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미생' 손종학 "마 부장과 싱크로율? 저 귀여운 남자예요"
  • 김한나 기자
  • 입력: 2015.01.05 06:00 / 수정: 2015.01.04 19:46

tvN 금토드라마 미생 속 마초 캐릭터 마 부장 역을 맡았던 배우 손종학이 더팩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 김슬기 기자
tvN 금토드라마 '미생' 속 마초 캐릭터 마 부장 역을 맡았던 배우 손종학이 더팩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 김슬기 기자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tvN 금토 드라마 '미생'은 현실과 높은 싱크로율로 직장인의 애환을 그리면서 시청률도 화제성도 으뜸이었다. 시청자들이 '미생'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고졸 출신 장그래가 느끼는 높은 사회의 벽과 악역을 자처한 캐릭터들의 현실감 넘치는 악랄함에서 오는 공감이었을 것이다.

특히 여성 비하와 팀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마초의 전형을 보여준 마 부장은 시청자 마음속에 불량 상사 하나씩을 떠올리게 하며 적은 출연 분량에도 막강 존재감을 발산했다.

마 부장을 얄밉도록 잘 살린 배우 손종학은 어떤 사람일까. <더팩트>가 만난 그는 세모 눈에 호랑이 눈썹을 한 채 공기마저 얼음으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처진 눈에 한없이 사람 좋은 웃음을 가진 중년 남성이었다.

◆ "연비 높은 캐릭터 마 부장, 연기할 수 있던 것 감사"

일단 '미생' 촬영을 끝낸 소감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미생'의 '미'자만 나와도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번졌다.

"섭섭하고 아쉽고 먹먹하기만 합니다. 그런 멋진 드라마에 참여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가문의 영광이랄까요. 만감이 교차하네요."

손종학은 미생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마 부장으로 극중 악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 tvN 방송 화면 캡처
손종학은 '미생'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마 부장으로 극중 악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 tvN 방송 화면 캡처

'미생'을 촬영한 최근 몇 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치는 듯 그의 눈동자는 창밖 먼산을 향했다. 연극 영화 등 연기를 시작한지 28년. 수많은 작품을 소화하며 연기에 잔뼈가 굵은 그이지만, '미생'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선 배우 손종학이라는 인물을 각인해준 작품이기 때문.

"마 부장은 참 연비 높은 캐릭터였어요.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출연하고 나면 반응은 장난 아니었거든요. 직장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마 부장을 어떻게 연기할지 고민이 많았던 차에 그런 반응들은 큰 힘이 됐습니다. 물론 마 부장 캐릭터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욱하는 성격은 갖고 있지 않나요? 이성적으로 감추고 속에 담고 있을 뿐이니까요. 마 부장 같은 캐릭터는 비일비재한 캐릭터죠. 오히려 마 부장을 연기할 수 있던 것이 감사했어요. 캐릭터에 마음이 가기도 했고요. 오히려 마 부장 덕분에 배우로서 언급도 되고 재밌어요."

껄껄 웃어 보이는 얼굴에서 마 부장 특유의 표독스러움은 찾아볼 수 없다. 김원석 감독은 그의 어떤 면모를 보고 캐스팅을 결정한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날 밤 11시쯤 '미생' 제작진 측에서 연락이 왔어요. 한 번 보자고요. 다음 날 해외 출장이 계획돼 있었지만 짐 싸는 것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미팅을 나갔죠. 그 후 출장을 다녀오니 출연하게 됐다는 결정이 나 있었어요. 김원석 감독이 영화 '일대일' 속 내 캐릭터에서 마 부장을 봤다더라고요. 출연이 결정됐을 때는 얘기 안 했는데 중반 쯤 '사실은 미팅한 후 실물을 보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얘기해주더군요. 생각보다 유하게 생겨서 고민하다 용단을 내린 거라고요.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사실 한 귀여움하긴 합니다. 하하하."

손종학은 미생 김원석 감독에 대한 칭찬으로 눈길을 끌었다. / 김슬기 기자
손종학은 '미생' 김원석 감독에 대한 칭찬으로 눈길을 끌었다. / 김슬기 기자

◆ "김원석 감독, 배우 재량 펼칠 수 있게 멍석 깔아줬다"

촬영장과 제작진 출연진 얘기가 나오니 얼굴에 연신 싱글벙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화기애애했던 '미생' 촬영장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몸은 고됐지만 정신적으로 매우 유쾌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난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어요. 어찌나 서로를 배려하는 지 젊은 친구들이 예의도 무척 바르더라고요. 촬영장의 긍정적인 분위기는 모두 선장의 힘인 것 같았어요. 김원석 감독이 좋은 연출과 연기를 뽑아주고 배우들도 잘 풀어주는 편이었죠. 분위기가 좋으니 자연스럽게 연기도 좋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 바탕을 마련해 주는 노하우가 김 감독에게는 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이야 촬영이 없는 장면에서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이 안 자고 작품에 열의를 보이며 솔선하니깐 고생 중에서도 볼멘소리는 없었죠. 배우들이 재량을 펼칠 수 있게 멍석을 깔아주니 캐릭터 역시 생동감이 생기더라고요."

손종학은 미생을 통해 20대 대표 청춘 스타로 존재감을 알린 임시완 강소라 등 어린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 김슬기 기자
손종학은 '미생'을 통해 20대 대표 청춘 스타로 존재감을 알린 임시완 강소라 등 어린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을 남겼다. / 김슬기 기자

그가 하는 말마다 28년 연기 경력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연기에 대한 신념과 애정도 읽혔다. '미생'을 통해 20대 대표 청춘 배우로 우뚝 선 임시완 강소라 강하늘 변요한 등을 그는 어떻게 봤을까. 평가해달라는 부탁이었지만 그는 애정 가득 담긴 조언을 쏟아냈다.

"1987년부터 연기했으니깐 28년 됐나요? 그런데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되고 아직 연기를 모르겠어요. 허허. 그런 제가 평가라뇨. 그보다 포괄적으로 출연했던 젊은 배우들을 봤을 때 전체적으로 가진 기운이 밝아요. 우리 때는 그런 기운은 상상도 못 했어요. 지하 연극 연습실에서 없이 생활하다 보니 할 땐 재밌고 즐거워도 돌이켜보면 찌들었던 삶이었어요. 근데 젊은 배우들이 밝은 기운으로 긍정적 에너지를 내니까 좋더라고요. 어디에서나 주눅이 들지 말고 되바라지지 않게 지금의 좋은 기운을 지켜갔으면 좋겠습니다. 각기 가진 기운이 좋으니깐 연륜이 쌓이면서 탁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랄까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들이 있으니 급하게 하지 말고 척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그대로 자연스럽게 가길 바랍니다."

'미생'으로 연기력에 대중적 사랑도 얻은 그. 앞으로 계획이 남다를 법하다.

"'미생'은 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는 작품이었고 많은 위안과 위로를 줬습니다. 좋은 인연들을 맺게 해준 잊지 못할 감사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계획은 똑같아요. 배우가 화려해 보여도 선택을 당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사실 뭘 하고 싶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대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배우의 몫이겠지요."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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