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토가요'에는 강경대응, 日 예능 표절 논란에는 왜…
"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일본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 제작진이 지난달 28일 방송된 '무도 큰잔치'의 '인간 선물 뽑기' 게임 표절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참고는커녕 일본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으며, 표절 논란이 불거진 뒤에도 보지 않았고 볼 필요도 없다는 게 요지였다.
표절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취지겠지만 어쩐지 이 해명이 마냥 개운하지만은 않다. 본 적도 없다는 부분이야 납득할만한 설명이지만 표절 논란이 불거진 프로그램을 확인조차 하지 않겠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문제가 된 게임은 '무도 큰잔치'에서 한 '인간 선물 뽑기'였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초대된 게스트들은 각각 박 팀과 정 팀으로 나뉘어 게임을 진행했다. 두 사람이 한 조를 이뤄 풀 안에 떠 있는 선물을 잡는 게임인데 한 명이 와이어에 매달린 채 인간 집게 노릇을 했고 한 명이 인간 집게를 조종했다.
지난 2013년과 지난해 비슷한 게임이 일본 후지 TV '톤네루즈노미나상노오카게데시타'라는 프로그램에서 시도됐다. '쫄쫄이 의상'을 입은 출연진이 두 팀으로 나뉘어 대결을 펼치는 코너 '모지모지군'에서 한 '인간 UFO 캐쳐'라는 게임이었다.
'인간 UFO 캐쳐'는 일본의 게임 회사 세가의 인형 뽑기 게임 'UFO 캐쳐'를 참고해 만든 게임이다. 47도에 달하는 물 위에 떠 있는 어묵탕 재료들을 인간 집게가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두 명이 짝을 지어 한 명이 인간 집게, 한 명이 조종을 맡는다.

'인간 UFO 캐쳐'와 '인간 선물 뽑기'라는 이름, 화면 구성, 물에 빠진 출연진에게 '데쳐진다'는 표현을 쓴 것, 도전자들의 의상 등이 유사했다. '물' 위에서 하는 인형 뽑기라는 점도 그랬다. '인간 UFO 캐쳐'는 어묵탕 안에서 재료들을 건져내는 콘셉트이기에 '물'이 사용된 게 자연스러웠지만, '인간 선물 뽑기'에서 왜 물이 쓰였는가에는 물음표가 찍힌다.
물론 '무한도전'이나 '톤네루즈의미나상노오카게데시타' 이전에도 이런 형식의 게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KBS2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도 신혼부부들을 위해 연예인들이 인간 집게가 돼 가전제품 모형을 들어 올리는 코너가 있었다. '무한도전' 측이 "'인간 인형 뽑기' 콘셉트의 게임은 예전부터 종종 시도됐던 것"이라고 표절 논란에 대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단지 '장르적 유사성'으로 보기에는 찝찝한 부분이 많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 '인간 선물 뽑기'는 인형 뽑기라는 소재만 가져왔을 뿐 같은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차이점이 있지만 '인간 선물 뽑기'와 '인간 UFO 캐쳐'는 그냥 보기에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예능 프로그램을 본 적도 없다는 '무한도전' 제작진의 말을 믿지 못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여러 시청자들이 의혹을 제기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거다. 일부러 따라한 게 아니라 할지라도 표절 의혹이 인 이상 논란이 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모니터 하고 이에 대해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내는 게 대중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으로서의 의무 아닐까.

'무한도전'은 지난해 기획했던 프로젝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와 유사한 콘셉트, 상호 이미지를 도용한 업체에 강경 대응할 뜻을 비쳤다. "'토토가' 특집 방송 이후 이 상호로 다른 행사를 주최해 시청자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생길까 우려된다"는 게 당시 MBC의 입장이었다. 1990년대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연을 기획, '토토가'와 유사한 명칭인 '토토가요'를 썼던 클럽이 문제가 된 문구를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문제는 잘 합의 돼 넘어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1990년대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공연은 '토토가'에서 처음 시도된 게 아니다. '토토가'라는 명칭 역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와 '나는 가수다'가 합쳐진 말이다. 물론 '토토가' 이후 1990년대 열풍이 불고, '토토가'라는 명칭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 화 된 건 맞지만 장르적으로 유사한 공연이나 클럽은 얼마든지 있었다는 것이다.

'인간 선물 뽑기'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비슷한 게임으로 보일 수도, 누군가는 '세상에 새로운 게임이 어딨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이를 본 시청자들 여럿은 '인간 선물 뽑기'와 '인간 UFO 캐쳐'가 혼란을 줄 만큼 유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이 끝난 지 3일 째. 여전히 '무한도전'은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온 표절 의혹에 대해 어떤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공식 보도 자료 역시 없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무한도전'의 이중 잣대가 안타깝다.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afreec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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