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화만사성' 저열한 '불륜 드라마' 될까 무섭다
[더팩트ㅣ김민지 기자] 또 하나의 '역대급 불륜 드라마'가 등장했다. MBC 새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극본 조은정, 연출 이동윤 강인)이다. 이 드라마는 지금까지 단 4회 방영됐지만 불륜도 모자라 그로 인해 생긴 아이까지 등장하는 등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야기 전개는 마치 '고구마'를 먹고 물을 마시지 않은 듯 답답해 시청자들을 화나게 한다.
'가화만사성'의 트러블 메이커는 바로 봉만호(장인섭 분)다. 무능력한 그는 평소에도 일에 관심 없이 허랑방탕하게 지내더니 결국 주세리(윤진이 분)와 사이에서 아이까지 낳았다. 그럼에도 반성의 기미는 없다. 분노에 찬 아내 한미순(김지호 분)이 화를 내자 되려 이를 나무라는 못난 사내가 바로 그다. 특히 "넌 여자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다"며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치는 봉만호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봉만호 가족들의 태도다. 봉가네 식구들은 처음 장남의 불륜을 알게 됐을 때부터 며느리에게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이는 한미순이 충격을 받을까 봐 걱정했다기보다 능력 있는 그가 없으면 식당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한 결정이었다. 참으로 이기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일에 '가정의 평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아전인수 격으로 일을 처리하는 그 행태에 코웃음만 나올 뿐이다.
봉가네 식구들은 한미순이 모든 사실을 알고 분노했을 때에도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를 설득했을 뿐 누구 하나 진심으로 한미순을 위로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 한미순이 친정어머니처럼 믿고 따르던 배숙녀(원미경 분)에게도 배신감을 느낀 것 아니겠나. 게다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봉삼봉(김영철 분)은 이런 며느리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하기는 커녕 한미순의 슬픈 분노를 외면한다. 무려 10년 동안 한 가족이라 믿고 가족들을 살뜰히 챙겼던 한미순의 배신감이야 말해서 무엇하랴.

'가화만사성'의 기획의도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고, 한미순과 봉만호 부부의 얘기도 드라마에서 이 기획의도를 살리는 에피소드의 하나다. 그런데 문제는 봉가네가 한미순을 가족으로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한미순이 자신의 딸이었어도 봉삼봉과 배숙녀는 불륜남을 감쌌을까. 상황을 뒤집어 후에 사위 유현기(이필모 분)의 불륜이 들켰을 때도 부부는 딸 봉해령(김소연 분)에게 참고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봉가네에 청춘을 바친 한미순만 불쌍할 뿐이다.
전통적인 주말드라마의 클리셰로 봤을 때 마음씨 좋고 착한 한미순은 후에 봉만호를 용서하고 주세리의 아이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것이 드라마의 기획의도처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왜 한 사람의 희생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져야 하나. 또 한미순은 무슨 죄를 지어서 또 한 번 가족이라는 멍에를 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만약 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한미순은 물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화병이 일어나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한미순이 이혼을 하고 자신만을 위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면 그야말로 '사이다'같은 시원함을 줄 것이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다면 봉가네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한미순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이 맞다. 진심으로 서로를 위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봉가네가 진짜 한미순의 가족이라면 힘들어하는 그의 마음을 먼저 위로하고 한미순이 원하는 일을 들어줘야 한다. 제발 '가화만사성'만큼은 '남자가 그럴 수 있지'라는 구시대적이고 저열한 인식을 심어주는 이야기 전개를 하지 않길 바란다. '막장 드라마'의 전형처럼 시청자들의 울화병을 도지게 만들어서 시청률을 높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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