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성준,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을 만들기까지
입력: 2025.01.02 10:00 / 수정: 2025.01.02 10:00

'열혈사제2'서 마약 카르텔 수장 김홍식 役으로 열연
"부담감 안고 출발…사랑해 주셔서 감사해"


배우 성준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길스토리이엔티
배우 성준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길스토리이엔티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응원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빌런'이라는 게 이런 건가보다. 배우 성준이 '열혈사제2'에서 그린 악역이 그러했다. 악행을 일삼는 극악무도한 악역임은 분명한데 어딘가 엉뚱하고 때로는 뚝딱거리며 첫눈에 반한 여인을 보고는 무장해제 되기도 한다. 이러한 매력적인 인물에 생동감을 부여한 건 성준의 엄청난 노력과 캐릭터 소화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성준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극본 박재범, 연출 박보람)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마약 카르텔 수장 김홍식 역을 맡은 성준은 "시즌1이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반응이 좋아서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열혈사제2'는 낮에는 사제, 밤에는 천사파 보스로 활약하는 열혈 신부 김해일(김남길 분)이 부산으로 떠나 국내 최고 마약 카르텔과 한판 뜨는 이야기를 담은 수사극이다. 총 12부작으로 지난해 12월 27일 종영했다.

지난 2019년 4월 종영한 시즌1은 최고 시청률 22.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워낙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마니아층을 형성한 작품인 만큼 시즌2에 합류한 성준 또한 부담감이 컸다.

"시즌1에 출연한 '빌런' 형들이랑 워낙 친해요. 그래서 초반에 그 형들만큼 잘할 수 있을까 이런 걱정도 많았죠. 부담감이 정말 심했어요. 워낙 메가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도 컸죠. 처음에는 극복을 잘 못했는데 동료분들이 제 촬영본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고 촬영에 임할 수 있던 것 같아요."

성준이 맡은 김홍식은 인간 코스프레를 해보고 싶은 완벽한 악마다. 젠틀한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 뒤에 가려진 잔혹함으로 상대방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 인간병기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아버지 도박 빚에 팔려 어머니까지 잃고 태국까지 떠밀려갔던 홍식은 동남아 마약 카르텔 장군 아래서 전투조 수장까지 성장했다. 이후 김홍식은 자신의 고향인 대한민국 부산을 거점으로 자신만의 거대 마약 카르텔 왕국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안고 부산으로 돌아온다.

"라오스에서 온 거대한 마약상이라는 설정 자체가 센 척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힘을 많이 빼고 연기했어요. 몸무게도 12kg 감량했고 태닝도 꽤 했고 고되게 살아왔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죠. 남성 호르몬으로 가득한, 내가 형이야 이런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성준이 열혈사제2에서 빌런 김홍식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길스토리이엔티
성준이 '열혈사제2'에서 '빌런' 김홍식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길스토리이엔티

하지만 김홍식은 극악무도하기만 한 나쁜 '빌런'과는 결이 다르다. 김홍식은 박경선(이하늬 분)을 보고 첫눈에 반했으며 박경선과 데이트에 나설 때는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뚝딱거리기도 한다. 성준은 이런 '빌런'의 모습과 꿀 떨어지는 멜로 눈빛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상반된 이미지잖아요.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던 사람이 이렇게 한 사람 앞에서 무장해제를 해도 될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웃음소리 같은 표면적인 부분에서 차이점을 두기 위해 노력했어요. 너무 막 웃겨버리지는 말자고 생각했죠."

이같은 김홍식이 매력에 시청자들은 김홍식을 두고 "미워할 수 없는 '빌런'"이라고 호평했다. 성준 또한 "'빌런'이긴 하지만 나쁘게 보여야 한다는 거에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그저 제가 그리는 형식이 잘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홍식이는 보상 심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고생을 많이 했으니까 한국에서 인정받고 싶었겠죠. 그래서 홍식이는 남들에게 젠틀해 보이고 싶어 해요.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말투에서도 강하게 '죽여버린다' 느낌이 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너스레를 떤다던가 그런 느낌으로 표현했어요.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고향의 향수가 큰 인물이라고 해석했어요."

성준의 파격적인 액션 또한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특히 긴 팔다리를 이용한 액션과 다채로운 표정 연기로 보는 재미를 안겼다. 박경선과는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한 것도 잠시 극악무도한 장면에서는 무자비한 모습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액션스쿨 다니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죠. 무엇보다 현장에서 남길이 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남길이 형은 진짜 액션 배우다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짜 잘해요.(웃음) 그래서 많이 배우면서 연습했고 저는 힘을 항상 풀로 주려고 노력했어요. 마지막에 맨몸으로 크게 싸우는데 홍식이가 입는 옷이 타이트하다 보니 때리면서 옷이 찢어진 기억도 나요."

성준은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길스토리이엔티
성준은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길스토리이엔티

무엇보다 김홍식은 라오스에서 온 인물이기 때문에 극 중 대사도 라오스어가 상당히 많았다. 이를 떠올린 성준은 "정말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성조가 되게 신기해요. 우리나라는 말할 때 음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잖아요. 라오스어는 반대여서 흐름을 파악하는 게 되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저는 배우니까 해내야 하잖아요. 정신 차리고 라오스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특히 발음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죠. 나중에는 선생님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셨어요.(웃음)"

2011년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성준은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 '연애의 발견' 등 다양한 로맨스 작품에서 활약했다. 이후 '하이드 지킬, 나'에서 악역을 맡아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라는 것을 입증했으며 최근 다양한 악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로맨스물만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를 로맨스 쪽으로 좋게 봐주시는 분이 있어서 그런 역할을 주로 해온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사실 예전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해' 이런 거보다는 그냥 불러주시면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열혈사제2'에서도 '빌런'이라서 부담감이 있었다기보다는 시즌1이 너무 잘 됐고 전체적으로 남길이 형이 기둥이긴 하지만 제가 반대쪽 기둥을 잡고 가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큰일 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컸죠. '빌런'이라서 오는 특별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그렇지만 성준은 '열혈사제2'로 다시 한번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성준은 스펙터클한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세밀한 연기로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지지만 '빌런'일 때는 섬뜩한 카리스마를 자아내며 온도 차 열연을 선보였다.

"연기는 항상 어려워요. '열혈사제2'에서도 뻔한 악역의 느낌보다는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죠. 그래서 더 다양하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스타보다는 매력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느 작품에 나와도 '진짜 매력 있다'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요. 예전에는 좀 '이렇게 해야 해' 하는 닫힌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다 뭐든 해보고 싶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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