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곡(185)] 이문세 '나는 행복한 사람', 슬픈 비하인드
입력: 2024.11.14 10:30 / 수정: 2024.11.14 11:14

'살아있는 가요계 전설'로 이끈 이문세의 뚜렷한 존재감
세련된 발라드 창법 구사하며 호평, K-POP 트렌드 한축


13일 정규 17집 제작발표회를 가진 이문세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히트곡 부자다. 히트곡이 무수히 많은 만큼 그를 대표하는 곡들도 많다. 이문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조차 제목은 몰라도 그의 노래 한 두곡 쯤은 귀에 익숙할 정도다. /더팩트 DB
13일 정규 17집 제작발표회를 가진 이문세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히트곡 부자다. 히트곡이 무수히 많은 만큼 그를 대표하는 곡들도 많다. 이문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조차 제목은 몰라도 그의 노래 한 두곡 쯤은 귀에 익숙할 정도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공연을 준비하거나 앨범을 만들 때 기타를 잡고 열심히 노래하니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집중할 일이 있다는 게 지탱할 힘이 됩니다."

가수 이문세가 13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정규 17집 제작발표회에서 "앞으로 20년은 끄떡없이 (음악을) 할 생각"이라며 "박수 쳐주는 사람이 객석에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마이크를 잡아야 하고, 그래서 은퇴 공연은 하지 않는다는 게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이날 내년 발매할 17집 수록곡 '이별에도 사랑이'와 '마이 블루스'를 선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별에도 사랑이'는 연인과의 이별을 넘어 인생에서 겪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다양한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발라드다. 이중 '마이 블루스'는 이문세가 작사·작곡했다.

이문세는 가요계의 대표적인 히트곡 부자다. 히트곡이 무수히 많은 만큼 그를 대표하는 곡들도 많다. 이문세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조차 제목은 몰라도 그의 노래 한 두곡 쯤은 귀에 익숙할 정도다.

'파랑새' 오마니' '난 아직 모르잖아요' '야생마' '빗속에서' '휘파람'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밤이 머무는 곳에' '가을이 오면' '깊은 밤을 날아서' '광화문 연가'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붉은 노을' '해바라기' '옛사랑' '영원한 사랑' '애수' '사랑은 늘 도망가'.

이문세의 노래들은 그 위상 만큼이나 리메이크곡으로도 많이 불렸다. 83년 정규 1집 수록곡 '나는 행복한 사람'은 이후 장철웅, 채환 등이 리메이크했고, 1989년 발매한 이문세 베스트 CD '이문세 추억 골든'에도 다른 2집 수록곡과 함께 실렸다.

'그대 사랑 하는 난 행복한 사람/ 잊혀질 땐 잊혀진대도/ 그대 사랑 받는 난 행복한 사람/ 떠나갈 땐 떠나간대도/ 어두운 창가에 앉아 창밖을 보다가/ 그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 이 세상에 그 누가 부러울까요/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이문세 '나는 행복한 사람' 가사 1절)

오동식 작사 작곡의 이 곡은 이문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노래가 됐다. 작가 오동식은 노랫말 중 ' 잊혀질 땐 잊혀진데도, 떠나갈 땐 떠나간대도' 소절에 대해 "벽제 화장터에서 자신이 느낀 마음 그대로를 담은 슬픈노래"라고 밝힌 바 있다.

이문세는 노래 전달력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 음악 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상을 지닌 가수다. 7080 가수로는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며 광범위한 팬덤을 가진 '살아있는 가요계 전설'이라 할만하다. 요즘도 강력한 콘서트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80년대 뽕끼 넘치는 트로트 창법에서 탈피한 세련된 발라드 창법을 구사해 호평을 받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K-POP 트렌드의 한 축을 이끌었다. 90년~2000년대를 거치며 젊은 후배가수들과 다르지 않은 세련된 보컬로 사랑받고 있다.

이문세는 수많은 명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표출하고, 자신의 강점인 중저음역대를 강조해 음색이 쉽게 틀어지는 단점을 잘 커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은 가수 윤도현. /더팩트 DB
이문세는 수많은 명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표출하고, 자신의 강점인 중저음역대를 강조해 음색이 쉽게 틀어지는 단점을 잘 커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은 가수 윤도현. /더팩트 DB

이문세는 유머나 예능감이 좋아 방송인으로도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 연예계 데뷔부터 애초 가수가 아닌 라디오와 TV 프로그램 진행자로 출발한 만큼 전성기 때엔 MC나 DJ로서의 다양한 커리어도 빛이 났다.

MBC의 '영11' MC와 MBC 표준FM '별이 빛나는 밤에' 별밤지기로 10여년간 진행한데 이어 '두시의 데이트 이문세입니다'를 거쳐 '오늘아침 이문세입니다' 등의 라디오 프로그램 DJ로 20년 넘게 활약했다. MBC 라디오 골든 마우스를 수상했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어마어마하다. 83년 정규 1집 '나는 행복한 사람'을 시작으로 '난 아직 모르잖아요'(85년) '사랑이 지나가면'(87) '옛사랑'(91) '화무'(96) '빨간내복'(2002) 'BETWEEN US'(2018) 'Warm is better than hot'(2023) 등 지난해까지 정규 17집을 발표했다.

82년 발표한 비공식 1집 '떠돌이 인생도 하늘은 있다' '이문세의 넋두리'(86년) '새벽별'(88) 캐롤앨범(91/96) 라이브앨범(92/99/2003) '베스트앨범'(2002) OST곡 '알수 없는 인생'(2006) '사랑은 늘 도망가'(2010) '단비'(2019) '사랑을 말해요'(2023) 등을 포함하면 음악적 자취와 깊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이문세는 수많은 명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표출하고, 자신의 강점인 중저음역대를 강조해 음색이 쉽게 틀어지는 단점을 잘 커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수 고 김광석을 능가하는 표현력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문세의 음악적 성공에는 작곡가 이영훈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영훈도 빼어난 보컬리스트 이문세를 만나면서 빛을 봤다고 해야 맞다. 이영훈과 협업하며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키고, 한국식 발라드를 대중에 각인시킨 최초의 가수로 인정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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