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유연석, '지금 거신 전화는'의 새로운 언어
입력: 2025.01.09 00:00 / 수정: 2025.01.09 00:00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役으로 열연
"'섹시 미간' 수식어 감사해…좋은 힘 얻었다"


배우 유연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by스타쉽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킹콩by스타쉽
배우 유연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by스타쉽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킹콩by스타쉽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지금 거신 전화는'이 시작되기 전, 김지운 작가는 "유연석 표 '어른 멜로'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 자신했다. 작품이 공개되면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과감하면서도 절제된 감정선, 서로를 갈망하며 점차 뜨겁게 달아오르는 '어른 멜로'는 유연석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더욱 깊이를 더했다. 유연석만이 할 수 있던, 유연석이기에 완성된 '지금 거신 전화는'이다.

유연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킹콩by스타쉽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극본 김지운, 연출 박상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역을 맡은 그는 "열심히 그리고 정말 치열하게 찍은 작품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아서 너무 감사했다"며 "영상 댓글을 보면서 고생했던 것들이 싹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 거신 전화는'은 협박전화로 시작된 정략결혼 3년 차 쇼윈도 부부의 시크릿 '로맨스릴러'를 그린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4일 종영했다.

작품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에 웹소설 특유의 오글거리는 분위기와 낯간지러운 대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유연석은 "대본을 봤을 때는 낯설었는데 막상 찍을 때는 그렇게 안 느껴졌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사실 제가 낯간지럽게 느끼면 시청자분들도 몰입이 잘 안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 감정에 충실해지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 회에 '나 지금 나한테 벌주고 있는 거야' 이런 대사가 있는데 이 부분이 작가님께서 저한테 숙제를 준 것 같았어요.(웃음) 구현이 잘 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촬영장에서 찍을 때는 그런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좀 사무치게 느껴져서 잘 표현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유연석은 최연소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백사언은 내전 지역 종군 기자, 인질 협상 전문가, 공영방송 간판 앵커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온갖 스캔들로 물갈이가 빈번한 대변인 자리에서 깨끗한 이미지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단 한 번의 논란도 없던 전무후무한 기록의 소유자다.

이런 백사언에게는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아내 홍희주(채수빈 분)다. 정략결혼으로 맺어졌지만, 이 결혼 자체도 백사언이 홍희주를 사랑했기에 그를 지키기 위해서 진행한 거였다. 이런 백사언을 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희친놈'(희주에 미친놈)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유연석은 이러한 반응이 재밌다고 말했다.

"이야기 초반에 사언이는 희주한테 정말 확실하게 선을 긋거든요. 근데 이것도 사언이 희주에게 미쳐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였죠. 저는 뒷이야기를 아니까 마음껏 차갑게 대하려고 했어요. 이런 반전 있는 캐릭터를 좋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근데 또 곳곳에서 '희친자'의 면모들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데 시청자분들이 이걸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유연석은 극 중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킹콩by스타쉽
유연석은 극 중 대통령실 대변인 백사언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킹콩by스타쉽

초반에 홍희주에게 쌀쌀맞게 대했던 것도 잠시 협박범을 통해 희주를 향한 진심을 드러내고 점차 속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두 사람의 마음이 닿았을 때는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백사언의 다정함이 곳곳에 묻어나기도 했다. 유연석 또한 이 부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로맨스와 스릴러 두 장르가 함께 나오는데 그래서 톤을 더 극명하게 나누려고 노력했어요. 사언이 초반에는 굉장히 딱딱한 말투를 사용해요. 희주한테도 '했군' '했지' 이렇게 말하는데 이런 어미 처리들까지 대사에 있는 것들 그대로 살려서 하려고 했죠. 굉장히 냉철하면서도 차가운 캐릭터의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서사가 풀려가면서 이 인물이 점차 변화할 때는 사언의 따뜻함도 더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홍희주의 납치 이후 백사언이 그를 찾기 위해 기자회견을 여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백사언은 자신이 그간 숨기고 있던 비밀까지 모두 털어놓으며 홍희주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한 대통령실 대변인이 아닌, 홍희주를 사랑하는 그의 남편이었다.

"감정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에요.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 처해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자료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그러면서 느낀 건 그냥 하나의 인간이었다는 거예요. 대변인이고 아나운서 출신이고 그런 거 아무것도 상관없이, 내 가족이 사라졌으니 '도와달라' '찾아달라'고 하는 거죠. 그래서 직업적인 부분은 좀 내려놓고 하나의 평범한 인물로서 접근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또한 백사언과 홍희주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나누는 진한 키스 장면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반응을 얘기해주자 유연석은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왜 키스를 하는지가 중요한 거 같아요. 키스씬이 여러번 반복되면 어떻게 다른 감정으로 키스를 하는지에 더 신경을 써요. 감정에 치우쳐서 찍을 수도 있지만 저는 액션씬처럼 서로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얼굴 각도나 카메라의 위치 이런 것도 고민을 많이 했죠. 감정 가는 대로 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액션씬에 가깝게 준비를 하다 보니 좋게 봐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유연석은 더 성숙한 로맨스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킹콩by스타쉽
유연석은 "더 성숙한 로맨스도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킹콩by스타쉽

유연석은 작품의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OST까지 직접 가창했다. 유연석이 부른 곡은 'Say My Name(세이 마이 네임)'으로 홍희주를 향한 백사언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곡이다. 또한 유연석은 단순한 가창을 넘어 가사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곡의 핵심 키워드로 '노을'을 제안해 곡의 감성과 메시지를 더욱 풍성하게 완성했다.

"12부가 끝나고 나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OST를 떠올리게 됐어요. 한 부분이라도 사언의 마음을 담아서 희주한테, 그리고 시청자분들한테 들려주는 그런 노래를 만들면 의미가 있겠다 싶었죠. 거의 일주일 정도 준비해서 녹음했던 거 같아요. 가사 쓸 때도 제가 '노을'이라는 단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어요. 12부에 사언이 '희주는 곧 노을이야. 온통 다 너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이 찍은 노을 사진을 보여주거든요. 그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노을이라는 키워드가 가사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처럼 많은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유연석은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2024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연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로맨스 드라마다 보니까 베스트커플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베스트커플상도 받고 최우수연기상까지 주셔서 송구스럽지만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우주의 모든 미사여구를 다 끌어모아서 사언이를 멋있게 그려준 작가님에게 참 감사한 거 같아요. 배우로서 수식어를 하나 얻기도 쉽지 않고, 꼬리표처럼 오랜 시간 따라붙을 때도 있거든요. 그리고 그거를 능가할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지 못해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매 캐릭터마다 기억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지금 거신 전화는'에서도 '섹시 미간 백사언' 이런 수식어가 생겼는데 배우로서, 그리고 40대를 시작하는 입장에서 좋은 힘을 얻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로맨스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그 걱정이 무색할 만큼 완벽한 '인생 남주'로 돌아온 유연석이다. 그는 "로맨스는 감정의 디테일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 사랑이라는 건 결국 모든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제가 희주한테 수어를 처음 배우는 장면이 있어요. 대본을 봤을 때는 엄청 감동적이지 않았는데 리허설할 때마다 울컥하더라고요. 참 신기했어요. 소통의 부재가 있던 커플이 수어라는 낯설지만 그녀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이거든요. 그거를 집 치우다가 봤는데 혼자 갑자기 울었어요. 이런 게 로맨스의 재미이자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로맨스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으니까 앞으로도 더 성숙한 로맨스에 과감하게 도전해 보고 싶은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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