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크윈 K9자주포 ‘썬더’…‘명품무기’ 자존심
  • 황준성 기자
  • 입력: 2010.09.22 10:02 / 수정: 2010.09.22 10:02

[더팩트|황준성기자] 위협적인 북한의 포병전력에 맞서는 K9자주포 ‘썬더’

북한의 포병전력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힌다. 특히 전방에 배치된 북한의 자주포 전력은 우리나라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로 꼽힌다.

군사 전문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995년부터 지금까지 4,400여개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는 “북한의 자주포는 지난 1960~70년대의 중국기술을 기반으로 차체 위에 지난 1930~40년대 기술 기반인 구 소련제 견인포를 올려놓은 것들이다”며 “비록 오래된 것들이기는 하지만 그 수가 방대해 우리나라에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1,400여대의 자주포를 보유하고 있어 북한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다. 우리나라는 제한된 예산으로 ‘M114’, ‘KH-179’ 155㎜ 견인포를 대량 배치해 대응해 왔지만 자주포와 차량탑재 방사포가 많은 북한의 포병전력을 상대하기는 한계가 있어 기동성이 뛰어난 자주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M-107자주포와 M-110자주포 등이 있긴 했지만 자주포의 숫자는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승무원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무포탑 형태였기 때문에 생존성도 떨어졌다.

◆ 삼성테크윈의 K55자주포, K9자주포

이에 따라 삼성테크윈은 지난 1983년 지상전투장비 방산사업에 진출해 국방력과 포병전력의 증대를 위해 자주포 생산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삼성테크윈은 K55자주포와 ‘명품 자주포’라 불리는 K9자주포를 개발하게 됐다.

먼저 K55자주포는 무게 26.5t에 8V71T 440마력의 엔진을 탑재했다. 따라서 56km/h의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39 구경장 M185 155㎜ 곡사포 1문, K-6 12.7㎜ 중기관총 1정을 무장했으며 18㎞(일반 고폭탄), 24㎞(RAP-로켓추진 고폭탄)의 사정거리를 자랑한다.

군사 전문가는 K55자주포에 대해 “M-109A2 155㎜ 자주포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량한 것으로 지난 1985년 삼성항공(현 삼성테크윈)에서 생산됐다”며 “지난 1997년까지 1,180대라는 많은 숫자가 생산돼 일선에 배치됐으며 기존의 KH-179 견인포를 대신해 육군 포병전력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55자주포를 발사하기 위해선 ‘스페이드’라 불리는 지지삽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때문에 사격명령을 받고 발사할 때까지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스페이드를 고정시키지 않으면 발사반동으로 차체가 밀려 쏠 때마다 포각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삼성테크윈은 이에 따라 K55자주포보다 더 뛰어난 자주포 개발에 집중했다. 그 산출물은 바로 K9자주포 ‘썬더’. 삼성테크윈은 1,000대 이상의 K55자주포 생산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토대로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세계 최고 성능의 자주포를 개발하는데 성공한다.

삼성테크윈이 자랑하는 K9자주포의 가장 큰 특징은 8m가 넘는 52구경장의 포신. 기존의 K-55자주포가 39구경장의 155㎜ 주포를 탑재한 것과 비교해 2m이상 길어졌다. 또 로켓추진 고폭탄(RAP탄)도 탑재했으며 K-307 항력감소 고폭탄(BB-HE탄)도 사용해 최대 41㎞의 사거리를 확보했다. MT 881 Ka-500 1000마력 디젤엔진도 탑재해 최고속도 67㎞/h를 낼 수 있다.

그러나 K9자주포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자주포의 위치와 포신의 각도 등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관성항법장치를 탑재하고 있는 것. 이로써 탄도계산기와 연동해 자동으로 포신을 맞출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포신잠금장치도 차내에서 자동으로 풀 수 있어 포가 움직일 때 무리가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사격 반동을 효과적으로 흡수 할 수 있는 유기압식 현수장치가 내재돼 별도의 지지삽이 없이도 안정적인 사격이 가능하다.

이런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K9자주포는 타국의 동급 무기에 비해 10㎞ 긴 40㎞의 사정거리를 자랑하며 이를 토대로 군단급 작전지역에서 적진의 한가운데를 타격할 수 있다. 또 보통의 자주포가 이동 중 정차해 첫 포탄 발사까지 10분 안팎이 걸리는 데 비해 K9자주포는 첨단 장치를 갖춰 정차 후 1분 이내에 사격할 수 있다. 그밖에도 15초 내에 세 발을 쏘는 급속발사 기능도 동급 최강으로 손꼽힌다.

이에 대해 군사 전문가는 “K9자주포의 성능은 미군의 주력 자주포인 M-109A6 팔라딘’(Paladin)과 비교해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있다”며 “세계최고로 꼽히는 독일의 Pzh-2000 자주포와 비슷한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 엔진결함, 납품비리로 얼룩져

하지만 삼성테크윈의 K9자주포는 ‘명품 자주포’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엔진 결함으로 그 명예에 얼룩이 지기도 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9일 “지난 2005년부터 K9자주포의 엔진에서 ‘캐비테이션’현상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지난 2007년까지 엔진 15점에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23점에서 각각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에 따르면 케비테이션 현상은 유체의 속도가 증가하면 유체에 닿아 있는 물체 표면 근처의 압력이 낮아지게 되어 유체가 밀도가 낮은 수증기로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 마치 물 속에 빈 공간이 만들어진 것과 같아지는 물리적 변화이다. 특히 잘못된 부동액을 사용할 때 종종 나타난다.

업계 관계자는 “전용부동액을 사용해야 하지만 육군 군수사에서 부동액 구매예산을 줄기 위해 전용부동액보다 저가인 다른 제품을 사용했다”며 “이로 인해 K9의 엔진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K9자주포의 직접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잘못된 부동액 사용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라며 “이 문제로 하여금 K9자주포의 명성에 타격을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 발견 당시 삼성테크윈 직원도 엔진 고장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삼성테크윈에서 파견 나온 직원도 부동액으로 인해 엔진이 고장난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결국 업체에서 정비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캐비테이션이 발생한 엔진은 육군에서 수리비용을 지불하기로 했지만 삼성테크윈도 이 문제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K9자주포의 엔진결함뿐이 아니다. 지난 2009년 10월 검찰은 삼성테크윈과 유명 외국계 회사인 한국무그에 대한 수사를 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따르면 삼성테크윈과 한국무그는 K-9자주포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부품단가를 부풀려 거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이에 검찰은 방위산업체인 동시에 초정밀 기계 생산업체인 삼성테크윈 창원사업장을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당시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납품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검찰에서 관련 자료를 요청해 제출하기로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기본적으로 삼성테크윈에 대한 수사라기보다는 한국무그사에 대한 것”이라며 “한국무그에서 지난 10년 동안 부품 값 등을 부풀려 70억 원 가량을 빼돌렸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진결함과 납품비리가 삼성테크윈과 K9자주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다”며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K9자주포의 이름에 오점을 남길 수 있고 이는 곧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방산업체에서 종종 불거지는 기기 결함이나 비리 같은 문제들이 사라져야 국내 방산업체들이 선진 방산업체로 발돋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yayajo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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