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의 PS.Y] '기로에 선' 엠블랙 이준, 잘할 수 있는 걸 하라
  • 박소영 기자
  • 입력: 2014.10.14 16:00 / 수정: 2014.10.14 16:00
이준이 배우 이준(위)과 엠블랙 이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문병희 남윤호 기자
이준이 배우 이준(위)과 엠블랙 이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여 있다. /문병희 남윤호 기자


[더팩트│박소영 기자] 또 터졌다. 지난주에는 엑소 멤버 루한이 계약 문제로 팀을 이탈하더니 이번엔 엠블랙 멤버 한 명이 이탈의 기로에 섰다. 2009년 데뷔해 사건사고 없이 순조롭게 활동하던 이들도 역시 계약 문제에선 발목이 잡힌 모양이다. 탈퇴 논란의 주인공은 엠블랙 멤버 이준(26 본명 이창선)이다.

13일 연예전문 매체 스타뉴스는 "이준이 최근 소속사 제이튠캠프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엠블랙에서 탈퇴해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 활동할 계획이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준의 탈퇴설은 아이돌계의 숱한 계약 및 탈퇴 사건과 어딘지 모양새가 다르다.

자연스럽게 계약이 만료돼 재계약을 하거나 회사를 옮기는 건 연예계에선 흔한 일이다. 이준 역시 아이돌 그룹 멤버이니 재계약을 하거나 회사를 옮길 수 있다. 다른 멤버들과 계약 기간이 달라 팀을 먼저 나오는 그림을 팬들은 원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 하지만 프로 세계에서 이득이 되지 않는 계약을 의리 하나만으로 이어갈 순 없는 노릇이다.

최초 보도만으로 이준을 향해 '배신'과 '실리' 키워드가 쏟아지기 직전에 소속사가 나섰다. 보도자료에서 소속사는 "엠블랙 이준의 전속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탈퇴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부분으로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이준의 계약 기간은 조금 더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다음 달 예고한 엠블랙 단독 콘서트에도 다섯 멤버가 함께 선다. 팬들 사이에서는 "김빠졌다" "이미 마음은 떠난 거 아니겠나" 등 회의적인 반응도 보이지만 어쨌든 확실히 다음 달까진 이준은 엠블랙 소속이다.

엠블랙 이준이 13일 탈퇴설에 휩싸여 배우와 가수(오른쪽)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엠블랙 이준이 13일 탈퇴설에 휩싸여 배우와 가수(오른쪽) 활동을 고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그런데 조금 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이번 사태를 볼 필요가 있다. 이준이 탈퇴설에 휩싸인 이유는 아이돌 가수보다 배우 활동에 무게를 더 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속사 역시 "이준이 생각하는 계획 및 목표에 관해 본사와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계획'과 '목표'는 가수가 아닌 배우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한발짝 뒤로 물러나 이준을 바라 보자. 2009년 엠블랙 멤버로 데뷔해 대부분 무대 센터에 섰던 이준이지만 그가 오롯이 빛났을 땐 배우 타이틀을 단 순간이었다. 작품 속 캐릭터나 연기자 이준으로 대중을 마주했을 때 말이다.

사실 이준은 데뷔 전, 데뷔 초, 전성기 등 꾸준히 연기에 대한 넘치는 욕심을 내비쳤다. 어렵게 들어간 한국예술종합학교 현대무용과를 자신의 데뷔작인 영화 '닌자 어쌔신' 촬영을 위해 자퇴했던 그다.

비록 엠블랙 활동과 별개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백치돌' 이미지를 얻긴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은 그저 '연기하는 아이돌'로 치부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래서 연기하는 이준에겐 그동안 친숙했던 엉뚱한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맡는 작품과 캐릭터는 굵직굵직했다. KBS2 '아이리스2'에서는 경호요원으로 분해 액션 연기를 마음껏 펼쳤고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서는 제목 그대로 아이돌이 아닌 배우 이준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김기덕 감독에게 '땅에서 솟은 배우'라는 칭찬을 받았을 정도다.

이준은 지난 4월 전파를 탄 tvN 갑동이에서 완벽한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tvN 갑동이 방송 캡처
이준은 지난 4월 전파를 탄 tvN '갑동이'에서 완벽한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쳐 호평을 받았다. /tvN '갑동이' 방송 캡처

특히 그는 지난 4월 전파를 탄 tvN '갑동이'에서 연기 '포텐'을 터뜨렸다. 아이돌 멤버로는 따내기 힘든 사이코패스 류태오 역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뽐냈다. 섬뜩하면서 차가운 그의 미소를 보며 안방 시청자들은 한 편의 공포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엠블랙은 여섯 번째 미니 앨범 '남자답게'를 발표해 한창 활동하고 있던 상황. 비록 앨범으로는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배우 이준으로는 '갑동이'로 연기력과 대중적인 인기까지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준은 앞서 '갑동이' 제작발표회에서 "엠블랙 활동과 '갑동이' 촬영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다. 촬영을 하는 중간에 음악 방송에 가기도 한다. 집중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고백한 바 있다.

배우 이준과 엠블랙 이준(아래)으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팬들은 이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배정한 문병희 기자
배우 이준과 엠블랙 이준(아래)으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 팬들은 이준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배정한 문병희 기자

이준은 지금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서 있다. 그리고 이제 그의 결정을 존중해 줘야 할 때다.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그가 회사와 팀을 떠나겠다는 결론을 '배신'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더 잘하는 걸 하도록 밀어주는 게 어떨까.

물론 아직 이준은 엠블랙과 제이튠캠프를 떠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ps. Y : 이준, 잘할 수 있는 걸 하길 바라요.

comet568@tf.co.kr
연예팀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