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프로듀스101', 소녀는 왜 'F등급' 유니폼을 입었나
  • 성지연 기자
  • 입력: 2016.01.30 05:03 / 수정: 2016.01.30 01:53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소속사 연습생들. 29일 오후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 101 2화에서는 최종 걸그룹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위해 101명의 후보들이 합숙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엠넷 캡처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소속사 연습생들. 29일 오후 방송된 엠넷 '프로듀스 101' 2화에서는 최종 걸그룹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위해 101명의 후보들이 합숙 트레이닝을 시작하는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엠넷 캡처

F등급 받은 연습생, 데뷔 전부터 '백업'타이틀에 의기소침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10대 소녀가 처량한 눈빛으로 거울 속 비친 제 모습을 바라봤다. 한참을 슬픈 눈빛으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고개를 떨궜다. 그가 입은 회색 유니폼엔 큼지막한 'F'가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방송된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2화에서는 첫 방송에서 소개된 국내 46개 기획사 연습생 101명이 생방송 무대를 목표로 합숙하며 트레이닝 받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연습 전부터 풀이 죽은 F그룹. 이날 F그룹에 속한 연습생들은 자신없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처지를 들러리라고 표현해 안타까움을 샀다. /엠넷 캡처
연습 전부터 풀이 죽은 F그룹. 이날 F그룹에 속한 연습생들은 자신없는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처지를 '들러리'라고 표현해 안타까움을 샀다. /엠넷 캡처

이날 101명의 연습생은 첫 평가에서 내린 등급으로 반을 나누어 댄스부터 노래까지 혹독한 훈련을 시작했다. 그 가운데 실력에 따라 최고 등급인 A부터 최하 등급인 F까지 나뉜 연습생들에겐 저마다 합숙소에서 각자 등급에 맞는 유니폼이 주어졌다. 제작진이 준비한 유니폼은 등급마다 다른 색깔과 표시로 명확히 구분됐고 뒷면엔 큼직하게 자신의 등급까지 적혀 있었다.

최하위 F등급은 회색 유니폼으로 구분됐다. F그룹의 연습생들은 유니폼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며 "F가 거울에 반사되니 'ㅋ'같다"며 깔깔 웃었지만, 이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A그룹의 자신감 넘치는 연습 태도를 지켜보며 "벌써 우리랑 분위기가 다르다"고 고개를 숙였다. F그룹 오한아름은 "F등급을 받고 나서 애들이 쪼그라든 것 같았다. 분위기가 모두 다운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F그룹은 댄스 트레이닝에서도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댄스 트레이너로 나선 가희는 F그룹의 태도를 지적하며 "이렇게 했다가는 백업밖에 못한다. 자신의 등급에 슬퍼하지 마라. 연습의 효율을 위해 분류한 것뿐"이라며 안타까워 했지만, 그의 지적은 도리어 연습생들의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

'프로듀스 101'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F그룹 박하이는 "등급이 낮은 것보다 그 '백업'이란 단어가…"라며 말을 맺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첫 방송에서 시청자 투표 1위를 차지한 전소미. A그룹에 속한 전소미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엠넷 캡처
첫 방송에서 시청자 투표 1위를 차지한 전소미. A그룹에 속한 전소미는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에 결국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엠넷 캡처

최고 등급인 A그룹도 자신의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그 가운데 첫 방송부터 시청자 투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JYP연습생 전소미는 A그룹에 속했지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제아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던 전소미는 산만한 태도로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이후 전소미는 제작진과 인터뷰에서 "방송 전부터 'JYP 소속 연습생'이라는 타이틀,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험자라는 부담이 컸다. 기대하는 만큼 보여주지 못한 것이 너무 걱정되고 슬프다"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프로듀스 101'2화를 통해 비친 101명의 연습생은 모두 각자받은 평가를 통해 유니폼으로 구별됐지만, 각자의 처지는 같았다. 상위 그룹은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하위그룹은 '백업'이란 주홍글씨를 버리려 고군분투했다. 학교 내 이뤄지는 '우열반'과 다를 바 없는 모양새였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긴장과 부담감에 눈물을 터뜨리는 출연진들. 이날 프로듀스101에서 보여준 노골적인 등급부류는 어린 10대 소녀들의 자존감을 저하시키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엠넷 캡처
쉴새없이 몰아치는 긴장과 부담감에 눈물을 터뜨리는 출연진들. 이날 '프로듀스101'에서 보여준 노골적인 등급부류는 어린 10대 소녀들의 자존감을 저하시키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엠넷 캡처

'프로듀스 101'은 참가자의 경쟁을 통해 가능성 많고 우수한 실력을 겸비한 이들을 발굴, 걸그룹 멤버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그룹을 나누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노골적인 '등급 표시'는 어린 소녀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가혹한 규칙이다.

비단 걸그룹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경쟁사회'에 살고 있다. 남들보다 빼어난 역량을 보여야 낙오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경쟁만' 강요하는 사회에서 '프로듀스 101'이 보인 노골적인 등급분류는 아쉽기만 하다. 굳이 어린 소녀들을 모델로 내세워 적나라한 등급 표시를 해야했을까.

경쟁은 중요하다. 하지만 경쟁에 앞서 협업의 중요성, 땀 흘려 빚어낸 결과물에 느끼는 뿌듯함, 꿈에 대한 열정 등을 가르치는 게 먼저다. 이제 막 사회라는 '정글'에 발 디딘 어린 소녀들이 상처받고 경계선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도록 어른들이 신경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제작진 또한 자극적인 시청률을 보다 방송의 본래의 목적을 염두에 두는 소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로듀스101'에 출연한 어린 소녀들을 롤모델로 여기는 브라운관 밖 10대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amysung@tf.co.kr
[연예팀ㅣ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