 한국 문화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감사했어요. 미국 작품에 순대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하잖아요.(웃음)"
뿐만 아니라 '더 리쿠르트'는 유태오 외에도 이상희 김영아 신도현 김의성까지 한국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하며 국내 팬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이는 유태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자는 단순히 '든든했겠다'고 생각했지만 유태오는 다르게 정의했다. 그는 "같은 식구들끼리 조금은 다른 세계에 가서 우리 것을 보여준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표현해 울림을 안겼다.
"국내와 해외는 시스템이 달라요. 하다못해 스케줄표를 읽는 방식도 차이가 있죠. 때문에 관련된 것들을 물어보기도 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어요.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 안에서 편안함을 찾아가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유태오는 지난 2009년 영화 '여배우들'로 데뷔했다. 2018년 영화 '레토'가 제71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아스달 연대기' '보건교사 안은영' '머니게임' '연애대전' '새해전야' 등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특히 유태오는 파독 광부 출신인 아버지와 파독 간호사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과 뉴욕 등을 거치며 성장한 다국적 배경을 지닌 배우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외국어가 능숙해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이 지점이 유태오에게 부담을 안기기도 했다.
기자가 유태오를 처음 만났던 건 넷플릭스 '연애대전' 인터뷰였다. 당시 유태오는 다국적 문화를 경험한 점이 때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기분에 외로울 때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전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이번 '더 리쿠르트' 시즌2의 '한국으로 배경을 확장했다'는 지점이 유독 와닿았다. '패스트 라이브즈'에 이어 '더 리쿠르트'까지 유태오라서 가능한 행보였다. 다시 말해 어떤 범주에 유태오를 포함하는 것이 아닌 두 문화를 통합해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유태오'라는 새 범주가 생긴 것이다.
"그렇게 봐주신다면 감사한 말씀이죠.(웃음) 다만 말씀하진 것처럼 존재하려면 두 카테고리에서 모두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힘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계속해서 해내고 싶어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계속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회만 된다면 독일 작품으로도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