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진희기자] ‘서울역 앞 유령빌딩 출몰?’
세계적인 투자회사 모건스탠리가 1조600여억원(건물매입비용 9,600억+리모델링비용 1,000억)을 들여 완성시킨 빌딩이 텅 빈 유령건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 2007년 7월, 금호그룹으로부터 사들여 2년여의 공사 끝에 선보인 서울스퀘어 빌딩(옛 대우그룹 빌딩)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서울역 앞, 남대문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은 단연 서울스퀘어 빌딩이다. 주변의 다른 건물들을 압도하는 규모의 갈색 건물은 지난해 11월, ‘서울스퀘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낮에는 거대한 건물 크기로, 밤에는 화려한 LED 미디어 캔버스로 서울역 주변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고 있다.
지하2층~지상23층, 연면적 132,806㎡(40,174평)에 이르는 서울스퀘어는 건물의 외관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와 선진화된 빌딩 관리운영시스템을 도입해 최고급 시설의 빌딩을 구현했다. 특히 지상 4층에서 23층은 오피스 빌딩으로 200석 규모의 컨퍼런스 홀 도입은 물론 직원 전용 피트니스 센터, 주차대행, 세차서비스 등 입주사에 대한 호텔급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오피스빌딩의 입주가 시작된 지난해 11월16일부터 최근까지 만 5개월이 지나도록 공실율이 60%에 육박해 부동산 업계에서는 ‘빛 좋은 개살구’, ‘속 빈 강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저조한 입주율 때문에 유령 건물이란 비아냥을 받고 있는 서울스퀘어 빌딩을 다녀왔다.

◆ 텅빈 서울스퀘어, 개장 5개월 지났어도 공사 중?
현재 서울스퀘어에 입주한 국내기업은 LG그룹의 LG전자와 LG이노텍, SK텔레시스, 우리은행 등이다. 이들 오피스 빌딩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올라갈 수 있는데, 1층 로비 안내데스크에서 방문카드를 발급받아야만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총 19개 층으로 구성된 오피스 빌딩은 현재 8개 층만이 입주가 이루어진 상태다. 나머지 11개 층은 아직도 입주는 커녕 분양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60%가 넘는 대거 공실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건물의 절반 이상이 텅 비어있는 상태다.
그나마 사람들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서울스퀘어 빌딩 지하 1층에서 지상 1,2층의 아케이드다. 현재 아케이드 몰은 총 3개 층 가운데 지하 1층과 지상 1층만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는 카페와 베이커리, 푸드코트, 꽃가게 등이 입주해 있지만 사람구경을 하기 힘들 정도로 적막한 모습이다.
심지어 지상 2층 몰은 입주가 이뤄지지 않아 한 층이 모두 텅 비어 있는 상태로 공사조차 마무리 되지 않아 공사잔해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2층에서 유일하게 공사가 완료된 곳은 화장실 뿐이었다.
이처럼 서울 도심의 입지조건, 편리한 교통, 호텔급 시설에도 불구하고 입주율이 저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에 ‘지역적인 접근성’과 ‘비싼 임대료’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 서울스퀘어의 임대료는 3.3㎡당 13만원 수준으로 광화문에 위치한 서울파이낸스센터보다도 비싸다. ‘대기업 본사나 주요기업과 동떨어진 곳에 비싼 임대료를 들여 입주할 업체가 얼마나 되겠느냐’는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풍수지리에 대한 논란도 제기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우그룹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까지 건물 주인들이 모두 공중분해 하면서 건물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처럼 입주율 저조로 빌딩이 텅 비게 되자 지하 아케이드 매장 업체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한 카페는 “빌딩의 입주율이 저조해 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며 “점심시간 1시간 정도만 손님들이 있을 뿐 그 외에는 손님이 거의 없다. 다른 매장들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서울스퀘어 입주사인 LG전자, SK텔레시스의 점심시간에도 서울스퀘어 지하 쇼핑몰은 다른 지역의 쇼핑몰과 비교될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퇴근시간인 저녁에는 쇼핑몰을 찾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든 정도였다.
서울스퀘어 측은 “현재 입주율은 40% 정도”라며 “분양홍보에 주력한 결과, 최근 분양에 대한 문의가 쇄도해 올 하반기까지는 건물 대부분이 입주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마저도 ‘입주 완료’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에서 서울스퀘어가 올 하반기까지 60%에 이르는 공실사태를 어떻게 마무리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