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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 본사 |
◆ GBC 사업 탄력, 현대차그룹 발 빠른 대응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에 GBC 건설을 맡기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GBC 사업은 지난 8일 서울시의회의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조례 통과로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에 110층 초고층 빌딩 건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기부채납 문제로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지금까지 기부채납 대상이 도로나 공원 등 토지에 국한돼 서울시는 지역에 필요한 다양한 시설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고, 현대차그룹도 기부채납 토지 부담이 커 사업 추진에 애먹었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사업 시 용도 변경을 해주고 받는 기부채납 대상을 주차장, 문화복지시설 등 건축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의 관련 법안이 개정되자 중단했던 GBC 착공을 빠르게 다시 전개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 아무래도 현대건설이…
그동안 항간에 GBC 사업이 재추진되면 엠코가 맡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현대건설이 올 초 합병되기 전만에도 그룹의 건설 사업을 엠코가 도맡아서 해 왔기 때문이다. 또 GBC 사업이 실질적으로 전개되지는 않았지만 엠코에서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GBC 건설 사업을 현대건설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국내 1~2위를 다투는 초대형 건설사일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그동안 쌓아 온 노하우가 에코보다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현대차그룹에 포함된 만큼 그룹 내 최고의 건설사에 그룹의 건설 부문을 맡기는 것도 당연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 10조56억원을 기록, 현재 업계 1위다.
엠코는 지난해 매출 1조5,010억원으로 20위권 내로 랭크돼 있다. 현대차그룹의 물량이 대거 몰려 가능했다. 엠코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현대차 LA 주행시험장, 현대제철 당진공장 부두 공사, 양재 현대기아차연구센터 등 그룹내 공사를 도맡았다. 2002년 설립 이후 2008년까지 매출 가운데 그룹 계열사 공사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 한 지붕 두 가족, 언제까지?
일각에서 현대건설과 엠코가 계속해서 비교되는 까닭은 두 회사 모두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는 건설사이기 때문. 그룹 내에서 건설 부문을 맡으며 그룹과 함께 성장해 온 엠코와 현대그룹의 모태 기업이자 업계 1위며 올 초 합병된 현대건설은 비교될 수밖에 없다. 또 두 회사의 사업군이 비슷해 그룹 내 물량 등에 대해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그때마다 어느 회사가 그룹 물량을 맡을지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때문에 관련업계에서 현대건설과 엠코가 곧 합병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지난 5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합병된 지 2개월 만에 현대건설을 이끌어 왔던 김중겸 사장이 사퇴했다. 지난달에는 그 빈자리를 엠코 출신 정수현 사장이 채웠다. 같은 엠코 출신인 김창희 부회장과 함께 현대건설을 이끌게 된 것이다. 실질적으로 엠코 경영진이 현대건설을 장악한 셈이다.
그러나 2013년까지는 현대건설과 엠코의 합병은 불가능하다. 현대건설 매매 확약 사항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2년간 회사와 다른 법인과의 합병 또는 분할합병, 회사의 인적·물적 분할을 하지 못한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채권단과 현대건설 합병 당시 협약한 사항이다.
현대차그룹도 현재 현대건설과 엠코의 합병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GBC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대건설이 초대형 건설 경험에 풍부하다는 이유에서 결정됐다고 밝히고 있다. 현대차그룹 측은 엠코는 공장시설 건설과 자산관리에, 현대건설은 초고층 빌딩이나 토목사업에 적합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엠코에서 GBC 사업을 진행한 적 없다. 소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지붕에 두 가족이 공존하기는 힘들다. 현대건설과 엠코는 사업군이 많이 겹친다”며 “GBC 사업을 두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 아니냐는 소문도 무성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조항 때문에 2년간은 합병하기 힘들지만 그 이후에는 합병이 추진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