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한식당 홀대, '낮은 수익성' 변명 뭇매
  • 황진희 기자
  • 입력: 2011.04.15 11:46 / 수정: 2011.04.16 07:37
▲ (왼쪽 위 부터 시계 방향) 한식당 무궁화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롯데호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웨스틴 조선호텔, 더 플라자 호텔, 신라호텔

▲ (왼쪽 위 부터 시계 방향) 한식당 '무궁화'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롯데호텔,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웨스틴 조선호텔, 더 플라자 호텔, 신라호텔

[황진희 기자] ‘수지가 안 맞아서…’

신라호텔 발 ‘한복 불가’ 파문이 이번엔 특급호텔 전체의 한식당 실태로 옮겨 붙었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서 미래희망연대 김을동 의원이 “우리나라 특급 호텔 10곳 중 한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다. 호텔들은 이에 대해 “운영 효율화가 떨어진다”면서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특급호텔들의 전통문화 홀대에 대한 비난 여론은 들끓고 있다.

신라호텔의 한복 불가 파문이 여론의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한복 입은 손님을 출입 금지했다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2004년에는 자위대 40주년 행사를 개최하면서 기모노 파티를 벌인 데 이어, 2005년에는 1979년부터 운영되던 한식당 ‘서라벌’을 폐쇄하는 등 전통문화를 홀대했다는 지적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신라호텔의 전통문화 홀대 실태를 직면한 여론은 곧바로 서울 시내에 위치한 특급호텔로 시야를 확장했고, 호텔 내에서 한국의 전통문화를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한식당 운영 실태에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실제로 조사해 본 결과, 서울의 특1급 호텔 17곳(2010년 12월 기준) 가운데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단 4곳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식당을 운영 중인 서울 시내 특급호텔은 호텔롯데(무궁화), 쉐라톤그랜드워커힐(온달,명월관), 메이필드호텔(낙원), 르네상스서울호텔(사비루) 등 4곳으로,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한식당이 없었던 호텔들도 있다. 파크하얏트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호텔리츠칼튼서울, 그랜드힐튼서울, JW메리어트호텔서울, 그랜드앰배서더서울, 반얀트리호텔 등 7곳이다.

최근 10년 사이 운영하던 한식당을 폐쇄한 호텔은 6곳으로 알려졌다. 1999년 밀레니엄서울힐튼의 한식당 ‘수라’가 폐쇄됐고, 2001년 서울프라자호텔 ‘아사달’이 간판을 내렸다. 2005년에는 1979년부터 운영되던 신라호텔 한식당 ‘서라벌’이 폐쇄됐다. 서라벌이 없어진 자리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바로 이번에 한복 불가 파문을 일으킨 뷔페 레스토랑이다. 이후 웨스틴조선호텔 ‘셔블’,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한가위’, 임피리얼팰리스 호텔 ‘마루’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대다수의 특급호텔들이 한식당 운영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텔업계 관계자는 “조리 과정이 까다롭고 회전율도 낮은 데다 인건비도 많이 드는 탓”이라면서 “이러한 이유로 주요 호텔이 운영하던 한식당은 2000년대 초반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H호텔 관계자는 “서울시내 특1급 호텔 내 한식당 인건비는 50%에 달하며 동일업장 내 양식당의 인건비 35%에 비해 운영 효율화가 떨어진다”면서 “메뉴 판매 비율도 한식은 저가의 단품판매 비중이 60%로 높은 반면 양식은 고가의 코스메뉴가 60%로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 특급호텔들의 해명에도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이들 호텔들이 한식당의 간판을 내걸지 않으면서도 룸서비스 메뉴로 갈비탕, 사골우거지국, 전복죽 등 한식 메뉴를 내놓고 있어서다.

호텔들은 “채식주의자, 돼지고기를 못 드시는 고객 등 다양한 기호의 손님들이 있다”면서 “간혹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하다가 한식 메뉴를 찾는 고객들이 있어 룸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운영효율화, 매출 단가 등의 이유로 한식당 운영을 기피하고 있는 호텔들이 룸서비스 메뉴로 한식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누리꾼들은 “룸서비스 메뉴는 단품이 아니냐”며 “차라리 고급화, 퓨전화를 통해 손님들을 모으는 것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꼬집고 있다.

jini8498@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