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사전 수요조사도 허용

[더팩트|윤정원 기자] 앞으로 기관투자자가 공모주를 미리 배정받으려면 최대 10개월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상장 직후 기관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다. 공모가를 정하기 전에 기관투자자의 수요를 미리 파악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사전수요예측과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 시행령은 이달 중 공포돼 오는 13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다.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일정 기간 주식을 보유하기로 약속한 기관투자자에게 공모주 일부를 일반 수요예측에 앞서 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기업은 상장 전부터 중장기 투자자를 확보하고, 기관은 원하는 공모주 물량을 미리 배정받을 수 있다.
다만 사전 배정받은 주식을 곧바로 팔 수는 없다. 배정물량의 50%는 6개월, 30%는 8개월, 나머지 20%는 10개월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보호예수 종료 시점을 나눠 특정 시기에 매도 물량이 집중되는 현상도 방지한다는 취지다.
사전 배정 규모에도 제한을 둔다. 코스피 상장기업은 일반 기관투자자 배정물량의 최대 20%를 코너스톤투자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 한 기관이 받을 수 있는 물량은 10%까지다. 코스닥은 전체 30%, 개별 기관 20%로 한도를 높였다.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코스닥 기업의 기관투자자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참여 자격도 제한된다. 코너스톤투자자가 되려면 사전 청약하는 공모주 금액의 20배 이상에 해당하는 자기자본이나 위탁재산을 갖춰야 한다. 예컨대 100억원어치 공모주를 사전 청약하려면 2000억원 이상의 자산 규모가 필요하다.
공모가 결정 과정도 달라진다. 현재는 증권신고서에 희망 공모가 범위를 제시한 뒤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신고서 제출 전에도 전문투자자에게 희망 매입가격과 물량을 물어볼 수 있다. 주관사가 실제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공모가 범위를 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전수요예측은 기업 실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진행할 수 있다. 미공개 정보가 제공되는 만큼 참여 기관과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정보 제공 일시와 상대방, 내용 등도 기록·관리해야 한다.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상장기업의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은 코너스톤투자자로 참여할 수 없다. 사전 배정을 대가로 별도 이익을 주고받는 이면계약도 금지된다. 계열사에 유리한 물량을 몰아주거나 청약 미달 위험을 떠넘기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 개편으로 IPO 기업이 안정적인 장기 투자자를 확보하고, 상장 초기 기관투자자의 단기 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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