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이다원 기자] 스타를 반짝반짝 빛낸 '형광펜' 같은 팬들이 있었기에 '국민'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이 9년간 존재할 수 있었다. 여섯 명의 멤버들은 그동안 익살스러운 캐릭터에서 벗어나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무한한 사랑에 감사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였다. 예능 프로그램의 '웃음 강박'을 떠나 감동과 따뜻한 메시지가 토요일 오후 안방극장을 온돌처럼 데웠다.

23일 오후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서는 유재석 정형돈 박명수 정준하 하하 노홍철 등 멤버들을 사랑하는 팬 60명과 함께 다양한 얘기를 나누는 '형광팬 캠프' 특집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캠프를 떠나기에 앞서 멤버들이 각자 팬들을 만나는 장면이 그려졌다.
멤버들은 60명의 캠프 신청자 가운데 자신의 팬일 것 같은 사람들을 각자 지목했다. 그 가운데 유재석 박지성 정형돈 등 여러 닮은꼴 팬과 산골 소녀, MBC 무용단 출신 회사원 등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등장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후 멤버들은 자신의 팬 10명과 각자 캠프를 떠나며 진솔한 속얘기들을 나눴다. 팬들은 멤버들을 좋아하는 이유부터 찬양, 감탄 등을 쏟아냈고 애정 어린 조언도 건네 보는 이의 마음마저 뜨겁게 달궜다.

특히 몇몇 신청자들은 본격적인 캠프 전부터 눈에 띄어 앞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유재석 닮은꼴 '재순'이로 불린 여고생 최윤아 양은 넘치는 끼로 개그우먼 김영희 성대모사를 소화해내 웃음을 선사했다. 이어 유재석이 별로였던 순간으로 '명수는 12살' 특집을 꼽으며 "단발머리 가발을 썼는데 나랑 정말 비슷하게 생겼더라. 엄마가 두고두고 놀려서 별로였다"고 대답해 모두 배꼽을 쥐게 했다.
무공해 매력으로 하하를 감동하게 한 여고생과 정형돈을 향한 일편단심을 펼친 또다른 여고생 팬도 순수한 웃음을 전달했다. 이들은 엑소 비스트보다 하하와 정형돈이 더 좋다며 눈물까지 흘렸고, 다음 주에 방송되는 본 캠프에서도 남다른 활약이 예고돼 기대감을 더했다.

노홍철과 그의 팬 모델 한다희 씨의 만남은 뭉클한 느낌을 자아냈다. 한다희 씨는 처음 "사실 노홍철과 세 번째 만남이다. 압구정동 한 술집 화장실에서 만났다"고 말해 노홍철을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그의 '팬심'은 어떤 말이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하던 노홍철에게 감동을 안겼다. 한 씨는 "모델이 되려고 상경했지만 쉽지 않았다. 힘들 때 노홍철을 화장실에서 만났는데 소변보는 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는 어려운 부탁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노홍철이 기꺼이 사진도 찍고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때 힘을 얻어 지난해 진짜 모델이 됐다"고 말해 모두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노홍철은 눈가가 촉촉해진 얼굴로 "내가 더 고맙다"고 인사한 뒤 "내가 하고 싶어 시작한 일인데 팬들이 좋아한다고 하면 괜히 죄짓는 것 같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스타와 팬의 따스한 소통에 같은 자리에 모인 다른 팬들 사이에도 행복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처럼 '무한도전'은 오랫동안 인기를 이어갈 수 있게 한 팬들을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여내면서 웃음과 감동, 가공되지 않은 재미까지 모두 잡아냈다. 9년간 한결처럼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자만하지 않는 제작 마인드 때문이 아니었을까.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아온 자극적이지 않은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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