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수어 통역사 홍희주 役으로 열연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배우 되고 싶어"
배우 채수빈이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by스타쉽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킹콩by스타쉽 |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열심히 했기에 아쉬움이 따르는 법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걸 쏟아부었기 때문에 미련이 남는 거다. 배우 채수빈에게 '지금 거신 전화는'이 그러했다. 능수능란하게 수어를 사용해야 했으며 대사가 아닌 표정만으로 인물의 감정을 전달하고 호흡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컸다. 채수빈은 이걸 극복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렇기에 스스로 부족함도 느끼고 아쉬움도 남는단다. 하지만 이 또한 채수빈이 '좋은 배우'를 향해 가는 성장통일 뿐이다. '지금 거신 전화는' 속 채수빈은, 이미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채수빈은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 by 스타쉽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수어 통역사 홍희주 역을 맡은 채수빈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다 보니까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 결과 많은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를 그린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4일 종영했다.
채수빈이 맡은 홍희주는 우리나라 최고 언론사주 둘째 딸이자 차기 대권주자의 외동 며느리다. 국민들의 절대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아내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덟 살부터 시작된 함묵증과 만성 무기력증, 울화병으로 속은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희주의 입을 대신하는 건 손이며 소리를 대신하는 건 손짓이다.
홍희주는 선택적 함묵증을 앓고 있다. 말을 아예 못 하는 것이 아닌, 어린 시절 엄마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온 것. 주변 지인들에게도 자신의 함묵증을 '꽁꽁' 숨겨왔으며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외로운 인물이다.
"되게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인물이잖아요. 원래 아나운서가 꿈이었는데 엄마가 '너는 말할 수 없는데 어떻게 하냐'고 가스라이팅을 해왔죠. 자기가 선택한 게 단 하나도 없는 인물이에요. 너무나도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죠. 하지만 그래도 강단 있는 모습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그런 희주의 부분이 잘 보일 수 있게 연기했어요."
배우 채수빈이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 홍희주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방송 화면 캡처 |
홍희주를 연기한 채수빈 또한 작품 속에서 말을 하는 장면이 많이 없었다.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끌고 간다기보다는 수어와 눈빛으로 서사를 진행시켜야 했기 때문. 내레이션이 추가되긴 했으나 합을 맞춰볼 때는 말 없이 손과 눈빛으로만 표현해야 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거다.
"대사를 전달하지 않는다는 게 손발이 묶인 느낌이라는 걸 처음 느껴봤어요. 그래서 스스로 아쉬움이 좀 많이 남는 거 같아요. 제가 어떤 공간에서는 수어를 사용하고 또 어떨 때는 핸드폰 텍스트로 얘기하고 어떤 공간에서는 소통을 아예 안 하고 이러니까 많이 답답했죠. 그 점이 좀 힘들었던 거 같아요."
그렇기에 채수빈은 수어 연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평생 수어를 자신의 언어로 사용해 온 거니까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노력했다. 정말 쉽지 않았고 많은 공부가 됐다"고 털어놨다.
"수어를 할 때 '다음 손동작이 뭐였지?'라는 걸 느끼고 싶지 않아서 정말 제가 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술술 나올 수 있을 때까지 연습했어요. 근데 촬영팀도 수어를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으니까 시행착오가 많았죠. 겨우 다 익혀놨는데 나중에는 국제 수어로 해야 한다고 해서 그동안 해놨던 거를 다 버리고 새로 배워야 했어요. 근데 이게 또 꼬이다 보니 정말 힘들었고 원망스럽기도 했죠. 하지만 다 해놓고 보니까 열심히 했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어요."
최근 들어 '반짝이는 워터멜론'부터 '청설', 그리고 '지금 거신 전화는'까지. 수어를 조명하는 작품들이 많이 생기는 만큼 시청자들도 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채수빈은 "정말 예쁜 언어인 거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 친한 언니들의 애기들이 이 작품을 되게 좋아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괜찮아' '안녕하세요' 이런 표현을 수어로 따라 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 정말 뿌듯해요. 수어가 조금 더 친근하게 대중들한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부분이 정말 행복한 거 같아요."
채수빈은 "진심을 담아서 스토리를 전하는 전달자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킹콩by스타쉽 |
채수빈에게 이 작품이 어려웠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사언(유연석 분)과 핸드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얼굴을 보지 않고 호흡을 맞출 때가 더 많았기 때문. 그는 "서로의 감정을 주고받으면서 하는 시너지가 있는데 초반에는 다 통화로 이어지다 보니 고민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떻게 찍어야 할지 진짜 고민이 많았죠. 그래서 초반에는 연석 오빠가 전화를 해주면서 대화를 맞춰준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스케줄이라는 게 있다 보니 항상 서로가 촬영하는 시간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이럴 때는 연석 오빠가 직접 녹음을 해서 보내줬어요. 전화 통화도 타이밍에 맞춰서 틀어줘야 하는데 직접 연기하는 게 아니다 보니까 오류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서로의 톤을 파악하면서 연기하는 게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렇기에 채수빈은 '지금 거신 전화는'을 하고 나서 아쉬움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그는 "진짜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만큼 인물을 잘 그려내지 못한 거 같아서 스스로 아쉬움이 컸다.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스스로한테 실망한 부분이 좀 많았어요. 20대 때는 그냥 연기하는 거 자체가 행복했는데 요즘에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너무 아프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내가 연기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맞나?' 이렇게 자꾸 의심하게 됐어요. 근데 주변에서 '수빈아 아프지 않으면 그건 좋은 연기가 아닐 수 있어'라고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연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좀 달라진 거 같아요. 아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그 변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아쉬움이 많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채수빈이 연기한 홍희주는 그저 '완벽' 그 자체였다.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캐릭터의 무기력함부터 하고자 하는 일을 향한 굳은 의지, 자신의 롤모델이자 꿈꾸는 동경의 상대였던 사언과의 미묘한 감정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채수빈은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작품을 잘해 나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진심을 담아서 스토리를 전하는 좋은 전달자가 좋은 배우인 거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연기로 시청자분들께 인사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해요. 옛날에는 진짜 연기하는 게 좋아서 해맑게 그냥 즐기면서 연기했어요. 작품 속 한 인물이 돼서 연기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한 일이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작품이 잘 안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도 했어요. 작품이 어떻게 그려질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아니라 '이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거니까요. 이 부분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제 진심을 담아서 공감할 수 있는 연기를 하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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