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현장선 단기간 수익 다변화 '글쎄'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상호금융권의 역할 재정립을 예고하면서 일선 조합과 금고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역·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따라서는 영업 범위와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할 수 있어서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와 가계대출 관리로 이미 영업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소매금융(리테일)과 정책금융 공급까지 강화하면 수익성 회복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상호금융권의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역사회와의 연계 방안 마련을 시사했다. 은행과 2금융권 사이의 금융 접근성 격차를 줄이고, 상호금융이 지역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다.
상호금융권을 향한 제도 개선은 이미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상호금융권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강화했다. 부실채권 매각에도 속도를 내도록 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무게를 뒀다.
올해 들어서는 가계대출 관리도 한층 강화됐다. 상호금융권은 올해 가계대출 순증 목표를 0%로 설정했으며,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도 제한됐다. 대출자산 확대를 억제하고 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다.
다만 규제가 현장에 적용되면서 조합과 금고의 영업 여건은 빠르게 위축됐다. 비조합원 대상 대출 제한의 경우 지역 주민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조합원을 확보하는 상호금융의 특성상 사실상 영업 권역 내 대출만 취급하도록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특히 빌라와 다가구주택 등 비아파트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조합이나 금고는 신규 대출 취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가계대출 순증 목표가 0%로 묶인 점도 부담이다. 기존 대출이 상환된 만큼 신규 대출을 취급할 수는 있지만, 대출잔액이 크고 상환 규모가 충분한 대형 금고와 달리 중소형 금고는 신규 대출 여력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기존 대출의 상환 규모 자체가 작아 영업을 통해 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대출 영업 위축을 상쇄할 만한 다른 수익원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신용카드와 공제 등 비이자이익을 확대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아직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실제 올 상반기 전국 신협의 공제수입수수료는 2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64% 증가했다. 반면 카드수입수수료는 47억원으로 7.72% 감소했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공제와 카드수입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65%, 0.15%에 그쳤다. 수수료수익 내 비중은 각각 24.9%, 5.82%다.
새마을금고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공제수입수수료는 3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 감소했지만, 신용카드수수료는 104억원으로 30.3% 증가했다. 전체 수수료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2%, 9.13%였으며, 영업수익 대비 비중은 0.62%, 0.2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호금융권의 역할이 지역 중심 리테일과 정책금융 공급으로 재편될 경우 현장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대출자산을 조정하는 동시에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기업대출 비중을 높여온 조합은 개인·서민금융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바꾸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조합마다 처한 여건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지역별 금융 수요와 경제 규모는 물론 조합의 자산 규모와 인력 구성도 제각각이다.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조합에 일률적으로 리테일 대출 확대를 요구하거나 동일한 정책금융 공급 기준을 적용하면 오히려 영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악화가 장기화하면 조합원에 대한 배당과 지역사회 기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부 조합에서는 인건비 등 고정비용 부담을 고려할 때 배당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신규 채용이나 조합원 복지시설 확충, 지역사회 공헌사업 등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사회와의 연계 방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다. 현재 전국 조합과 금고는 동아리 지원과 방과후 교실 운영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지역마다 필요한 사업과 여건이 다른 만큼 이를 공통 지표로 만들고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상호금융권에는 규제중심 가이드라인만 제시된 경향이 강하다"라며 "지역마다 촘촘하게 포진한 만큼 획일적인 규제가 어려운 조직인 점은 인정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도 고려해야하는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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