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i인터뷰] 거미 "노출? 19금 변신? 전 야한 농담 싫어요!"
  • 박소영 기자
  • 입력: 2014.06.21 09:00 / 수정: 2014.06.20 19:58

거미가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표하고 사랑했으니 됐어로 활동을 시작한다. /씨제스 제공
거미가 지난 10일 새 앨범을 발표하고 '사랑했으니 됐어'로 활동을 시작한다. /씨제스 제공

[박소영 기자] "이별은 늘 슬픈 것. 아픔은 오래 간직해야."

변화와 안정 사이 적절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수가 있다. 데뷔 12년 차 가수 거미(32)는 '누가 들어도 거미'라는 평의 노래와 '발전하고 진화했다'는 칭찬을 듣는 노래를 영리하게 불러왔다. 지난 10일 발표한 새 앨범 역시 변화와 안정이 곳곳에 묻어 있다. 레게 창법의 타이틀곡은 거미를 변신시킨 셈이고 절규하는 듯한 슬픈 감성은 여전했다.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거미는 첫인상부터 그랬다. 여성스러운 단발과 스타일링은 그의 이미지를 달라 보이게 했지만 소탈하면서 솔직한 언변은 변함이 없었다. "예뻐졌다"는 칭찬에 "예전에도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이번처럼 진심으로 얘기해 주시는 건 처음이다"며 만족하던 거미와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본다.

거미는 한층 더 여성스러운 비주얼로 깊어진 파워 보컬을 자랑한다. /씨제스 제공
거미는 한층 더 여성스러운 비주얼로 깊어진 파워 보컬을 자랑한다. /씨제스 제공

◆"절규하는 듯 담담하게"

4년 만에 컴백한 거미는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알앤비 감성에 감미로운 목소리를 입혔다. 다양한 장르의 6곡이 담겼는데 타이틀곡 '사랑했으니 됐어'는 거미의 '절친' 휘성과 김도훈 작곡가가 각각 작사와 작곡을 맡아 탄생했다. 절규하는 창법이지만 울고불고 매달리며 이별을 부인하는 감정이 아닌 나름 담담한 여인을 표현했다.

"울며 매달린다고 해서 이별을 되돌릴 수 없잖아요. 전 이제 그걸 알게 된 나이가 됐고요. 그래서 최대한 담담하게 '이 또한 지나가리' 이런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조용하게 노래할 순 없잖아요. 최대한 눌렀는데 결국 후반엔 절규가 터지더라고요. 앞서 부른 노래들이 눈물을 밖으로 터뜨렸다면 이번에는 삼키는 절규랍니다."

거미는 소속사 식구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야심 차게 새 앨범을 발표했다. /씨제스 제공
거미는 소속사 식구들의 든든한 응원을 받으며 야심 차게 새 앨범을 발표했다. /씨제스 제공

수록곡 가운데 '놀러 가자'는 거미의 변신이 눈에 띄는 곡이다. 싱그러운 여름을 고스란히 담아낸 레게 장르. 드라이브송으로 일품이다. 피처링은 소속사 식구인 JYJ 박유천이 맡아 신선한 느낌을 안겼다. 노래는 원티드 전상환이 만들었는데 이 곡 외에 '지금 행복하세요'는 휘성, '누워'는 화요비가 선물했다. 거미는 '절친'들 덕분에 앨범이 풍성해졌다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이번 작업은 특히 재미있었어요. 많은 주문이 없어도 노래가 착착 완성됐거든요. 친구들 덕분이죠.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더라도 기분이 좋을 것 같더라고요. 저랑 가장 친한 친구인 어머니는 음원 차트에서 순위가 자꾸 떨어진다며 '어째쓰까' 걱정하시던데 전 괜찮아요. 타이틀곡에 수록곡까지 천천히 고른 사랑을 받고 있잖아요(웃음)."

지난 9일 열린 컴백 쇼케이스에서 거미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노출 의상을 입고 나와 무척 쑥스러워했다. /김슬기 기자
지난 9일 열린 컴백 쇼케이스에서 거미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노출 의상을 입고 나와 무척 쑥스러워했다. /김슬기 기자

◆"'19금' 콘셉트는 저랑 안 어울리죠?"

