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 후회, 아픔, '강렬한 저음 보이스'로 표출
60년대 이후 가요계 관통하는 '불후의 명곡' 자리매김
가수 문주란의 인생곡 '동숙의 노래'는 사랑과 이별로 인한 후회와 아픔, 사랑하는 이를 잊어야하는 비극적 상황을 담은 가사에, 문주란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굵은 저음이 돋보인다. /앨범재킷 |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수 문주란은 66년 18살의 비교적 이른 나이에 데뷔했다. 여성스럽고 귀여운 인상과 달리 굵고 깊은 허스키 저음이 특징이다. 리즈 시절 별명은 국내 여자가수 중 음이 가장 많이 내려가는 가수, 즉 '국내 최저음 여가수'다.
이 때문에 목소리만 듣고 남자가수로 오해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만큼 굵고 낮게 깔려 그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데뷔 초기엔 인형같은 외모에서 나오는 동굴같은 저음의 목소리를 직접 보고도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놀랍게도 이런 저음은 이미 10대 초반에 완성됐다는 사실이다. 그가 부른 수많은 히트 노래 중 '돌지 않는 풍차', '타인들', '동숙의 노래', '나야 나' 등에서 유독 그 특징이 잘나타난다. 그의 인생곡은 66년 데뷔 히트곡 '동숙의 노래'를 꼽는다.
'동숙의 노래'는 사랑과 이별로 인한 후회와 아픔, 사랑하는 이를 잊어야하는 비극적 상황을 담은 가사에, 문주란 특유의 트레이드마크인 굵은 저음이 돋보인다. 훗날 장은숙을 비롯해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곡이기도 하다.
2012년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출연해 남진의 '나야 나'를 불러 1위를 차지하고 2020년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희열팀 슈가맨으로 출연해 예전과 그대로인 감미로운 저음을 선보였다. /KBS '아침마당' 화요초대석 |
'동숙의 노래'는 60년대 오동숙이란 여성의 사연이 깃든 노래다. 그는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검정고시 학원을 다니며 성실하게 살아가던 20대 여성이었다. 모든걸 다 바쳐 사랑했던 학원 선생에게 배신 당하자 칼로 찌르고 살인미수죄로 복역하는 비극적 스토리다.
'너무나도 그님을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마음/ 원한 맺힌 마음에 잘못 생각에/ 돌이킬 수 없는 죄 저질러놓고/ 뉘우치면서 울어도 때는 늦으리, 음~ 때는 늦으리'(문주란의 '동숙의 노래' 가사 1절)
한산도가 작사하고 백영호가 작곡한 이 곡은 66년 지구레코드사에서 발매된 문주란 정규1집 '문주란 히트송' 타이틀곡이다. 60년대 이후 가요계를 관통하는 불후의 명곡 중 하나로 꼽힌다. 감성적인 멜로디에 문주란의 강렬하면서도 깊고 풍부한 울림의 목소리로 잘 표현됐다.
이 곡은 발표된 뒤 사랑과 이별의 슬픔을 겪은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특히 가사 중 '너무나도 그 님을 사랑했기에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마음'의 구절은 화자의 심경을 깊은 내면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울컥함을 전달한다.
문주란은 '동숙의 노래' 이후 잇단 히트곡을 내며 67년, 68년, 72년, 73년, 74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 선정되며 인기를 누렸다. 이른 나이 데뷔와 유부남 스캔들에 휩싸이며 극단 선택과 '문주란 납치사건' 등으로 세간의 화제를 뿌렸다. /앨범재킷 |
'동숙의 노래' 이후 잇단 히트곡을 내며 67년, 68년, 72년, 73년, 74년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 선정되며 인기를 누렸다. 이른 나이 데뷔와 유부남 스캔들에 휩싸이며 극단 선택과 '문주란 납치사건' 등으로 세간의 화제를 뿌렸다.
사생활 문제와 소속사 계약 파기 문제 등으로 연예 협회로부터 6개월간 방송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86년 교통사고까지 겹치며 차츰 활동이 뜸해졌고, 스캔들로 인한 마음의 상처를 겪은 뒤론 현재까지 독신을 고수하고 있다.
문주란은 89년 발매한 트로트고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로 재기에 성공했고, 이후 '가요무대'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2년 설 특집 '나는 트로트 가수다'에 출연해 남진의 '나야 나'를 부르고 1위를 차지했다.
2020년 설 특집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8회에서 희열팀 슈가맨으로 출연해 예전과 그대로인 감미로운 저음을 선보였다. 슈가송인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비롯해 자신의 히트곡들을 불러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부산 출신으로 '공항의 이별' '공항에 부는 바람' '공항 대합실' '공항으로 가는 길' 등 공항을 소재로한 곡이 많다. '공항의 이별'은 72년 가족과 연인들의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노래로, 70년대 외화를 벌기 위해 독일로 떠나는 광부와 간호사의 안타까움을 담은 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