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빈 수레가 요란했던 것일까. 배우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 차은우가 모인다는 소식에 제작 전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막상 열어보니 이렇다 할 화제성 없이 시청률은 1%대까지 떨어졌다. 예능에 재능을 보인 배우들은 아니었던 만큼 큰 재미를 바라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지루함이 부각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에 웃음을 포기한 대신 '힐링'을 선택한 줄 알았지만 그마저도 실패했다. 결국 최저 시청률만을 기록한 채 씁쓸한 퇴장을 앞둔 '핀란드 셋방살이'다.
지난해 12월 첫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핀란드 셋방살이'는 핀란드 라플란드의 한 시골 마을에서 전기, 인터넷, 시계 없이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의 자급자족 생활 방식을 경험하는 예능이다.
프로그램은 이제훈 이동휘 곽동연 차은우까지 예능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배우들로만 라인업을 꾸리며 캐스팅 소식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궁금함에 시작했던 시청자들마저도 점차 탈주하고 있는 것이 시청률로 드러났다.
실제로 3.3%로 시작한 '핀란드 셋방살이'는 2%대로 떨어지더니 8회에서는 1.7%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근 방송된 9회에서는 시청률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2.1%로 여전히 저조한 수치다. 결국 첫 회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된 셈이다.
화제성도 미약하다. 총 10부작으로 기획된 '핀란드 셋방살이'는 약 두 달간 언급량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방송 초반 차은우의 가족들이 등장하며 '차은우 동생'이 주목을 받았다. 하다못해 유튜브 검색창에서도 '핀란드 셋방살이' 관련 검색어로 '차은우 동생'이 가장 먼저 나타난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핀란드 시골 마을에서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일상을 살아보는 콘셉트로 도시 배우들이 우당탕탕 체험을 하며 겪어나가는 과정을 기대하게 한다. 실제로 다소 어리숙한 이들의 모습이 담기며 때로는 답답함을 때로는 공감을 자아낸다.
그러나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든다. 출연자들을 익숙하지 않은 상황 그것도 다소 극한의 상황에 던져 놓으며 적응기를 관찰하는 점, 그 배경이 국내보다는 해외라는 점, 이에 외국 대자연을 배경으로 담는다는 점 등이 여느 예능과 다를 바가 없다. 실제로 tvN에서 그동안 해온 예능들을 살짝 틀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비슷한 예능을 보는 기분이다. 더군다나 바로 직전에 '텐트 밖은 유럽 로맨틱 이탈리아'가 방송됐던 터라 더욱더 겹쳐 보인다.
익숙한 것을 바탕으로 장점만을 뽑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핀란드 셋방살이'는 이도 저도 아닌 어딘가 어중간하게 섞어놓은 모양새로 자신들의 것은 각인시키지 못한 채 결국 기시감만 남긴 셈이다.
출연진들이 하필이면 예능으로서는 큰 메리트가 없는 것도 한몫한다. 하지만 방송 초반에도 나왔다시피 이는 사전에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를 보완해 줄 제작진의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을 터. 아쉽게도 이 역시 다소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핀란드 셋방살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늘어지는 편집과 알 수 없는 포인트의 자막 등이 전체적으로 지루하게 만든다는 평이다.
이처럼 재미가 없다면 다른 점에서라도 매력을 찾아야 하는데 주요한 배우들을 모아놓고 캐릭터조차 잡아주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같이 셋방살이를 하는 멤버들로 구성해 놓고 실제 소속사 대표와 직원 사이를 강조하거나 예능에서 흔히 사용됐던 큰형과 막내의 일차원적인 관계성 등을 보여주니 '케미'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남은 건 힐링. 이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소 의견이 갈린다. 잔잔한 관계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는 반면 재미가 없으니 힐링을 얻을 틈이 없다는 의견도 팽배하다. 다만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른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힐링할 수 있는 지점을 굳이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재미와 '케미' 그리고 힐링까지 모든 걸 챙기는 예능은 물론 많지 않다. 그러나 '핀란드 셋방살이'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유독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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