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다시보기] '무도' 박명수, 블랙코미디란 이런 것!
  • 이다원 기자
  • 입력: 2014.01.19 08:00 / 수정: 2014.01.19 07:29
박명수가 가상 옥상 줄다리기 미션을 꾸며 일부 예능프로그램의 안전불감증을 꼬집고 있다./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박명수가 가상 옥상 줄다리기 미션을 꾸며 일부 예능프로그램의 안전불감증을 꼬집고 있다./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 이다원 기자] 큰 재미는 없었지만 뭔가 되돌아보게끔 하는 힘은 있었다. 슬랩스틱, 말장난 개그처럼 금방 웃음을 전달할 순 없었지만, 쌓여가는 웃음 포인트가 마지막에 놀라운 폭발력을 발산했다. MBC '무한도전'의 영원한 이인자 박명수가 펼치 가상 게임 옥상 위 줄다리기는 예능프로그램의 안전불감증을 통렬하게 꼬집으며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줬다.

18일 오후 방송된 '무한도전-만약에' 특집에서는 박명수의 소원인 '내가 만약 국민 MC라면?' 미션이 펼쳐졌다. 앞서 진행된 '우리 결혼했어요'에 비해 재미는 크게 떨어졌지만 뭔가 깊은 울림을 던져준 에피소드였다.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재미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쳐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MBC '무한도전' 멤버들이 재미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쳐 웃음을 전달하고 있다./MBC '무한도전' 방송 캡처

이날 방송에서 박명수는 자신이 일인자라는 콘셉트 아래 냉동창고 견디기, MBC 예능대상 체험기, 옥상 줄다리기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특히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가상으로 세워진 80층 빌딩에서 줄다리기를 벌인 '글로벌 줄다리기' 미션이었다.

얼개는 간단했다. 가상으로 세워진 쌍둥이 80층 건물 옥상에서 떨어질 걸 각오하고 줄다리기를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이 모든 상황은 CG로 처리되기 때문에 큰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콩트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시작은 큰 재미 없이 미미하게 이뤄줬지만 그 끝은 달랐다. 줄다리기를 하다가 힘에 부친 멤버들이 하나둘 빌딩 밑으로 추락한다는 내용이었으나 단순히 사람의 목숨으로 웃음을 주는 설정은 아니었다.

사람이 하나씩 빌딩 밑으로 떨어질 때마다 박명수의 코멘트가 특히 백미였다. 그는 "시청자에게 재미만 줄 수 있다면 사람 목숨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며 "원래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이라면 이러지 않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모든 멤버가 가상 사망에 이르렀을 때에도 "시청자 여러분. 모두가 떨어져도 재미있으셨죠? 앞으로도 웃음을 위해서 목숨을 바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결국 자신도 뛰어내리는 것을 택했다.

말도 안되는 전개였고 웃음포인트도 적나라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명수가 던진 뼈 있는 개그는 안방극장에 살아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바로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 출연진의 안전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일부 예능프로그램들의 안전불감증을 꼬집었던 것이다.

많은 스타들이 '무한도전' 멤버들처럼 촬영 도중 다치거나 혹은 해외에 나가서까지 여러 수모를 겪지만 이에 대한 특별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그저 문제가 터졌을 때 제작진이 사과하거나 혹은 프로그램 폐지로 무마할 뿐이다.

박명수가 꾸민 콩트는 드라마로 따지자면 '막장 전개'였지만 이런 면에서 뼈아픈 개그였다. 방송 관계자라면 누구도 건들지 못했던 이 판도라의 상자를 개그를 이용해 날카롭게 지적한 '무한도전' 제작진과 박명수의 용기가 더욱 빛났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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