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질문에도 조리있게 대답한다. 웃음을 놓지 않는 표정에서 긍정 에너지가 마구 샘솟는다. MBC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에서 무조건 인내하는 답답한 천사녀 '윤주'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통통 튀는 화법이 돋보인다. 묵묵히 걸어온 배우로서 길에 조급해하거나 시무룩해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정유미(31)는 '대기만성형'다운 그릇이었다.
최근 정유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재치 넘치는 말재간으로 1초도 쉬지 않고 대화의 끈을 이어갔다. 야무진 입매무새만큼이나 얘기들이 알찼고 끊임없이 터져나온 웃음으로 주위 온도가 어느 새 후끈 달아오른다.
대표작이 없다는 편견에 대해 물을 때에도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작품 얘기로 들어가면 아쉽긴 해요. 어찌 됐건 아직까지도 제 이름 대면 SBS '천일의 약속'이나 '옥탑방 왕세자'으로 기억하는데 이게 벌써 2~3년 전 작품이잖아요! '뭔가 팍 터지는 게 없다'라는 주변의 시선은 있죠. 하지만 제가 하루하루 즐겁게 보내는 것에 만족하는 성격이라 크게 연연하지는 않아요. 물론 앞으로 더 잘해나가면서 뚜렷한 대표작이 생기길 바라지만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묵묵히 걸어나가는 게 더 중요해요."
"'윤주'가 처음엔 사나운 말을 다스릴 정도로 강단 있고 씩씩한 여자였는데 1회 빼고 계속 울거나 인내하는 감정신이 주로 나왔어요. 전 담아두는 타입이 아니라서 연기하면서도 누구에게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죠. 또 '출생의 비밀'을 안고가는 캐릭터는 처음 연기하는 거였거든요. 어느 한명에게 속시원히 털어놓을 법도 한데 아쉬웠죠."
"태준이는 실제로 정말 귀여운 친구에요. 오히려 '엄마의 정원'과 안 어울린다고 생각될 정도로 재밌는 사람이죠. 막내 느낌이 강한데 드라마에서 통곡하고 읍소하는 연기를 했다는 게 놀라울 정도? 크하하. 그 친구야말로 로맨틱 코미디나 시트콤이 정말 잘 어울리는 배우거든요. 저랑도 연기 궁합이 잘 맞았고요! 슛이 끝난 이후에 더 재밌었다니까요?"
'정유미'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단연코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준말 '우결'이다. 정준영과 5살 연상연하 가상 부부로 출연하며 뒤끝없고 활동적인 매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사람이 살면서 전환점이 있잖아요? 배우로서 첫번째 전환 포인트가 '천일의 약속'이었다면 '우결'은 많은 사람과 제가 소통하게 된 출발점이에요. 배우 아닌 인간 정유미로서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던 고마운 프로그램이죠."
"출연 결정할 당시 배우로서 갇혀있기보다는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라디오 DJ도 자신을 보일 수 있는 굉장히 좋은 분야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에 매이다 보니 '우결'만큼 시청자에게 있는 그대로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더라고요. 근데 정말 자연스럽게 찍어서 그런지 첫 방송 이후에 '준영이와 나이 차이를 너무 보여준 거 아니니' 이런 얘기들까지 들려오더라고요."
"작품을 같이한 배우들은 '그래 이건 연기니까 드라마 끝나면 평소 나인 채로 편하게 만날 수 있다' 싶은데, '우결'은 그런 느낌이 안 들더라고요. 조금 아쉽지만 재밌는 추억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 긴 계획을 짜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지만 제 행복이 우선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거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이를 테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게 더 큰 행복을 준다면 전 과감하게 배우 아닌 주부로서 살 생각도 있는 거죠. '내 행복을 찾자, 내가 나로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찾아야겠다' 이게 요즘 갖게 된 인생관이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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