그렇다고 앨범 성적에서 아예 초탈할 순 없는 그다.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로 둥지를 옮긴 뒤 처음 내놓은 앨범이기에 초반에는 여러 가지가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소속사 식구들은 그런 거미를 오롯이 품었다. 이례적으로 앨범을 내기 전 셀럽 청음회까지 열고 설경구 박성웅 JYJ 강혜정 이정재 등에게 신곡을 먼저 들려주며 칭찬을 받았다.

"영상으로만 그분들의 반응을 봤는데 촬영하신 분들 말씀으로는 연출이 아닌 진짜 소감이 담겼다고 하더라고요. JYJ 멤버들은 가수니까 구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 포인트를 찾아 줬고, 배우분들은 예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얘기를 해 주셨어요. 계속 노래를 계속 찾아 듣고 싶다고 하셨고요. 여러 가지 응원을 받아 좋은 힘을 얻었답니다."

설경구 박성웅 이정재 JYJ(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 씨제스 식구들이 거미의 컴백을 응원하며 신곡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줬다. /임영무 배정한 최진석 기자
설경구 박성웅 이정재 JYJ(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등 씨제스 식구들이 거미의 컴백을 응원하며 신곡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줬다. /임영무 배정한 최진석 기자

19일 엠넷 '엠카운트다운' 컴백 무대를 시작으로 활동을 펼칠 계획인 거미는 다음 달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처음으로 도전하는 어쿠스틱 콘셉트의 공연으로 악기는 단출하게 하고 본인의 목소리로 감동을 선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모범적인 답안에 대뜸 "'19금' 콘서트는 어떤가"라고 질문하자 거미는 기겁(?)하며 "전 야한 농담을 싫어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쪽으로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해요. 야한 농담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이상해요. 농담으로 안 받아들여지더라고요. 사랑은 아름다운 거라는 생각이 강해서인지 농담으로 넘어가면 거부감이 느껴져요. 저희 어머니는 '원래 말 안 하는 것들이 더 엉큼스러운 것이여'라고 지적하시지만요(웃음). 어쨌든 '19금' 콘서트는 저랑 안 어울리지 않나요?"

거미는 눈물이 많은 편이라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울컥한다고 한다. /씨제스 제공
거미는 눈물이 많은 편이라 자신의 노래를 부르면서도 울컥한다고 한다. /씨제스 제공

◆"이별의 아픔 오래가는 편, 감정에 예민하죠."

'19금' 농담에 질색하는 거미는 참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소유자다. 눈물도 많은 편이다. 자신의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종종 울컥하는 마음을 추스르기도 한다. 인터뷰 중간에도 여러 번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거미는 멋쩍게 웃는다. 강한 인상과 파워풀한 창법으로 이름을 알린 거미지만 아직은 소녀 같은 천생 여자다.

"전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요. 남의 결혼식에 가면 그렇게 울거든요(웃음). 최근에는 아무래도 '사랑했으니 됐어'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울었죠. 작정하고 눈물 연기를 한 건 아니었어요. 담담하게 노래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무대에서 노래하며 울 순 없으니 마음 놓고 눈물을 쏟았어요. 제가 감정에 조금 예민한 편이거든요."

거미는 자신의 이별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슬픈 노래를 부른다고 말해다. /씨제스 제공
거미는 자신의 이별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슬픈 노래를 부른다고 말해다. /씨제스 제공

거미는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 오래도록 이별의 아픔을 간직하는 스타일이라서 그런지 12년간 그가 발표한 곡들을 보면 대다수가 이별 노래다. 어떤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당시의 감정과 상황이 그를 더욱 슬프게 노래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대중에게 드러난 것보다 궁금한 게 더 많은 거미의 노래 인생은 다시 시작됐다.

"저는 사람에게 상처받으면 티를 내지 않고 혼자 감당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이별의 아픔이 오래가는 편이죠.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열렬히 모든 걸 쏟기 때문에 이별을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사실 나이가 있어서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이별 노래 좀 더 불러서 돈 벌고 할게요'라고 답하거든요(웃음). 그런데 이젠 안 그러려고요. 백지영 언니처럼 결혼하고 서영은 언니처럼 아이 낳고도 편하게 이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거미가 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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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팀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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