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제훈, 다년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 결정체 '모범택시'
입력: 2021.06.16 00:00 / 수정: 2021.06.16 00:00
배우 이제훈이 자신만의 캐릭터 데이터베이스를 아낌없이 공개하며 SBS 드라마 모범택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피알제이 제공
배우 이제훈이 자신만의 캐릭터 데이터베이스를 아낌없이 공개하며 SBS 드라마 '모범택시'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피알제이 제공

틈날 때면 다양한 캐릭터 구축→'모범택시' 만나 활약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이제훈은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도 캐릭터 연구에 몰두했다. 언제 어떤 작품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들을 수집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나간 셈이다. 그런 그에게 오랫동안 쌓아온 DB를 아낌없이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바로 '모범택시'였다.

이제훈이 최근 SBS 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오상호, 연출 박준우)를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작품은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이제훈은 극 중 타고난 직관력과 냉철한 판단력을 지닌 전 특수부대 장교 출신 무지개 운수 택시기사 김도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다크 히어로로 변신해 화려한 액션과 다양한 부캐릭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끌었던 이제훈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실제로 '모범택시'는 마지막회 시청률 15.3%(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SBS 역대 금토드라마 중 '펜트하우스2' '열혈사제' '스토브리그'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시청률에 이름을 올렸다.

종영 인터뷰 2주 전까지도 촬영을 진행했다는 이제훈은 작품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촬영을 한 장면이 16부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래서인지 너무 아쉬운 마음이다. 분명 10월 말부터 시작해서 촬영 기간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었는데, 모든 스태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이대로 끝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열린 결말이 만족스럽다는 이제훈이다. 그는 "마지막이 시즌2에 대한 이야기가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게끔 끝나서 좋았다"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또 다른 '모범택시'의 이야기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저는 기다리려고 한다"고 전했다.

배우가 나서서 시즌2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언급하니 시청자의 기대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이제훈은 출연 의향부터 수정 및 보완할 부분까지 생각하는 등 생각보다 더 시즌2에 진심이었다.

"개인적으로 모범택시라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전개됐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시즌1에 출연했던 분들이 모두 모여야 하겠죠. 그게 더 큰 의의가 있을 테니까 말이죠. 다만 더 이상의 사설 감옥은 없어야 해요. 악당들을 회개시키려고 안에 가둔 사설 감옥이 나중에는 무기개운수 사람들의 딜레마로 작용했어요. 때문에 '사적 복수'라는 명제를 고수하기보다는 억울한 피해자들을 돕고,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면 이야기가 보다 더 의의 있고 좋지 않을까 해요."

배우 이제훈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공개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는 설명이다. /피알제이 제공
배우 이제훈이 SBS 드라마 '모범택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공개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강렬한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는 설명이다. /피알제이 제공

이처럼 작품의 새 시즌을 먼저 생각할 만큼 '모범택시'를 향한 이제훈의 애정은 남달랐다. 사실 작품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훈은 "처음 대본을 보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사적 복수라는 명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진다는 점이 신선했다. 과연 시청자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도 궁금했다. 대본을 읽고 나니 스태프분들을 바로 만나 뵙고 싶었다. 작품에 대한 태도와 자세가 남다르다는 걸 느꼈다. 내가 배우로서 참여하는 작품이 믿고 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그 이후로는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혔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복수'라는 사이다가 있긴 하지만,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 문제는 전체적으로 무겁다. 때문에 중심에서 강약 조절을 해야 하는 이제훈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됐을 터다. 뿐만 아니라 김도기가 가진 어두운 과거와 아픔도 크기 때문에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도 쉽지 않았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분은 감독님의 디렉션을 전적으로 믿었어요. 이 판단이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잘한 선택이었죠.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모든 사람들이 잘 봐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하지만 캐릭터는 제가 해석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어려울 수밖에 없었어요. 김도기라는 캐릭터를 가볍게 그릴 수 없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아픔이 수반돼 살아가지만, 피해를 당하고 억울한 사연을 가진 약자들을 대신해 복수를 대행해주는 김도기의 모습이 묵직하고 무게감 있게 다가갔으면 했죠. 그러면서 동시에 복수를 같이하는 사람들과의 친밀감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가가기 쉽지 않은 사람인데 에피소드가 진행될 수록 융화되고 끈끈해지는 김도기의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싶었죠. 김도기도 처절하고 외로운 사람이었는데, 함께하는 사람들로부터 위로받고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 그 사람들 역시 김도기를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 잘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이 컸어요. 같이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김도기도 나쁜 사람들을 일당백으로 물리치는 건 불가능했겠죠.(웃음)"

배우 이제훈이 SBS 모범택시 안에서 1인 다역을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했다. /피알제이 제공
배우 이제훈이 SBS '모범택시' 안에서 1인 다역을 짧은 시간 안에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을 공개했다. /피알제이 제공

또한 이제훈은 드라마 내내 계약직 교사, 웹하드 회사 신입직원, 보이스피싱을 하는 조선족 등 다양한 부캐릭터를 소화했다. 매번 다른 설정은 물론이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다른 결을 보여줘야 했던 셈이다. 1인 2역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1인 다역을 더군다나 빠른 호흡으로 연기해야 하는 점도 부담스러울 법했다. 이제훈은 "1부~4부 에피소드만 보고 작품을 선택했다. 그 이후 내용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받았지만, 여러 캐릭터에 대해 자세하게 고민하고 연구하기에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제훈은 준비된 배우였다. 그동안 촬영이 있을 때든 없을 때든 연기만 생각했던 이제훈의 노력이 빛을 볼 기회를 만난 것이다. 이제훈은 "예전부터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수집하고 나열했었다. 그런 점들을 이번 작품에서 끄집어내서 보여줄 수 있었던 기회가 됐던 것 같다"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즐길 수 있었던 이유가 전부터 나름의 준비를 한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제훈은 다양한 부캐를 소화한 점에 관해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행운이었다. 물론 김도기라는 인물과 다른 부캐의 성격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의아해하거나 공감하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우려는 있었다. 그래도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에 믿고 자유롭게 연기를 할 수 있었고 재밌었다"고 전했다.

'모범택시'가 이제훈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은 이유는 또 있었다. 이제훈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재미를 선보이는 것이 1순위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보는 편이다. 하지만 작품이 단순히 즐거움으로만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인생에 대해 곱씹었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모범택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 곳이고,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것 같아 의의가 크다. 이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도 제가 이야기한 부분과 일맥상통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모든 제작진의 마음이 하나가 돼서 '모범택시'가 나온 것 같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똘똘 뭉쳤기 때문에 멋있는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에게도 자신만큼이나 '모범택시'가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이제훈은 "시청자들에게 사이다를 안기는 통쾌한 드라마로 남았으면 한다. 동시에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면서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애정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한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피소드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어진 이야기예요. 실제로 사건을 겪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겪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주변에 억울하게 피해를 입거나 아픔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에 분명 존재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해요. 그리고 그들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말 한마디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이에요. 저 역시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고 서로의 응원과 도움으로써 살아가고 있다고 믿어요. 그렇게 세상은 살 만하고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달했던 드라마로 기억되길 바라요."

끝으로 이제훈은 '모범택시' 이후의 계획을 귀띔했다. 그는 "조만간 거취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영화 제작을 하는 회사를 통해서 크리에이티브한 작업들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들이 마련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에서 목소리를 담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제작과 기획을 하는 배우로서 대중에게 인사드리고 싶다. 그런 활동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음과 동시에 언제나 꾸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팬분들이 기다려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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