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응사' 김성균 "삼천포는 '나는 젊다' 자기 최면의 산물"
  • 김한나 기자
  • 입력: 2014.01.29 10:41 / 수정: 2014.01.29 10:41

배우 김성균이 <더팩트>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다. / 임영무 기자
배우 김성균이 <더팩트> 카메라를 향해 밝게 웃고 있다. / 임영무 기자

[김한나 기자] 배우 김성균(34)은 팔색조다. 연쇄살인마부터 조직폭력배까지 다소 쎈 역할부터 순진한 대학생, 국정원 직원 등 한 사람이 맡은 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캐릭터를 변화무쌍하게 소화해냈다.

어느 작품에서나 작은 배역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던 그는 최근 tvN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극중 별명이었던 삼천포에 사랑스럽다는 의미를 담은 '포플리'라는 깜찍한 별명을 얻었다.

배우로서 연기력 외에 대중들의 사랑까지 거머쥔 그는 <더팩트>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연기 철학부터 '응답하라 1994' 촬영 뒷이야기까지 술술 털어놨다.

김성균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 영화 스틸컷, tvN 제공
김성균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대중들에게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 영화 스틸컷, tvN 제공

◆ "데뷔 전 10년? 무명 아닌 연극 배우 시절"

10년째 연극 무대에만 오르다가 지난 2011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데뷔한 후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김성균. 그런 자신의 행보에 대해 스스로 '럭키보이'라고 칭한다.

"전 운이 좋은 놈이죠. 럭키보이, 행운의 사나이입니다. 들어온 작품이 워낙 좋은 것들이 많았고 그래서 짧은 시간 동안 다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했던 작품들이 사랑을 받았기에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것도 모두 보상 받는 느낌이었죠."

연극 무대에서 쌓아온 경력에 대해 "10년간의 무명 생활"이라고 하자 그는 곧바로 "무명이 아니라 연극 배우"라고 정정한다. 무대에 대한 애정이 읽히는 대목이다.

"(연극했던)그 때만큼 좋았던 시절은 없었던 것 같아요. 무명이 아니라 연극 배우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했던 시절로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처럼 대중들의 사랑은 없었지만 그래도 연습하고 커튼콜까지 마친 후 동료들과 들이키는 소주 한 잔이 참 좋았으니까요."

연극 배우로 활동할 당시 동료들과의 정이 소중하고 그립다고 말하는 그. 팀워크를 따지자면 사이 좋기로 유명한 '응답하라 1994'팀도 빠질 수 없기에 질문을 던졌다.

"촬영 분위기라고 하면 스태프 막내까지 좋은 사람들의 집합체였다고 할 수 있어요. 형 동생하고 서로 챙기고 거의 생방송이나 다름없는 촬영 스케줄 속에서도 웃고 떠들고 화기애애했죠. 어린애들 웃고 떠들듯이 재밌었습니다."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서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14살이나 어린 20살 대학 신입생 삼천포 역을 맡은 후 걱정에 나는 젊다라는 자기 최면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 tvN 제공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서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14살이나 어린 20살 대학 신입생 삼천포 역을 맡은 후 걱정에 '나는 젊다'라는 자기 최면을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 tvN 제공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에서 20살 풋풋한 대학 신입생 삼천포 역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그도그럴 것이 무려 14살이나 어린 역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에서는 김성균의 '응답하라 1994' 대본 위에 써 놓은 '나는 젊다'라는 글귀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일단 욕 먹기 싫었습니다. 내가 삼천포가 되지 못하면 대중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평생 기억에 남는 악몽이 될 것만 같았거든요. 34살 먹은 양반이 20살이라고 그러고 있으니 얼마나 부담이 됐겠어요. '나는 젊다'는 자기 최면을 걸기 위해 써놓은거였는데 언제 찍힌거죠?"

김성균은 자신의 우려와는 달리 '노안'인 삼천포 역을 훌륭히 해냈다. 특히 3화에서 보인 '대형잡채' 애드리브는 '응답하라 1994' 인기의 신호탄을 쏘는 장면으로 꼽히기도 했다.

"'대형잡채'요? 저는 그날 그 장면 하나만 찍으면 퇴근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신이 나서 하다보니 멈출 수가 없었어요. 원래 제육볶음이라는 애드리브를 했는데 신원호 감독님께서 제육볶음은 메뉴에 없다고 해서 잡채로 바꿨죠. '잡채산맥' '대형잡채' 등 온갖 잡채는 다 나왔었는데 그 장면이 그렇게 웃겼나요?"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얻은 포블리라는 별명에 애정을 드러냈다. / 임영무 기자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얻은 '포블리'라는 별명에 애정을 드러냈다. / 임영무 기자

'응답하라 1994'를 통해 김성균은 '포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와는 멀어보이는 '요정병'이라는 수식어도 붙었다.

