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무대서 주목받는 스타 밴드들
대면 공연 재개 이후 밴드 음악 관심도 증가
실리카겔(위) 더로즈 등 스타 밴드들이 국내 밴드 음악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트랜스페어런트 아츠 |
'밴드 붐은 온다.' 록 음악팬들 사이에서 주문처럼 외우던 말이 현실이 돼가는 모양새다. 긴 시간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한 록 음악이 최근 대세 흐름을 타는 분위기다. 이에 국내 밴드 음악의 인기에 대해 조명하고 업계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요즘 대중음악계에서 눈에 띄는 장르는 단연 밴드 음악이다. 젊은 MZ 밴드들을 중심으로 밴드 음악이 소위 '힙'한 장르로 떠오르며 대중의 귀를 사로잡고 있다. 가요계 종사자들은 "요즘 다시 밴드 음악 인기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한다.
밴드 음악의 약진은 음원차트에서도 증명된다. 최근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100 차트를 살펴보면 밴드 음악이 다수 눈에 띈다. 너드커넥션, 데이식스, QWER를 비롯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속 류선재(변우석 분)이 속한 밴드 이클립스 등이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밴드 붐의 주역으로 꼽히는 팀은 실리카겔이다. 이들이 지난해 열린 '2023 멜론 뮤직 어워드(MMA)' 무대에 오른 순간은 밴드 붐을 증명하는 상징적 순간이었다. 2015년 데뷔한 이 팀은 이듬해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헬로루키 대상을 거머쥐고,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타며 '힙한 밴드'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뉴진스, 빈지노와 더불어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될 정도로 남다른 파급력을 보여줬다.
이들은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단독 공연 'SynTHESize III(신서사이즈 Ⅲ)' 좌석을 가득 채웠다. 각종 페스티벌에서도 확약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2023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2023 부산국제록페스티벌' 등 다양한 공연에서 활약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 국내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스페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2024' 등 해외 대규모 페스티벌에도 라인업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이밖에도 루시, 새소년, 터치드, 설, 나상현씨밴드, 유다빈밴드 등 인기 밴드들도 공연을 열었다만 하면 매진시킬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터치드(위) 유다빈밴드 등도 다양한 행사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는 인기 밴드다. /MPMG |
해외에서도 K-밴드의 활약이 눈부시다. 더로즈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규모 대중음악 축제로 꼽히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이 페스티벌 참가한 한국 가수는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 에이티즈와 더불어 더로즈까지 단 세 팀뿐이었다. 더로즈는 미주·유럽 투어도 매진시킬 정도로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해외 차트도 뚫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발매한 앨범 '듀얼'로 한국 밴드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8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웨이브투어스 역시 글로벌 음악 팬의 사랑을 받는 밴드다. 이들은 올 초 아시아·유럽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오는 9월 미국·캐나다 25개 도시를 도는 북미 투어 '0.03 World Tour(0.03 월드 투어)'를 연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미국, 캐나다 18개 도시에서 20회 공연을 진행해 전부 매진시킨 기록이 있다.
더로즈는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했다. /트랜스페어런트 아츠 |
밴드 음악이 부상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꼽힌다.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연 시장이 살아나며 밴드 음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프리즘홀 이기정 대표는 "팬데믹 이전에 밴드 음악의 설 자리가 적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기에 공연에 대한 대중의 목마름이 커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전히 끝나자 공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밴드 음악의 부활로도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며 OST로 삽입된 일본 록 음악이 주목받으며 국내 밴드 음악 인기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었는데 애니메이션 OST가 대부분 밴드 음악이다. 이로 인해 일명 J록이 틱톡 등에서도 유행했고, 알고리즘이 대중을 국내 밴드 음악까지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밴드 붐이 왔다고 보기엔 섣부른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밴드 음악의 인기가 일부 스타 밴드에만 쏠려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의견을 내놓는 이들은 "K팝 아이돌 시장처럼 밴드 신도 빈익빈 부익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스타 밴드의 탄생이 결국 전체 밴드 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준우 대중음악평론가는 '밴드 붐이 온 게 맞나'라는 질문에 대해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평론가는 "특정 밴드가 분위기를 리드하는 것도 있고, 그 밴드가 영향을 줘서 다른 좋은 밴드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업계에서는 밴드 음악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인디 레이블 관계자는 "최근 서울 홍대 거리를 살펴보면 악기를 들고 다니는 청년들이 많아졌다"며 "코로나 이전에는 대학교 밴드 동아리들이 인기가 없었는데 요즘 인기가 높다고 한다. 또 실용음악학원에 악기를 배우는 수강생 수도 늘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밴드 음악이 일부 마니아층이 아닌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분위기"라며 "활동을 쉬고 있던 일부 밴드들도 밴드 신의 고무된 분위기에 활동 재개를 준비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사이 활동하는 밴드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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