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딸은 OK? 며느리는 NO? '같은 여성인데…'
  • 황준성 기자
  • 입력: 2010.12.31 11:59 / 수정: 2010.12.31 11:59

[더팩트|황준성기자] 며느리는 왜 뒷전에?

재계는 올해도 어김없이 오너 2·3세들의 승전보를 울리며 한해를 마감했다. 삼성그룹, 한진그룹, 금호그룹 등 국내 굴지의 오너들은 자녀들을 대거 승진시키며 후계구도를 안착시켰다. 그러나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딸들의 약진. 과거 예술이나 봉사활동 등을 하며 내조에 전념하는 경우가 많았던 오너의 딸들은 여성 특유의 감성 경영을 무기로 ‘안주인’ 역할이 아닌 당당한 ‘여성 경영인’으로 그룹의 한축을 꿰차고 있다.

하지만 올해 역시 오너의 며느리들은 수면위로 오르지 못했다. 오너 딸들의 적극적 경영참여와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최근 여성들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맞춰 오너의 딸들이 그룹 경영참여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반면에, 집안 좋고 학벌 좋은 며느리들은 내조에만 힘쓸 뿐 그 어떤 정황도 들리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감감무소식.

◆ 오너 딸들 오빠·남동생 부럽지 않아?

먼저 삼성그룹의 파격적인 승진 인사가 눈길을 끌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3일 전무에서 사장으로 2단계 올라선 것. 또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도 지난 8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삼성그룹 두 자매의 입김은 더욱 강해졌다.

특히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의 대표이사를 맡아 ‘진짜 CEO’가 됐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뿐 아니라 삼성에버랜드 사장과 삼성물산 고문까지 겸임하며 그룹 내 소집단을 이끄는 정상의 위치에 올랐다. 이제 삼성가에서 이부진 사장의 위치는 아들인 이재용 사장 못지않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상무보도 여성경영인에 동참했다. 지난 30일 한진그룹은 인사발표에서 조현민 상무보를 부장급에서 상무보인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함께 한진그룹의 한축을 담당하게 됐다.

재계는 최근 오너 딸들의 약진에 대해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높아진 여성의 자질을 꼽는다. 구차원적인 과거의 통념에 억눌려있지 않고 여성들의 일처리 능력을 높게 평가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패션, 호텔 등 감성 경영이 필요한 사업에서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 CEO의 업무 실적이 낫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며 “보수성향이 강한 재벌가에서의 여성지위 상승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제조회사에서도 오너의 딸이 승진했다. 동양그룹 맏딸인 현정담 상무보가 동양매직 상무로 승진한 것. 이에 패션, 호텔뿐만 아니라 가전제품에서도 딸들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재계에 돌고 있다.

◆ 며느리는 내조만?

하지만 어느 기업에서도 며느리의 승전보는 들리지 않았다. 재계의 여풍에도 불구하고 오너의 딸들만 부각될 뿐 며느리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없다. 그렇다고 재벌가의 며느리들이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 터, 대부분 좋은 집안 출신에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이 명실상부하기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며느리의 경영활동 참여는 금기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추구하는 봉사활동과 내조만 할 뿐이다. 이런 재계의 통념은 유교적 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귀족적 성향이 짙은 재벌가에서는 혈(血)을 중요히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 또 성이 다른 가족원에게 중책을 맡기기 어렵고, 후계구도 안착을 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들보다 며느리의 경영성과가 더 뛰어날 경우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아들이나 딸이 며느리보다 능력이 떨어질 경우 비교 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즉, 오너일가의 위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재계 관계자는 “보통 국내 재벌가는 보수성향이 짙어 며느리의 경영활동에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며 “남편이 일찍 타계해 경영권을 잡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며느리 및 안방주인은 내조에만 전념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대표적이다. 며느리로 있을 때는 경영권과 무관했지만 남편이 죽고 경영 전면에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한 후 본 기업으로 돌아가 경영일선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 예로 삼성가를 들 수 있다. 이재용 사장의 전 부인인 임세령 와이즈앤피 대표의 경우 삼성가에 속해 있을 때는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이혼 후 바로 대상그룹의 후계구도에 거론되고 있다. 대상그룹 측에 따르면 임세령 대표는 현재 와이즈앤피 대표로 활동하며 경영에 대해 공부 중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재벌가에는 뛰어난 실력을 가진 며느리들이 많을 것”이라며 “그 들의 능력이 방출되지 못하고 잠자고 있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국을 이끄는 재계에서 먼저 며느리들의 실력이 표출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야 사회적 문화로 정착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yayaj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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