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나 기자] 흔히 아이돌 출신이 연기에 도전하면 '연기력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이 연기에 도전할 때는 생활에 가까운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엠블랙 이준의 행보는 다르다. 기존 연기자들도 쉽게 소화하기 힘든 베드신을 소화해 화제를 일으키더니 이번엔 사이코패스를 연기한다.
비슷한 연기 경력을 가진 어느 배우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만한 스팩트럼을 가진 이준이 보여줄 다음 행보도 기대되는 이유다.
이준은 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진행된 tvN 새 드라마 '갑동이' 제작 발표회에 참석했다. 성동일 윤상현 김민정 김지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언론 앞에 선 그였다.
그는 선배 배우들 앞이라는 점과 사이코패스라는 선굵은 연기를 펼쳐야 하는 부담감 없이 제작 발표회 내내 엉뚱한 발언으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배우들 역시 이준의 천진난만한 엉뚱함에 익숙한 듯 '까르르' 웃어 넘겼다.
평소 개구진 성격과 달리 영화 '닌자어쎄신'에서 비(정지훈) 아역을 시작으로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인 '배우는 배우다' 등 어려운 역을 해온 그가 '갑동이'에서 맡은 역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일상 속에서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외모에 싱그러운 미소를 날리는 매력적인 바리스타지만 사이코패스 기질을 숨기고 살아가는 류태오라는 인물이다.
나이에 맞게 풋풋한 로맨틱코미디를 할 법도 한데 그의 행보는 남다르다는 인상이다.
이에 대해 이준은 "달콤한 연기도 하고 싶긴 하지만 내 인생에 달콤한 순간이 많지 않았다"라며 "조금 더 경험을 쌓은 후에 도전해 보겠다"고 진중하게 답했다.
그는 "캐릭터 선택은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역을 고르는 편"이라며 "그런데 아직 류태오 역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본인은 정상이기 때문에 싸이코패스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하지만 제작 발표회 전 공개된 예고 영상에서 이준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섬뜩한 눈빛과 미소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연기 비결을 묻는 질문에도 태연했다. 이준은 "작품을 참고하면 그 배우들을 따라 하게 돼서 내 연기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며 "내가 마치 캐릭터가 된 듯 일기를 쓴다거나 나쁜 상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준의 연기에 대해서는 윤상현의 칭찬이 이어졌다.
윤상현은 "촬영을 하다보면 이준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더라"며 "연기할 때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꺼낼 줄 아는 배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물론 개인적인 대화를 하다보면 버벅거리는 면이 있다"라며 "연기를 시작하면 눈빛이 바뀐다. 가능성이 있는 배우"라고 강조했다.

파격 연기 행보가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이준은 해맑았다.
'배우는 배우다'의 베드신 등 파격 노출이나 '갑동이'의 사이코패스 연기에 대해 그는 "한류 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슈퍼주니어처럼 한류의 중심에 있었다면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엠블랙은 그정도는 아닌 것 같다"며 "한류의 중심에 있더라도 하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도전하는 것이 맞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류스타가 아니라고 하면 멤버들이 삐칠 것 같다"며 "우리는 한류스타다. 앨범을 내고 활동도 하고 있다"고 돌발 발언을 배우들의 함박웃음을 이끌었다.
전작인 '배우는 배우다'를 통해 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한 이준이 '갑동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갑동이'는 '응급남녀' 후속으로 오는 11일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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