"친한 친구나 붙여주는게 별명 맞죠? 특히 '포블리'는 애교 넘치는 애칭이잖아요. 대중이 붙여준 애칭이라 좋아요. 그래도 영원히 '포블리'로 살 수 없다는 건 알아요.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것은 다음 작품을 받아주는 거라고 받아들일 겁니다."

그렇다면 14살 연하 도희(20)와의 연인 호흡은 어땠을까.

"딸 같아요. 도희와 호흡이 부담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에 도희가 날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징그럽게 느끼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죠. 저 역시도 낯설기는 마찬가지 였으니까요. 14살이나 어린 여자 생명체를 거의 볼 기회가 없잖아요.(웃음) 어른스럽게 권위적으로 말하는 습성이 있었는데 도희에게는 그런 생각조차 안들어요. 워낙 순수해서 사람들을 대할 때 필터가 없다는 느낌? 어색할 법도 한데 자기 자신을 잘 지키고 서 있더라고요. 어린애가 대화도 통했고요. 어느 순간 제가 다시 어린 시절이 된 듯 도희에게 맞추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도희는 무궁무진한 아이에요. 다듬지 않은 생생한 모습이 장점이고 그걸 다듬을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해요."

김성균은 극중 상대역인 도희를 두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라고 칭찬했다. / 임영무 기자
김성균은 극중 상대역인 도희를 두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아이"라고 칭찬했다. / 임영무 기자

◆ "신원호-이우정, 천진난만한 천재들"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찾기'가 이야기의 큰 줄거리였던 '응답하라 1994'. 출연진 모두 입을 모아 남편이 누구인지 몰랐다고 말하는데 그의 대답은 어떨지 궁금했다.

"마지막까지 정말 몰랐어요. 심지어 마지막회 대본은 2등분으로 쪼개서 나왔어요. 나정이 남편을 안 순간 휴대전화부터 꺼놨어요. 아는데 모른다고 거짓말할 순 없었거든요. 아무튼 제가 맡은 삼천포는 조윤진(도희 분)과 연결되지 않았더라도 아무도 나정이 남편으로 생각하지 않았을테니 전 폭풍이 휘몰아치는 전쟁통을 멀리서 평화롭게 관망하는 느낌으로 지켜봤을 뿐이었어요. 그래서 더 재밌었나봐요. 제 분량 외에는 모니터링도 안할 정도로 저역시 '응답하라 1994' 시청자였어요. 집에가서 보면 더 재밌으니까요."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를 두고 김성균은 천진한 천재라고 평가했다. / 임영무 기자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를 두고 김성균은 '천진한 천재'라고 평가했다. / 임영무 기자

팬과 같은 마음으로 '응답하라 1994'를 지켜본 그. 그의 눈에 비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는 정말 순수해요. 마치 어린아이 같이 장난기도 많은데 영상에 음악까지 기막히게 결과물을 뽑으니 '이 사람들 뭐지?' 싶었죠. '내가 아는 동네 형은 어디간거지? 아니 명품 드라마 PD님이었잖아' 등 혼자 헷갈려했던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언제나 남는 법. 삼천포가 꼽는 '응답하라 1994'의 아쉬운 점을 물어보자 예상하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한 회정도를 성동일 쓰레기 삼천포가 만나는 에피소드로 만들고 싶었다는 신원호 감독님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빅재미 빅웃음'을 주는 회차라고 볼 수 있는데 여건 상 진행하지 못했죠. 만약 했다면 어땠을까. '폭소의 도가니탕'으로 몰아넣었을 텐데 아쉽기만하네요."

많은 이들은 '응답하라 1994'를 동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도그럴 것이 출연진 모두 첫사랑과 이뤄지기 때문.

"첫사랑과 결혼한다는 것이 현실성은 없지만 현실만 보려면 드라마를 왜 봐요. 현실과 달라야 드라마아니겠어요? 현실이었으면 첫사랑과 당연 안 이뤄졌겠지만."

김성균은 특별할 것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독특한 포부를 밝혔다. / 임영무 기자
김성균은 '특별할 것이 없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독특한 포부를 밝혔다. / 임영무 기자

'아내 분이 첫사랑이 아닌가보다'고 농을 걸자 김성균은 "아내와 멜로 연기는 꼭 하고 싶다"고 화제를 돌린다. 연극하다 만난 아내 역시 지금은 두 아들의 엄마로 살고 있지만 과거 연극 배우였다.

"아내와 멜로 연기하고 싶어요. 다만 연기하다 보면 동료가 아닌 남편으로 볼까봐 그게 걱정이죠. 학생시절 만나서 연기 호흡을 맞춘 경험은 있지만 정식으로 같은 무대에 선 적은 없어서 그런지 함께 해보고 싶긴해요."

연기력은 물론 대중의 사랑까지 받게된 배우 김성균. 그의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이제 20살의 풋풋한 멜로는 해봤으니까 거친 멜로를 해보고 싶습니다. 러브신은 아내에게 허락 받은 후에 할래요. 이젠 제 나이에 맞는 역을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나이 들어가는 것과 맞게 내 캐릭터와 함께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hann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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