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4번째 미니 앨범 '이야기 보따리' 발매
'잉어왕'이 신나게 풀어놓는 다양한 이야기
안예은이 21일 4번째 미니 앨범 '이야기 보따리'를 발매했다. 무려 1년 9개월 만의 앨범이자 지난해 봄 지금의 소속사 DSP미디어로 적을 옮긴 뒤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다. /RBW, DSP미디어 |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사극풍 발라드' '납량특집' '호러송'.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수식들이다. 그 단어들에서도 알 수 있듯 안예은은 줄곧 색이 강하거나 애달프고 느린 음악을 내놨다. 그랬던 그가 이번엔 신나는 노래에 퍼포먼스도 한다. "자아가 조금씩 변하면서 유동적이 됐다"는 안예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안예은은 21일 4번째 미니 앨범 '이야기 보따리'를 발매했다. 무려 1년 9개월 만의 앨범이자 지난해 봄 지금의 소속사 DSP미디어로 적을 옮긴 뒤 처음 발매하는 앨범이다. 그간 싱글보다 앨범이 많았던 안예은은 새 회사로 온 뒤 싱글 단위로 결과물을 내놨고 앨범을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전 회사에서 정말 많은 곡이 쌓였고 사랑받는 곡도 생겼어요. 감사한 일이죠. 그때 작업 방식이 훈련이 돼서 장점으로 가져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 회사에 와선 더 꼼꼼하게 준비를 해서 나간다거나 싱글로 인사드리다가 앨범을 냈을 때 좀 더 긴 걸로 인사드린다는 기쁨이 있어요. 둘 다 장점이 있는 거 같아요."
2016년 SBS 'K팝스타5'에 출연해 독창적인 음악들로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던 안예은은 이후 여러 장의 앨범과 수많은 곡을 발표하면서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홍연'과 '상사화'로 대표되는 '사극풍 발라드'와 '능소화'와 '가위'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호러송'이다. 이와는 결 자체가 다른 창작 동요 '문어의 꿈'도 그의 대표곡이다.
지난 8년여 동안 쉼없이 달린 안예은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과정을 지나면서 그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음악을 그만두려다가 'K팝스타5'에 나가서 운 좋게 데뷔를 했어요. 그 전까지 저의 작업물에 자신이 없었는데 이런저런 노력들을 했고 지금은 그래도 건강한 자아로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분기점은 전작인 미니 3집인 거 같아요. 그 전에 냈던 앨범들은 '절망적이야'에서 끝났다면 미니 3집에선 '뭐라도 해보자'로 변했거든요."
안예은은 그렇게 자아가 조금씩 달라졌고 미니 4집을 준비하면서 "이번 기회에 신나는 것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앨범의 타이틀곡은 '잉어왕'이다.
안예은은 '잉어왕'을 1번 트랙에 배치했다. 이어질 4개의 트랙을 한데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서다. 주제는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다. 캐릭터를 잉어로 설정한 건 안예은의 태몽이 '잉어'여서다. 90년대 시장 장사꾼들이 하는 '골라 골라 잡아 잡아'를 첫 노랫말로 시작해 이야기꾼 캐릭터를 펼쳐낸다.
안예은은 활동을 하면서 자아가 조금씩 달라졌고 미니 4집을 준비하면서 "이번 기회에 신나는 것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탄생한 앨범의 타이틀곡은 '잉어왕'이다. /RBW, DSP미디어 |
"제가 지금까지 들려드린 노래들은 어떤 이야기를 주제로 잡고 그 이야기를 풀어서 음악으로 들려드리는 형식이었어요. '잉어왕'은 아예 이야기를 풀어주는 캐릭터를 주체로 '이런 얘기를 준비했어요'가 주제가 됐어요. 사운드 디자인을 하다 보니 이야기꾼이 혼자보다는 '장사패'가 좋을 거 같아서 댄서 분들과 함께 춤도 추게 됐어요.(웃음)"
이야기꾼이 신나게 풀어놓은 그 보따리 안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극 향기를 품은 이전 곡들과 달리 '현대적인 사운드'로 표현한 이야기들이다.
힘을 빼고 슬픔에 집중한 발라드 '이내', '사람들이 반기는 달은 보름달이라 다른 달들이 씁쓸하겠다'는 생각을 발전시킨 포크송 '그믐달', 가상세계에도 나의 사랑이 없음을 받아들인 화자의 이야기를 메탈에 담은 '그 사랑은 내 사랑이 아니었음을', '모두가 봄이지만 나는 아직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풀어낸 보사노바 장르의 '이곳은 아직 겨울이오'.
이 다섯 개의 트랙 곳곳에 안예은의 성장과 변화가 담겼다. 창법도 그 중 하나다. 작곡 전공인 안예은은 보컬에 자신이 없어서 오히려 더 용감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불렀는데 목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여러 소리를 쓰기 위해서 지난 봄부터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안예은은 창법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곡으로 '그믐달'을 꼽았다.
이 앨범은 안예은의 음악 스펙트럼 확장을 의미하는 것이지 방향성 변화를 예고하는 건 아니다. 그는 '납량특집'도 '사극풍 발라드'도 계속 낼 생각이다.
"'납량특집'은 우리나라 귀신만 소재로 하려고 했어요. 문제는 처절한 스토리가 있어야 원한도 쌓이고 노래를 쓸 게 있는데 우리나라 귀신만으로는 감정선이 비슷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언제까지 쓸 수 있을까 싶긴 해요. 다른 국가로 뻗어볼까 하고 있어요.(웃음) 그리고 '사극풍 발라드'도 안 한 지 좀 돼서 발매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안예은은 어느 것 하나에 매몰될 생각도 없고 변화에 주저할 마음도 없다. 그는 추구하는 방향성을 '백반집'에 비유했다. 익숙한 메뉴와 매번 새로운 메뉴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곳.
"변화를 줬을 때 좋아하는 분도 있겠지만 원래 했던 대표 메뉴가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잖아요. 물론 주 메뉴는 있겠지만 다른 메뉴들도 있으니까 '왜 이 메뉴는 안 드시지?'라고 생각하기보다 '다음엔 다른 메뉴 내놓으면 되지' 이런 생각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곡 작업을 해나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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