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김남길'] 열혈 배우의 '열혈사제'
  • 박슬기 기자
  • 입력: 2019.05.02 05:00 / 수정: 2019.05.02 05:00
배우 김남길은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사제 김해일 역을 맡았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남길은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사제 김해일 역을 맡았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선택은 배우 일을 시작한 것"[더팩트|박슬기 기자] 위트와 소신, 솔직함. 배우 김남길을 단어로 표현하라면 이 정도가 있겠다. '선덕여왕'의 비담, '나쁜남자'의 심건욱 등으로 대중에겐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로 각인돼 있지만 실제 그는 유머러스함 그 자체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해서 매력인 그는 최근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4월의 마지막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김남길을 만났다. 이틀 연속 진행된 인터뷰 때문인지 꽤 지쳐 보였다. 하지만 시청률 20%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드라마 '열혈사제' 덕분인지 기분은 좋아보였다. 김남길은 '열혈사제'에서 특수부대 출신 사제 김해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실 촬영이 바쁘게 진행돼서 시청률 체감을 못 했어요.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좋아서인지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죠. '열혈사제'는 주인공이 돋보이는 드라마가 아니예요. 연기하는 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니까 그 앙상블이 잘 어우러졌죠. 박재범 작가가 70대 노인이 봐도 편안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잘 나온 것 같아요."

한동안 잦은 비 소식으로 잔뜩 하늘이 흐려있더니 김남길 인터뷰가 진행된 날은 날씨가 화창했다. 초여름이라 할 정도로 하늘은 맑았고, 온도는 높았다. 김남길은 그 날씨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게 아쉬워 보였다. "시청률 체감 못 하듯 요즘 날씨도 체감 못하고 있어요. 밖에 덥다면서요? 촬영 끝나자마자 스페셜 방송 녹화하고, 포상 휴가 갔다 와서 이렇게 인터뷰까지.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네요."

김남길은 출연하는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뤄 조화롭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남길은 "출연하는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뤄 조화롭게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열혈사제'는 SBS의 첫 금토드라마의 포문을 여는 작품이었다. 그만큼 중요했다. 제작진도 내로라하는 능력자들로 꾸려졌다. '김과장' '굿닥터' 등을 집필한 박재범 작가와 '귓속말' '펀치' 등을 연출한 이명우 PD가 만났다. 여기에 배우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 등 연기력 탄탄한 배우까지. 더할나위 없는 조합이다. 김남길은 제작진과 함께 했던 고민들과 뒷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재범 작가랑도 이야기를 많이 하고 부딪히기도 했어요. 이영준 신부가 죽으면서 드라마의 큰 줄기를 만드는데 주변 인물들이 한없이 가벼우니 그 간극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문제였죠. 그런데 그 부분이 잘 조율이 돼서 이야기가 잘 나온 것 같아요. 박 작가가 가볍게 가면 배우들이 무게중심을 잡아줬죠. 또 드라마 속 사건들이 최근 문제되는 사회 이슈와 맞물려서 관심있게 보신 것 같아요."

김남길은 실제 신부들도 자신에게 신부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삼화네트웍스 제공
김남길은 실제 신부들도 자신에게 "신부님"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삼화네트웍스 제공

하지만 '열혈사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금, 토요일이라 고정시청층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동시간대 경쟁작은 나영석 PD의 tvN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이었다.

"(배)정남이도 알고, (유)해진이 형, (차)승원이 형. 다 친한데 동시간에 '스페인 하숙'을 하더라고요. 정남이가 같은 시간에 한다고 귀띔하긴 했어요. 하하. 그때 '왜 우리랑 붙냐'면서 '2시간동안 해도 되는 거야?'라고 농담했었죠. 하하. 본격적인 사건 전개가 되던 때라서 바짝 긴장했던 것 같아요."

김남길은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이후 오랜 시간 무명생활을 한 그는 2009년 '선덕여왕'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어 SBS 드라마 '나쁜남자'로 인기몰이를 하나 싶더니, 2010년 군입대를 하면서 연기 생활을 '강제 일시 중지' 하게 됐다. 하지만 김남길은 군대가 배우 생활의 방향성을 잡아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선덕여왕' 이후로 이제야 진짜 하고 싶은 연기를 하게 됐는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군대에 가게 됐죠. 잘 되면서 본의 아니게 들뜨기도 했는데, 그걸 내려놓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주위도 더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서 작은 거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많이 배웠죠."

연기 인생에서 과도기도 있었다. 그는 영화 '무뢰한'을 촬영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생활을 포기하려고도 했다는 김남길은 전도연의 조언으로 다시 마음을 붙일 수 있었다.

김남길은 영화 무뢰한 찍을 당시 과도기였다고 밝혔다. /영화 무뢰한 스틸
김남길은 영화 '무뢰한' 찍을 당시 과도기였다고 밝혔다. /영화 '무뢰한' 스틸

"'무뢰한' 찍고 있을 때 '이 직업을 갖고 살 수 있을까'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상대 배우였던 전도연 선배한텐 말하지도 않았는데 귀신같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알더라고요. 칸 영화제 심사도 괜히 한 게 아니라니까요. 하하. 그때 선배가 '얼굴로 하는 연기는 그만할 때 됐다'고 가슴을 치면서 '여기서 나오는 연기를 하는 게 좋지 않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선배도 이창동 감독과 '밀양'을 하면서 힘들었는데, 거짓된 연기를 하다보니까 빈 간극을 채우려고 억지로 뭘 하게 됐대요. 감정엔 정답이 있는 게 아닌데. 그래서 그 때부터 연기 하는 데 재미를 느끼게 됐어요. 전도연 선배가 은인이죠."

김남길은 현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이야기하는 버릇을 많이 들여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이제 별의별 이야기를 다한다. 촬영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도 한다"며 "제가 새벽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잠결에 일어나서 항상 오신다"고 덧붙였다.

"부모님이 연기 할 때 영향을 많이 주느냐"고 묻자 그는 "함께 일하는 배우 동료들과 스태프들"이라고 답했다. 그는 "부모님 외에 가장 많이 붙어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니까 일할 때만큼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인생에서 배우를 한 게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남길은 "인생에서 배우를 한 게 가장 잘 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벌써 데뷔 17년차에 접어든 김남길. 그는 그동안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으로 "배우 일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가지를 꼽자면 첫 번째는 배우를 한 거고요. 두 번째는 제가 지금까지 한 작품을 선택한 거예요. 세 번째는 길스토리(김남길이 설립한 문화예술 NGO)를 한 거죠. 길스토리를 하면서 자신을 재정비하게 돼요. 과거를 되짚어보고 잘못된 건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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