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기자] 지상파 방송 어느 것보다 뜨거운 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이 바로 tvN '더 지니어스2 :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다. 원래 마니아층에서 시작된 인기는 시즌2에 접어든 뒤 널리 퍼졌다. 그러나 관심만큼 논란도 거세다. 특히 의도한 두뇌 싸움이 아닌 머릿수로 승자를 가리는듯한 '방송인 연합' 논란에 이어 11일 방송된 6회 방송에서 은지원과 조유영이 이두희의 신분증을 가져가서 게임에서 완전히 배제한 일이 일어나자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했다.
6회가 방송되기 전날인 지난 10일 <더팩트>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에서 '더 지니어스2'를 연출하고 있는 정종연 PD와 만났다. 스포일러 가능성이 있어 자세한 이야기까지 듣지 못했지만, 제작진은 6회 방송이 만들어낸 논란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6라운드 아니라 지금까지 있었던 '더 지니어스2'에 대한 논란과 궁금증에 대해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시즌1과 비교해 시즌2는 연합의 힘이 더욱 강해진 것 같다.
플레이어 개인별 게임 이해도는 시즌1과 비슷하다. 그러나 전반적인 '더 지니어스' 시스템 이해는 시즌2 출연자들이 낫다. 시즌1의 플레이어 간 능력 편차가 컸다면 시즌2는 평준화됐다. 그러나 연합 문제는 예상 밖이었다.
- 예상 밖이라면?
다수 연합이 빠질 수 있는 오류가 있다. 제작진이 제시하는 가장 이상적인 연합의 크기는 메인 매치에서 제공되는 생명의 징표 수와 같다. 생명의 징표가 2개라면 한 연합은 2명이 맞는 것이다. 생명의 징표를 어떻게 분배하느냐는 전체 프로그램의 균형을 맞추는 데 아주 중요한 문제다. 생명의 징표 수보다 큰 연합은 생명의 징표를 얻기 위해 싸우는 구도가 나오게 된다. 시즌 1 당시 '풍요와 기근' 게임이 그랬다. 다수 연합에서는 김경란을 우승시켰지만, 결국 데스 매치에서 연합의 수장이었던 차민수가 탈락했다.
시즌2에서는 연합 전선 자체가 원래 불분명했다. '방송인 연합' 이란 게 구체화된 건 6회 방송이다. 방송이 나가면 논란이 생길 것 같다. 그러나 시즌1과 마찬가지로 7회부터는 개인전으로 넘어간다. 시즌1 7회가 홍진호의 능력을 보여준 '오픈 패스' 게임이었다.
- 시청자들이 연합을 문제로 생각하는 이유는 '해달별' 같이 데스 매치도 개인 능력보다 연합의 힘이 중요한 게임이 배치되기 때문인 것 같다.
연합의 힘이 비슷했다면 '해달별'은 재밌는 베팅 게임이다. 지난 시즌 '연승 가위바위보' 게임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지난 시즌에는 양쪽 손 모두를 들어주는 플레이어가 많았다. 어디에도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 2회에 일명 '가버낫(가넷 버는 게 낫지 않아요?)'이라는 결과를 만든 플레이어들의 행동에 놀랐다. 그리고 4회 '해달별'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명확하게 자기 노선을 정하고 게임에 들어갔다. 명분과 생존 가운데 각자 하나를 선택한 것이다.

- 시즌1은 연합이 매 게임 변했다면 시즌2는 굳어지는 느낌이 있는데?
드라마적으로 더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에피소드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이다. 돈독한 아군을 둔다는 것은 우승하기에도 필요한 요소다. 모든 관계가 리셋되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시즌1에 출연했던 이상민 홍진호 외에 우승후보로 조유영과 은지원을 예측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전체적인 틀에서 봤을 때 가장 좋은 무기는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동반자다. 두 사람은 1회 때부터 많은 거래를 토대로 신뢰를 쌓아왔다. 이 문제도 역시 6회에서 또 한 번 다뤄질 예정이다.
- 결국 연합이 굳어지다 보니 '방송인 연합' 논란이 커지지 않았나?
우선 노홍철은 연합에 관심이 없다. 노홍철이 프로그램에 임하는 태도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는데 진지한 플레이보다 기존 캐릭터대로 플레이해주길 원했다. 노홍철이 진지하게 플레이했다면 연합을 진두지휘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홍철은 이상민처럼 뒤에서 몰래 연합을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메인 매치를 하는 이유가 데스 매치를 가지 않기 위해서인데 "데스 매치 가고 싶다"라고 드러내는 건 그렇게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노홍철이 입으로 허세를 부린다는 말도 잇는데 사실 2회 때 재경과 '해달별' 게임에서 노홍철이 말로는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사실 홍진호와 이은결 빼고는 아무도 안 믿었다. 믿었다면 소극적으로 베팅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민은 어쩌면 가장 연합에 목숨을 거는 플레이어다. 이유는 홍진호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우승하기 위해서 이상민의 가장 큰 적은 홍진호다. 홍진호의 능력을 알기 때문에 개인전이 시작되기 전 홍진호를 탈락시키기 위해 오프닝 때마다 홍진호를 겨냥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상민에게 그게 최선의 전략이다.

- 배신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플레이어들 스스로 판단에 따라 배신을 결정한다. 그러나 그 배신에는 당연히 위험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자기편을 위해 신의를 지키겠는가. 다만 배신의 대전제에는 생존이 있어야 한다. 4회 메인매치 '암전 게임'이 그랬다. 팀원을 드래프트 형식으로 뽑은 것은 배신 없이 연합 대 연합으로 제대로 한판 붙어보라는 의미였다. 그게 배신 한방으로 날아갔다. 제작진이 간과한 건 '내가 고립됐다'라는 느낌을 받은 플레이어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다.
- 논란이 편집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닌가?
이은결이 탈락했던 4회는 편집 문제가 논란 부추긴 점이 없지 않다. 이은결은 은지원 이상민 노홍철 가운데 한 명을 떨어뜨리기 위해 배신했다고 밝혔다. 다른 속마음이 있지 않을까 파헤치기 어렵고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방송에 없었다. 특히나 이은결의 배신이 강했기 때문에 방송 후반으로 빼다 보니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상황이었다.

- 제작진은 방송에 얼마나 개입하는가?
앞서 얘기한 드라마적인 흐름을 위해 오프닝에서 입장 순서 정도만 강제한다. 대본에는 주최자와 딜러의 대사만 있다. 제작진은 거의 개입을 하지 않는다. 다만 주최자의 게임 설명 이후 리허설 전 게임 규칙을 설명해주고 아예 플레이어들이 룰을 이해하지 못했을 때만 다시 알려준다. 게임 해법을 잘못 찾은 게 아니라 아예 규칙을 잘못 받아들였을 때만 그렇다. 그런데 그런 일은 수없이 많다. 그것마저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게임이 산으로 간다.
- 지금까지 방송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제작진의 의도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기획했던 것보다 분위기가 훨씬 어둡다. 처음에 기획할 때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바탕에 깔고 조금 더 인간의 이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4회 이후 프로그램이 조금 어두워진 부분이 있다. 연예인 연합이란 것도 원래 서로 피하자는 게 강했는데 4회 이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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