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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촬영 현장인 서울스퀘어를 <더팩트>가 찾아갔다. / CJ E&M 제공 |
[더팩트ㅣ김한나 기자] "장그래를 응원하고 싶어요."
tvN 금토 드라마 '미생'이 남다른 리얼리티로 대중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시청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사회초년생 장그래(임시완 분)와 영업3팀을 응원한다.
이는 모두 '공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깊이 있는 '미생'에 대한 공감은 '미생'의 인기비결과도 맞닿아 있다.
제작진이 제일 신경을 쓴 부분은 세트와 소품에 있었다. 그 부분에서 삐걱거리고 튀기 시작하면 아무리 배우들의 열연이 있다한들 깊이 있는 공감을 사기는 어렵다는 기본에서 시작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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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3팀이 있는 서울스퀘어 13층 '미생' 촬영장에는 작은 소품하나도 허투루 있는 법이 없었다. / CJ E&M 제공 |
◆ 서울스퀘어와 남양주에 쌍둥이 세트장이 있다?
최근 <더팩트>는 '미생'의 촬영지인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에 위치한 서울스퀘어를 찾았다. 서울역 맞은 편에 위치한 웅장한 건물. 그곳에서 장그래의 꿈이 자라는 영업3팀이 있었다.
일단 촬영장은 어수선했다. "방금 전까지 촬영했고 곧 촬영에 들어갈 것"이라는 이재문 PD의 설명이 이어졌다.
서울스퀘어 속 '미생' 촬영장은 드라마 촬영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촬영을 위해 제작한 세트장이 아닌 실제 사무실을 섭외한 탓에 여느 사무실처럼 무거운 공기가 깔려 있다.
일단 촬영장이 위치한 13층을 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출입증을 찍어야만 엘레베이터를 탈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사무실들이 입주한 건물로 입주사들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주말에만 촬영한다.
서울 하늘 아래 많고 많은 대형 건물 중 서울스퀘어를 섭외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재문 PD는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대기업 현장을 실감나게 표현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서울스퀘어를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빠듯한 촬영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남양주에 서울스퀘어를 그대로 본딴 스튜디오를 따로 두는 수고로움도 감수하는 이유다.
어렵게 들어선 촬영장은 '미생'의 배경인 윈인터내셔널 그 자체였다. 500평 가까운 공간은 파티션으로 가지런히 구획이 나눠져있었다. 책상 위 어지럽게 널려있는 서류나 메모들은 사무실로 보일 뿐 촬영장으로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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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석 감독(왼쪽)은 서류 하나도 실제 유사 업무를 하는 직장인들의 검수를 받은 후 소품으로 채택하는 등 디테일을 살리는데 힘쓰고 있었다. / CJ E&M 제공 |
◆ 서류 하나까지도 검수 후 소품으로
여기에 김원석 감독이 세심하게 준비한 디테일들이 담겨있다. 제작진에 따르면 서류나 파일 등은 실제 유사한 업무를 진행하는 직장인들의 감수를 받은 후 소품으로 활용될 정도다.
화면에 클로즈업 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소품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극도의 리얼리티를 위한 제작진의 노고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재문 PD는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들을 방문해 책상을 거의 똑같이 구현하려 노력했다"며 "각각 캐릭터나 직함에 맞게 책상 위 소품들도 세세하게 고증을 받아 신경 쓴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있는 작은 수첩에는 '윈 인터내셔널'이라는 극중 배경이 되는 회사명이 박혀있다. 수첩 하나만 보더라도 디테일에 신경쓴 것들이 실감나게 전해졌다.
말단 계약직인 장그래의 책상에는 풀과 칼, 자 등 잡스러운 사무용품들이 널려있고 또 다른 책상에는 섬유탈취제와 얼굴용 미스트, 작은 거울 등이 가지런하게 올려져 있었다. 여성 사원의 책상인 듯 했다. 책상마다 캐릭터의 특성이 살려 세팅돼 있는 것.
특히 남양주에도 이곳 서울스퀘어와 판박이 세트장을 만들어 놓았을 것을 상상하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이외 칠판이나 작은 소품들 하나까지도 무질서한 듯 하지만 자기의 자리가 있었다. 아무렇게나 끼워져 있는 듯한 서류지만 이유 없이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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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캐릭터들의 쉼터이자 사랑방으로 쓰이고 있는 서울스퀘어 옥상에서는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 CJ E&M 제공 |
◆ 오 과장 김 대리가 담배를 대하는 자세에도 디테일이?
'미생'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곳인 옥상도 이곳에 위치해 있다. 서울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전경은 윈인터내셔널 직원들의 애환을 풀어주는 동시에 시청자들에게도 뻥 뚫린 듯 상쾌함을 주는 장소기도 하다.
영업3팀은 남자들은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곳에서 고민에 빠지기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소리를 지르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곳이다.
김원석 감독은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과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는 힘겹게 금연을 하고 있는 설정이다. 눈여겨 봤다면 눈치 챘을 수도 있는데 오상식은 담배 냄새만 맡으면서 참는다. 오 과장을 따라 금연을 한 김동식은 냄새를 맡은 후 담배를 버리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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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의 세심한 디테일 때문일까. 배우들 역시 직장인에 빙의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 CJ E&M 제공 |
디테일을 살린 덕분일까. 배우들의 직장인 빙의(?)도 눈길을 끈다.
이성민은 "우리도 점심메뉴를 고민한다. 대부분은 대리급에서 식당을 섭외하고 있다"며 "촬영이 빨리 끝난 날은 다같이 모여서 맥주 한 잔을 나누는게 꿀맛이다. 하루 정도 촬영을 쉬고 '출근'하는 다음 날은 몸이 무겁더라"고 너스레를 떨 정도.
김원석 감독은 마지막으로 "작은 감동으로 소중한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며 "'미생'이 바로 그런 드라마다. 보석처럼 빛나는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을 기대하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30초 밖에 안 되는 사연에 시청자는 울지만, 드라마에서는 한 시간 동안 사연을 보여줘도 울지 않는다"며 "울림의 순간이 없어서 그렇다. 그래서 작은 감동이 소중한 드라마('미생')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해 깊은 여운을 남겼다.
한편 '미생'은 바둑이 인생의 모든 것이었던 장그래(임시완)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냉혹한 현실에 던져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회차별 에피소드를 통해 인턴사원 및 신입사원, 이해관계로 인한 부서 간 갈등, 갑과 을의 관계, 워킹맘과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차별 등 묵직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직장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 3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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