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는 오락가락, 해킹엔 속수무책…가상자산 업계 '사면초가'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11.02 13:08 / 수정: 2026.11.02 13:08
시행 두 달 앞두고도 유예 여부 미정…당정 늑장 대응에 시장 혼란
빗썸 개인정보 유출·바이낸스 대규모 해킹…3분기 실적 악화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과세 불확실성과 잇따른 해킹 사고, 거래 부진 등 삼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과세 시행을 두 달 앞두고도 유예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당정협의회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과세 불확실성과 잇따른 해킹 사고, 거래 부진 등 삼중고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내년 1월 과세 시행을 두 달 앞두고도 유예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면서 늑장 대응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당정협의회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가상자산 업계가 정책 불확실성과 잇따른 해킹 사고, 거래 부진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내년 1월 과세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두고도 정부와 여당이 유예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한 가운데 국내외 거래소에서는 보안 사고가 속출하고 있다. 거래 위축으로 주요 거래소의 실적마저 악화하면서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수년간 과세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시행 직전까지 정책 방향을 정하지 못한 당정의 늑장 대응이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시행 두 달 앞두고도 결론 못 낸 당정…과세 불확실성 장기화

2일 정치권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고 과세 시행 여부에 대한 당의 입장을 조속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는 당정 협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관련 고시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지만 과세 인프라 미비와 시장 수용성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유예됐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해외 거래소 거래내역 파악과 개인 간 거래 추적 등 실무적 한계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수년간의 유예 기간에도 명확한 과세 기준과 시행 방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다시 유예론과 시행론이 충돌하면서 투자자와 업계의 불확실성만 커지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방치하는 것은 시장과 투자자 모두에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조속한 입장 정리를 약속했다.

같은 당 오기형 의원도 유예를 결정하려면 11월 말까지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며 향후 1~2주 안에 관련 쟁점을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역시 과세 유예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 거래와 달리 해외 거래소 거래는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세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모두 제도적 미비점을 인정하면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야 논의를 본격화한 셈이다. 과세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 빗썸 개인정보 유출에 바이낸스 해킹까지…투자자 불안 확산

정책 혼선이 이어지는 사이 가상자산 거래소를 겨냥한 해킹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7일 빗썸의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외부 공격을 받아 고객 844명과 임직원 715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유출 정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신분증 사본 등 민감한 정보도 포함됐다.

빗썸은 거래소 핵심망과 고객 데이터베이스(DB)는 분리돼 있어 고객 자산이 직접 침해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이스피싱과 임직원 사칭 등 2차 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0억달러(약 8조원)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바이낸스는 도난 자산의 95%를 복구했다고 주장하며 주요 가상자산 출금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재개한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공격의 배후로 북한 해킹 조직을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보안 문제가 국내외에서 잇따라 불거지면서 투자자 보호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거래소의 보안 역량과 사고 대응 체계를 강화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 거래대금 44% 급감…업비트·빗썸 실적도 '직격탄'

거래 위축에 따른 실적 부진도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3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하반기 5조4000억원 대비 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거래소 매출은 41%, 영업손익은 78% 각각 줄었다.

주요 거래소의 실적도 악화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35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3.3% 감소했다. 빗썸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0% 줄었다.

3분기에도 거래 부진이 이어진 만큼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거래 수수료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거래소 특성상 거래대금 감소가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과세 불확실성과 보안 사고까지 겹치면서 투자심리 회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산업 육성보다 늦어지는 제도 정비…당정 책임론 부상

업계에서는 과세 논란이 장기화할수록 국내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 주요국이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는 과세 시행 여부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세 차례에 걸쳐 과세를 유예하고도 시행 직전까지 같은 논쟁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준비 부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과세 유예 여부를 결정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해외 거래소와의 과세 형평성, 투자자 보호, 보안 체계 강화 등 산업 전반의 제도적 기반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상임부회장은 지난달 30일 간담회에서 "규제 불확실성은 시장 참여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신뢰받는 디지털자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자율규제 기구이자 민간 소통의 가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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