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마더' 이보영 "딸 세대는 '엄마'에 대한 선입견이 없기를"
  • 강수지 기자
  • 입력: 2018.03.18 00:05 / 수정: 2018.03.18 08:45

마더 주연배우 이보영. 이보영은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다니엘에스떼 제공
'마더' 주연배우 이보영. 이보영은 15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다니엘에스떼 제공

'마더' 수진 役 이보영 인터뷰[더팩트ㅣ강수지 기자]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 이보영(39)이 또 한번 훌륭한 연기로 시청자를 만났다. 이보영은 15일 종영된 케이블 채널 tvN 수목드라마 '마더'(극본 정서경·연출 김철규 윤현기)에 출연해 상처받은 소녀 윤복(허율 분)을 구해내기 위해 윤복의 엄마가 되기로 한 여자 수진을 연기했다.

종영 당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이보영은 "어제 마지막 촬영을 했는데 정말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다"면서 "촬영 현장이 참 행복했다. 이렇게 따뜻한 현장,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고 작품을 떠나보내는 소감을 밝혔다. 시청자에게 호평을 받은 이유로 "우리 작품의 진심이 시청자에게 통했다고 생각한다. 작품 시작하면서 감독님에게 '메시지를 놓치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우리 촬영 현장은 스태프, 배우들, 분위기 모든 게 따뜻했어요. 이런 현장 다시 못 만날 것 같아요. 대본도 충분히 미리 나와 있었고, 대본 숙지에 대한 부담도 하나도 없었어요. 현장에서 수면 시간도 충분했고요. 모든 배우가 최상의 상태로 최선을 다해 연기할 수 있었죠. 스태프분들이 배우들이 연기를 잘할 수 있게 판을 잘 깔아줬어요. 감독님 최고예요(웃음)."

"(모든 어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나쁜 엄마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잘못하고 있는 게 아니고 인간이다 보니까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실수할 수는 있지만 살아가면서 서로 치유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엄마'라는 것에 너무 짓눌려서 '내가 나쁜 엄마가 아닐까?'하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더 스틸 속 배우 이보영. 이보영은 15일 종영된 케이블 채널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수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tvN 제공
'마더' 스틸 속 배우 이보영. 이보영은 15일 종영된 케이블 채널 tvN 수목드라마 '마더'에서 수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tvN 제공

이보영이 '마더'에서 연기한 수진은 여덟 살에 보육원 앞에 버려져 상처를 안고 자란 캐릭터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여덟 살 여자아이 윤복을 만나면서 성장하고 엄마가 됐으며, 자신의 친모와 양모를 이해하게 됐다. 이보영을 이번 드라마에서 윤복 캐릭터를 연기한 허율과 호흡으로 매회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남편(배우 지성)이 대본을 읽어 보더니 "너와 윤복의 멜로네"라고 하더라고요. 윤복과 대사할 때 어린이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하듯이 했어요. 수진은 윤복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어릴 때 힘들었던 것, 학대받은 게 창피했던 것, 입양된 사실을 숨기고 싶었던 위축된 마음을 윤복에게 친구처럼 가르쳐줬죠. 윤복에게 친구처럼 가르쳐 주는 게 어릴 적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어린 적 자신에게 뭔가를 알려준다는 느낌이었어요."

"윤복은 최고의 파트너였어요. 오늘 카드를 써서 주려고 해요. '네 첫 번째 연기 파트너가 돼서 이모가 영광이었다'고 적었어요(웃음). 정말 어떤 상대보다 최고였어요. 연기도, 준비하는 것도, 태도도 모두 최고였죠. 현장에서 인상 찌푸리는 일, 투정 부리는 일 한 번 없었어요. 어른들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운 아이예요. 연기를 해야 하는 아이인 것 같아요. 이렇게 촬영 현장을 즐거워하는 아이라면 말이죠. 진짜 대견했어요(웃음)."

이보영은 지난 2013년 지성과 결혼해 슬하에 딸 지유 양을 두고 있다. 엄마이자 딸의 역을 다하고 있는 이보영에게 수진의 어떤 점이 와닿았을지 궁금했다.

"'마더'는 제가 실제 엄마가 된 후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고 있었어요. 아이를 낳고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 '왜 나는 엄마라는 이유로 항상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까지도 혼나야 하지?'하는 거였어요. 왜 나는 당연히 준비된 것처럼 엄마가 돼 있어야하는지 말이죠. 남편이 아이를 안고 있으면 남편에게는 '자상하다'하고 칭찬해주더라고요. 남편이 아이를 안고 있을 때 지나가던 분이 남편 귀에 '아이고 고생이 많아'라고 말하고 가신 적도 있어요. 울컥울컥했죠."

"괜히 '내가 나쁜 엄마인가?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하지 않나?' '왜 사람들이 나에게 뭐라고 하지?'하고 계속 고민했어요. '왜 워킹맘은 미안해야 하지?'라는 의문도 있었죠. 엄마들이 이 드라마에서 제가 말하고 있었던 부분을 슬퍼해주고 공감해주는 것 같아요. 엄마의 모습이 하나는 아니에요. '엄마는 당연히 이래야한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죠. 그런 사회적인 시각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저와 남편은 프리랜서여서 육아를 함께할 수 있어요. 운이 좋아요. 제 올케만 해도 아이 낳고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제 딸 세대는 그런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일하는 것을 미안해하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기를. 배우 이보영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마더에 대해 (대중에게)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tvN 제공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기를". 배우 이보영은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마더'에 대해 "(대중에게) 가끔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tvN 제공

이보영의 작품 선택 기준은 '장면'이다. 대본에서 연기 욕구를 자극하는 장면을 발견하면 해당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고 한다. '마더'에서 이보영을 사로잡은 대사는 1회에서 학대를 받고, 반 친구들에게는 괴롭힘을 당하는 학생 혜나(윤복 본명)에게 수진이 손톱깎이를 사 주며 "선생님 이야기 잘 들어. 지저분한 아이는 공격받아. 돌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거니까.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스스로 돌봐야 해"라고 조언한 부분이다.

"그 장면을 정말 연기하고 싶었어요. 제가 아이를 낳고, 또 유니세프 홍보대사를 하면서 아이의 사소한 것들이 모두 교육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손톱을 깎는 것도, 화장실 물을 내리는 것도, 속옷은 자주 갈아입어야 한다는 것도 말이죠."

"드라마 초반에 '아동학대 무섭다'는 반응을 봤어요. 영상으로 보는 게 무섭다면 실제로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보기 싫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실제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하고 생각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모든 아이는 보호해줄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마더'는 아동학대 문제를 집중 조명하며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워줬고, 엄마와 가족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게 했다. 이보영은 이번 드라마가 대중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기를 바랄까.

"가끔 다시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번 드라마에 참여하면서 특히나 저를 행복하게 했던 점은 우리 가족, 주변 사람들이 저를 '이보영'으로 보지 않고 '수진'으로 봤다는 점이에요. 미용실 원장님은 지금껏 제 작품 본 방송을 챙겨보는 편이 아니었는데 '마더'는 본 방송 보고, 유료 결제해서 VOD로 또 봤대요. 저만 보면 자주 울기도 했고요(웃음). 오늘 아침에도 '수진아 수고했어'라면서 저를 안아주더라고요(웃음).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몰입하는 게 쉬운 게 아닌데 말이에요. 대중들에게도 ‘계속 꺼내보고 싶은 작품’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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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ㅣ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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