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공유, 굳은살이 있기에 가능했던 '트렁크'
입력: 2024.12.12 10:00 / 수정: 2024.12.12 10:00

넷플릭스 '트렁크' 한정원 役…서현진과 호흡
한정원의 버석한 모습 표현 과정 전해


배우 공유가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리스
배우 공유가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리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공유는 한정원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 중 일부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이 다소 어두운 시간을 거친 경험에서 나온 것일지라도 굳은살이 생겼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유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 연출 김규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1년간의 계약 결혼을 하는 한정원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2015년 출간된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트렁크'는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의 직원 노인지(서현진 분)가 한정원(공유 분)과 1년 동안 계약 결혼 생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스릴러 드라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됐으며 지난달 29일 전편 공개됐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이 서로의 트라우마를 위로하는 '구원 서사'를 표방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과정이나 설정은 호불호가 나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 서비스'라는 직업이 자칫하면 성매매혼 미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초반 등장하는 배드신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의견도 더해지며 일부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내비쳤다.

이를 의식해서였을까. 공유는 작품 공개 소감을 묻는 간단한 질문에도 "후반 작업에 대한 것은 배우의 영역이 아니다 보니 나 역시 이번에 처음 봤다"며 "음악적인 연출이나 편집점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당초 기획 제작했던 사람들의 의도는 잘 담기지 않았나 싶다"고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이와 함께 공유는 '트렁크'가 비록 조금은 비현실적이고 극단적인 설정일지라도 '그 이면에 지닌 이야기'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트렁크'에서 기간제 결혼 등 장치나 설정으로 쓰인 부분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요. 전 이 작품이 관계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였어요. 실제로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제게 '네가 믿는 사랑은 무엇인지'에 관해 물어보는 것 같았거든요."

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서현진과 호흡을 맞췄다. /넷플리스
배우 공유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를 통해 서현진과 호흡을 맞췄다. /넷플리스

이에 공유로서는 수개월의 촬영을 거치며 자신이 지향하는 사랑과 관계를 다시 한번 곱씹게 됐다. 그는 "소유의 사랑과 존재의 사랑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난 '소유의 사랑'은 지양하는 편이다. 물론 늘 뜻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항상 이상적으로 그리는 사랑 방식"이라며 "쉽게 말하면 집착이나 통제하려는 '소유'가 아닌 성숙한 사랑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반면 '트렁크'에서 등장하는 한정원의 전처 이서연(정윤하 분)이나 노인지(서현진 분)는 소유의 사랑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공유는 "서연의 경우 '소유의 사랑' 이상인 뒤틀린 사랑을 하고 있다"며 "인지도 마찬가지다. 정원이를 만나기 전에 양성애자의 남자를 '결혼'을 내세워 제도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어 했다는 점에서 본인이 소유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인지도 그 일을 겪고 본인 스스로 많은 생각을 했을 것 같다. 그래서 현재의 인지는 죄책감으로 자학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관계와 사랑을 담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한정원이란 인물을 깊게 탐구해 보고 싶었던 공유다. 그는 "정원처럼 겪지 말아야 할 일을 겪었던 사람은 아니지만 내 마음에도 본질적으로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어렴풋이 동질감이 느껴졌다. 어린 정원에 대한 연민이 생겼고 여기서부터 호기심이 시작됐다"고 돌이켰다.

배우 공유가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리스
배우 공유가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리스

공유가 가장 먼저 한 빌드업 과정은 한정원을 트라우마를 겪은 시점에서 내면의 성장이 멈춘 인물로 세워두는 것이었다. 그는 "그렇게 온전한 사랑에 대한 것을 보고 자라지 못한 정원이는 무엇인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무감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계속해서 말라가고 있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고 전했다.

공유의 계획은 작품 초반부터 통했다. 극 중 버석하고 암울한 이미지로 등장하는 한정원의 모습이 스스로를 말라가게 하는 어두운 서사를 짐작하게 했다.

다만 이러한 버석한 외적 모습이 의도적으로 연출한 바는 아니란다. 공유는 "그냥 보기만 해도 버석하게 생기지 않았나. 때문에 겉으로 표현하기 위해 따로 준비한 건 없다"고 전했다.

대신 내면적으로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혼자서 최대한 땅굴을 파려고 했다. 동시에 정원을 준비하면서 내가 날 고립시킬 때는 어떻게 하는지를 많이 곱씹었다"며 "그래서인지 그렇게 힘든 작업은 아니었다. 나 또한 일련의 시간을 겪어 왔기 때문에 캐릭터를 위해 꺼내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굳은살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공유는 인터뷰 내내 함께 호흡을 맞췄던 서현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그는 서현진의 연기를 두고 '지독하다'고 표현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공유는 "인지가 2회에서 절규하는 장면이 있다. 대본으로만 접한 장면이라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지 너무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날 촬영장에 갔을 때 혹시 그 장면만 따로 보여줄 수 있냐고 부탁해 보게 됐다"며 "시청자들과 달리 난 편집된 장면이 아니라 긴 테이크를 그대로 보는 것이지 않나. 보자마자 감독님께 '지독하다, 지독해'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난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던 장면이었다"고 떠올렸다.

"이런 장면을 찍고 난 뒤 배우가 갖는 여운이 어마어마해요. 이게 촬영 후 바로 올 수도 있지만 시간이 꽤 흐른 뒤 느닷없이 훅 올 때도 있거든요. 그만큼 자기를 갈아 넣어야만 가능한 장면이에요. 보면서 '이러니 (서현진이) 살이 안 찌지' 싶었어요."

배우 공유가 대표작이기도 한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후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배우 공유가 대표작이기도 한 드라마 '도깨비'를 촬영한 후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공유의 답변 중 특히나 '여운'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그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서현진을 이해하는 것일까. 공유는 "물리적인 에너지를 쓰는 건 당연하고 정서적인 측면에서 혼돈이 올 정도의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일련의 프레임 안에서 가짜를 연기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생채기가 나았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모두가 공유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는 '도깨비'도 마찬가지였다. 공유는 "한창 방송될 시기에는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난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왜 우울한지 모르겠어서 답답한 때가 있었다. '도깨비'가 코믹한 면도 있지만 복합적인 감정이 나오는 작품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나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김신이라는 캐릭터의 여러 감정과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유의 작품 활동은 오랜만이기도 했다. 잠깐 출연한 '오징어 게임' 시즌1을 제외하고는 2021년 공개된 '서복'과 '트렁크' 이후 무려 3년 만이다. 의도한 공백은 아니었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작품과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 만큼 어느 정도의 휴식 시간은 필요했단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니까 개인적으로 전 쉬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어렸을 때야 뭣도 모르니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 최대한 많은 작품에 임하고자 덤빈 적도 있었죠. 점차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며 어느덧 공백 기간이 길어진 것 같아요."

아직 공개될 작품이 남아 있는 공유다. 이에 그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전까지 안 해본 캐릭터이기 때문에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끝인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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