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말이 있다. 이건 아마 배우 최우진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다양한 연극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연기 스펙트럼을 쌓아온 최우진은 마침내 지난해 배우로서 첫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성공적인 지상파 첫 데뷔까지 마쳤다. 최우진은 이걸 두고 '선물 같다'고 표현했지만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타이밍이 적절했으며, 최우진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최우진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대통령 대변인실 행정관 박도재 역을 맡은 최우진은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 최우진의 섬세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인터뷰 시작 전 취재진은 배우와 관계자에게,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서로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나눈다. 그리고 인터뷰가 시작되는데 최우진은 "저는 명함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며 자신이 준비한 자기소개서를 취재진에게 건넸다.
자기소개서에는 최우진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필모그래피를 나열한 홍보지가 아닌, 그의 별명부터 MBTI와 취미·특기, 좋아하는 색깔과 가장 행복한 순간, 그리고 버킷리스트까지 적혀 있었다. 이를 읽으니 최우진이 더 궁금해졌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다음 날 스케줄 없이 매운 음식 마음껏 먹을 때"라는 최우진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최우진과 약 한 시간가량을 대화하면서 "더 알고 싶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막힘없이 자신이 생각한 걸 청산유수 하게 정리해서 답변해 줬으며 중간중간 새어 나오는 예쁜 미소가 사람을 설레게 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빠질 때 "이 사람 이상해. 궁금해"로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러한 그의 매력을 박상우 감독 또한 느꼈기에 '지금 거신 전화는'에 캐스팅한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 소설을 다 읽고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원래는 오디션이 딱 하루였죠. 제가 준비한 박도재 역할을 보여드리고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오디션 잘 본 것 같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는데 오후에 연락을 또 주시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내일 납치범 대사로 오디션을 또 볼 수 있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부랴부랴 준비해서 다음 날 오디션을 보러 갔죠. 극한의 상황에 있는 대사를 하루 만에 얼마큼 준비해서 잘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준비한 것도 좋게 봐주셨는지 박도재로 캐스팅이 돼서 함께 하게 됐죠."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 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를 그린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4일 종영했다.
최우진은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반전 정체를 숨긴 대통령 대변인실 행정관 박도재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최우진은 대통령 대변인 백사언(유연석 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는 인물이다. 마치 비밀 요원처럼 지시받은 것은 완벽하게 처리하는 '일당백' 활약으로 '리틀 백사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최우진은 이런 반전 정체를 숨긴 박도재 캐릭터의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리틀 백사언'이라 불릴 만큼 모든 것이 절제된 모습부터 정체가 밝혀진 뒤 요동치는 모습까지 넓은 감정선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특히 백사언과의 '브로맨스 케미'가 큰 사랑을 받았다. 최우진은 "마지막에 둘이 다시 힘을 합친 걸 알았을 때 흐뭇하게 봤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도재에게 백사언은 복수의 대상이었어요. 하지만 진짜 내 형을 죽인 백사언은 따로 있었죠. 박도재 입장에서 봤을 때 대통령 대변인 백사언이 나에게 너무 잘해주니까 한편으로는 '우리 형을 죽인 사람이야. 내가 이러면 안 돼'라면서 복수의 칼날을 갈았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이 사람을 믿고 싶을 때도 있었겠죠. 그래서 우리 형을 죽인 백사언이 납치범이라는 걸 알았을 때 분노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헛다리 짚은 백사언에게는 더 미안한 감정이 컸겠죠."
이렇듯 박도재는 복잡한 서사를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자칫 잘못하면 캐릭터가 불확실하게 그려질 수 있는데 최우진은 이 서사를 완벽하게 해석해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2024년 '이재, 곧 죽습니다'로 데뷔한 최우진의 데뷔 후 첫 번째 작품이며 지상파 첫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였다.
"예고 때부터 대학교까지 쭉 연기 전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상파 데뷔를 꿈꿨죠. 상징적인 자리잖아요. 그래서 일단 꿈을 이뤘다와 동시에 너무 좋은 드라마에 좋은 역할로 참여할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했어요. 부담감과 책임감이 크긴 했지만 감독님과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촬영을 잘 마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최우진은 박도재 역할을 연기하면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는 "반전 있는 캐릭터라는 걸 알고 들어갔지만 뒷부분에 대한 대본은 다 나오지 않아서 항상 궁금했다. 그리고 완성된 대본을 봤을 때 정말 '큰일 났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저는 칼을 맞아본 적이 없는데 칼 맞은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되는 거예요.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을 해야 하고 이 상태로 감정 연기도 해야 하니까 경험이 많이 없는 저로서는 되게 힘든 도전이었어요. 근데 선배님과 감독님이 '이거는 도재 너의 장면이니까 네가 준비될 때, 천천히 시간 갖고 해'라고 얘기해 주셔서 힘을 많이 얻었죠. 이 장면이 지나고 나서는 좀 마음이 많이 놓였던 것 같아요."
극 중 유연석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많았던 만큼 최우진은 유연석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는 "유연석 선배님은 진짜 연예인이었다. 너무 스윗하고 최고였다"며 "'방해만 되지 말아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임했다"고 강조했다.
"대본 뒷부분이 나온 후에는 선배님도 도재의 정체를 알고 계시는 거잖아요. 만날 때마다 '배신자'라고 저한테 장난을 많이 쳐주셨어요. 덕분에 분위기가 많이 풀렸죠. 그리고 카메라 구도가 달라질 때 시선을 두는 방법이나 테크닉도 많이 알려주셔서 배우면서 했어요."
그러다 이내 최우진은 "유연석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언급한 자기소개서에도 롤모델에 '유연석 선배님'이라고 적혀 있다. 그는 "배우이자 사람으로서 롤모델이다. 본업 하실 때도 너무 멋있고 스태프나 후배들한테도 정말 잘해주셔서 제가 되고 싶은 배우의 모습을 모두 다 갖춘 분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이 너무 잘 돼서 그만큼 박도재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팬분들도 많이 생겼는데 그에 대한 보답으로 새로운 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마디로 대체 불가한 배우죠.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작품을 구상할 때 '이 캐릭터에는 이 배우밖에 없어. 얘만 소화할 수 있어'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정말 최우진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배우가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에 "박도재가 '리틀 백사언'이었다면 최우진은 '리틀 유연석'이 될 것 같다"고 칭찬하자 최우진은 부끄러운 듯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데뷔도 좋은 작품으로 했지만 이번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더 많은 분들께 제 얼굴을 알린 기회가 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박도재와 저는 운명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작가님께서 박도재에게 왼손잡이라는 설정을 입혔는데 저도 왼손잡이거든요. 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이게 운명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이걸 계기로 앞으로 더 좋은 캐릭터로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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