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연 기자] "저, 실제로 보니까 꽤 크지 않나요?"
지난 12일 종영한 SBS 드라마 '상속자들'에는 배우 이민호(26)와 김우빈(24·본명 김우빈) 외에 또 다른 '상속자'가 있다. 바로 검찰총장 상속자 이효신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강하늘(23·본명 김하늘)이다. 반듯한 이미지와 부드러운 목소리가 매력적인 그는 지난 8월 종영한 tvN 드라마 '몬스타'에 이어 '상속자들'에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부드러운' 강하늘을 지난 13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더팩트>사옥에서 마주했다. 그에게 "드라마 잘 봤다"고 인사를 건네자 "작은 키 때문에 잘 보였느냐"며 짓궂게 장난을 건다.
강하늘의 키는 181cm. 훤칠한 키에 '망언'을 하는 그를 멀뚱히 쳐다보자 "작은 키는 아니지만, 187cm 이민호, 188cm 김우빈과 나란히 서면 자연스럽게 작아졌다"고 투덜거린 후 "빠르게 인정했다. 그들과 나는 다른 사람들이란 것을"이라며 활짝 웃었다.
김우빈-이민호보단 조금 작지만, 그래도 독특한 매력이 넘쳐나는 남자 강하늘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유쾌했다.
◆ '서민' 강하늘이 '상속자'로 상위 1%가 되기까지
지난 8월, tvN 뮤직드라마 '몬스타'로 강하늘을 인터뷰했을 때가 기억났다. 그간 연극과 뮤지컬을 주로 해왔던 그는 뮤직드라마에 관해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거렸다. 그러더니 MBC 단막극 '불온'을 선택, 사극으로 차기작을 결정했다. '그 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도전을 좋아하고 다소 '애 늙은이'같은 그의 성격을 인터뷰를 통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강하늘이 반짝반짝 '하이틴 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상속자들'의 출연을 결정한 건 다소 의외였다.
"안 그래도 '상속자들' 오디션을 보러 가자마자 후회했어요. 오디션장에 온 친구들이 다 모델 같고 부티나는 친구들 천지인 거죠.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나?' 싶더라고요(웃음). 5명이 함께 오디션장에 들어갔는데 제 키가 가장 작았어요(웃음). 잔뜩 주눅이 들어서 김은숙 작가님 앞에 섰죠. '나쁜 이미지만 남겨 드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예쁘게 봐주신 감독님,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죠."
강하늘은 평소에도 "3만 원이 넘는 옷은 절대 못 산다"라고 잘라 말할 만큼 검소하다. 하지만 '상속자들'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대한민국 상위 1%들이 다니는 제국고 학생 이효신.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했느냐"고 따져 묻자 테이블을 치며 박장대소한다.
"푸하하. 안 그래도 당황했어요. '이 아이들은 대체 뭔가'싶더라고요. 하지만 제가 맡은 효신이란 캐릭터는 재력 빼곤 저랑 닮은 구석이 많은 친구에요. 겉으로는 '쿨'한 척 하지만, 내면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도 그렇고 '애늙은이'같은 성격도 그렇고요. 그래서 상당한 매력을 느꼈죠."
강하늘이 이효신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곤 하지만 '상속자들'은 사실 박신혜-이민호-김우빈에게 중심을 둔 드라마였다. 자연스럽게 세 명의 주인공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지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터였다.
"저는 오히려 김은숙 작가님께 감사했는 걸요.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는 것을 알고 시작했던 작품이였죠. 전 그저 맡은바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 뿐이었는데 마지막까지 효신이(강하늘 분)의 러브라인을 충실히 살려주셨어요."
◆ '애늙은이' 강하늘은 2013년, 성장했다 vs 늙었다
강하늘은 사람을 '구워삶을 줄 아는' 배우다. 피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눈에서는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진실함이 느껴지고 말 할 때마다 짓는 미소는 대화하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한 번 만났던 사람, 장소도 기억하는 섬세함 또한 그렇다. 하지만 '상속자들'을 끝낸 그의 표정에선 전과 다른 피로가 느껴졌다.
"앗, 눈치가 빠르시네요(웃음). 사실 많은 분이 저한테 '올 한해 많은 것을 얻었다'라고들 하세요. 맞는 말이죠. '몬스타', '불온', '상속자들'같은 좋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하지만 그만큼 잃은 것도 있었고 스스로 단단하지 못하다는 걸 느끼면서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강하늘이 건넨 의외의 대답에 내심 놀랐다. 1년 사이 배우로서 튼튼한 필모그래피를 쌓은 것에 집중해 그를 치켜세웠지만, 남모를 고충이 있는 듯 했다. '몬스타'로 인터뷰할 당시에도 깊이 생각하던 그에게 "쉽게 살아라"고 장난스럽게 말한 것이 생각났다. 그는 여전히 쉽게 살고 있지 못한 듯했다.
"바쁘게 지냈잖아요. 1년 동안.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볼 시간이 없었어요. 오죽하면 부모님이 '연락 좀 해라'고 전화를 하세요(웃음).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럴 때 마음이 아려요. 소모적인 시간을 보냈어요. 저를 채우지 못했던 것 같아서 두려워요. 제가 가진 카드를 다 내놓고 나면 더는 보여드릴 것이 없을까 봐서요."
어린 나이에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깊은 마음을 가진 강하늘이 대견스럽다가도 혼자서 끙끙 앓는 그가 안쓰러워 또 한번 핀잔을 줬다. "또 할아버지로 변했다"고 너스레를 떨자 정말 할아버지 같이 '껄껄껄' 웃는다.
"크리스마스 이후부터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까지 연락 못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연락도 하고, 못 읽었던 책도 읽을 거에요. 그리고! 여행을 갈 거에요. 혼자서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으로 가려고 계획 중인데요. 강원도나 경주로 생각하고 있어요. 음…또 '애늙은이'같다고 놀리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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