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튀긴 라면 구매 줄만 2~3시간
구미시장 "아시아 대축제 목표"

[더팩트ㅣ구미=유연석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북 구미역 앞 원도심. 맑지만 쌀쌀한 늦가을 바람을 뚫고 풍겨오는 매콤하고 고소한 라면 냄새가 거리 전체를 가득 채웠다. 축제장 입구에는 신라면을 상징하는 붉은색과 검은색으로 단장한 대형 농심 팝업스토어가 방문객을 맞았고, 거리 초입부터 발 디딜 틈 없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가 8일까지 사흘간 구미역 광장 앞 역전로 일대 475m 구간에서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스트리트'를 주제로 펼쳐졌다.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책임지는 농심 구미공장의 지역적 특색을 살려 기획된 축제다. 첫해 1만5000명에 불과했던 방문객은 2023년 8만명, 2024년 17만명, 지난해 35만명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구미시는 올해 40만명 이상이 축제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전국 5대 도시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와 전날 운행한 '라면 열차'는 일찌감치 매진됐다.

가장 긴 행렬이 늘어선 곳은 구미공장에서 당일 생산한 라면을 판매하는 '갓랜드'였다. 4개들이 라면 5봉을 투명 가방에 담은 묶음 상품으로, 인파가 몰리면서 1인당 2묶음까지만 살 수 있었다. 라면이 묵직하게 담긴 투명 가방을 어깨에 둘러멘 방문객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며 지난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를 모은 이른바 '라면 거북이' 행렬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구미 송정동에 사는 20대 여성은 "평소 지역에 축제가 없어 구경도 하고 라면도 살 겸 친구들과 왔다"며 "3시간 넘게 줄을 서서 겨우 샀다"고 말했다.
갓 튀긴 라면은 지난해 축제에서 약 48만개가 팔렸다. 평소 사람들이 접하는 기존 라면과 품질 차이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최영갑 농심 면마케팅실장은 "라면은 보관성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 갓 튀겼다고 차이가 거의 없다"면서도 "갓 만들어져 따끈따끈한 데서 오는 요소가 있다"고 답했다.

올해는 구미산 밀을 100% 사용한 한정판 '구미라면축제면'도 첫선을 보였다. 소고기장국 스타일 국물에 표고버섯, 당근, 청경채 건더기를 넣었다. 총 20만개를 생산해 축제장 갓랜드와 농심몰에서 판매한다. 최 실장은 "구미 밀가리(밀가루의 방언)는 일반 밀가루보다 많이 비싸다"며 "지역 상생의 의미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신라면 출시 40주년 기념 제품인 '신라면 골드' 시식과 체험 행사가 열렸다. 입구 게이트 뒤 '라면공작소'에서는 면, 스프, 토핑을 골라 나만의 라면을 만드는 체험이 사흘간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취향에 맞는 스프를 조합하는 '스프랩'도 올해 처음 도입됐다.
거리 곳곳의 셀프 라면 코너 10곳에서는 갓 튀긴 라면에 해산물 등 토핑을 직접 얹어 끓여 먹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취식석은 지난해 2400석에서 2700석으로 늘렸지만 야외 테이블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자리를 잡은 방문객들은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늦가을 추위를 녹였다.

지역 음식점이 운영하는 라면레스토랑 25곳과 라면트럭 8대 등 33곳의 부스도 성황을 이뤘다. 올해 주제를 '프리미엄'으로 잡으면서 참복 튀김을 올린 복튀김 라면, 국내산 송이·능이 라면 등 축제 처음으로 1만원이 넘는 메뉴도 등장했다. 반값에 여러 그릇을 맛보는 '반띵 라면'도 9종이 마련됐다. 미슐랭 1스타 니시무라 셰프와 중식 정찬희 셰프는 일식·중식 면 요리를 선보였고, 무대에서는 이연복 셰프의 라이브 쿠킹쇼가 진행됐다.
외국인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전날 결선이 치러진 '글로벌 라면 챌린지'에는 80개국에서 1263명이 지원해 치열한 예선을 뚫은 13개국 13명이 무대에 올랐다. 구미시는 지난해 외국인 방문객을 1만~2만명으로 추정했다. 챌린지에 참가한 미국인 린지 캐서린(33)씨는 "한국 라면이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며 "축제장에 라면 가게가 많고 메뉴도 다양해 이것저것 맛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계기로 새로운 레시피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 기간 축제장 매출은 약 10억원, 인근 상권 매출은 2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구미역 인근 호텔 2곳은 지난해 축제 기간 객실이 거의 다 찼다. 시는 숙박 예약 데이터도 분석하고 있다.
시는 당일 방문에 그치는 축제를 체류형으로 넓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당일로 왔다가 올라가게 하느냐, 체류하게 하느냐가 구미의 과제"라며 "금오산과 금리단길 등을 연계해 1박2일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 구미공장 견학과 삼성전자 구미 휴대폰 공장을 둘러보는 산업 투어 코스도 마련했다.
축제 메뉴를 상시 판매하는 지역 음식점은 12곳으로, 시는 올해 20곳으로 늘리고 원도심에 상설 '구미 라면관' 조성도 추진한다. 윤성진 구미라면축제 총감독은 "축제를 시작할 때 역전로에는 분식집이 2곳뿐이었다"며 "라면 맛집이 50곳 정도 되면 K-라면의 성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능가하는 아시아 대축제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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