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평택=박은평 기자] "검사부 안에서 계란이 회전하면서 외관 사진 4장이 촬영되고, 아래쪽 조명으로 투광 사진도 찍힙니다."
29일 경기 평택시 와이제이푸드 작업장에서 박홍린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물품질평가사는 이 같이 말며 계란을 'AI기반 계란 품질평가 장비' 롤러에 올렸다. AI 장비는 계란을 360도 촬영해 외관을 분석하고, 투광 이미지로 깨짐 여부를 가려낸다.
화면에는 계란별 분석 결과와 결함의 위치·유형이 표시됐다. 육안으로 놓치기 쉬운 미세한 실금도 찾아낼 수 있었다. 안동호 축평원 품질평가처장은 "눈으로 보기에 멀쩡해 보여도 미세한 금이 있으면 저장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검사시간은 크게 줄었다. 한효동 축평원 연구개발처장은 "10판 기준으로 기존 인력 판정은 30분이 걸리지만 장비는 11분이면 된다"며 "시간을 63%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계란의 모든 품질 항목을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계란을 깨서 노른자와 흰자 상태를 확인하고 신선도를 측정하는 할란 판정은 기존 방식으로 진행한다. 최종 품질등급은 외관·투광·할란 판정 결과를 종합해 결정한다.
계란 등급판정은 전수검사가 아니라 표본검사 방식이다. 생산자가 산란일자와 중량, 품질 수준 등이 비슷한 계란을 가져오면 일부를 무작위로 추출해 판정한다. 예를 들어 1만5000개 이내에서는 표본 100개를 뽑아 외관과 투광 판정을 하고, 이 가운데 20개는 깨서 할란 판정을 한다. 표본의 판정 결과에 따라 해당 물량 전체에 품질등급을 부여한다.
계란 품질등급은 1+·1·2등급 세 단계다. 외관 판정에서는 껍데기의 청결 상태와 품질, 계란 모양을 살핀다. 표본으로 추출한 계란은 각 판정 결과에 따라 A~D급으로 나뉘며, 등급별 계란의 비율을 기준으로 1+·1·2등급을 부여한다. 중량규격은 계란 한 개의 무게에 따라 2XL(68g 이상), XL(60g 이상~68g 미만), L(52g 이상~60g 미만), M(44g 이상~52g 미만), S(44g 미만) 등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계란 등급판정 참여업체는 전국 95곳이다. 축평원은 2024년 AI 기반 계란 품질평가 장비를 개발하고 2025년 현장 시험 적용을 거쳐 올해 10대를 추가 설치해 총 11곳으로 보급을 확대했다. 새로 보급한 장비는 현재 시험 가동과 정확도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축평원은 2030년까지 AI 장비를 52곳으로 확대하고, 전체 등급판정 물량 중 AI 판정 비율을 56.5%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계란 생산량은 약 185억개였고, 이 가운데 등급판정을 받은 물량은 약 15억1000만개였다. 유임종 축평원 소비지원본부장은 "장비 보급을 단계적으로 늘려 판정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AI 판정 데이터는 농가와 선별·포장업체의 품질 개선에 활용된다. 계란의 결함과 파각 정보를 분석해 농가에는 사양관리와 집란·취급 과정 개선에 활용할 자료를 제공하고, 선별·포장업체에는 거래 농가별 품질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축평원은 관련 피드백 모델을 마련해 시범 서비스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판정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한 고품질 계란 생산과 유통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장비를 운용하는 임장묵 와이제이푸드 대표는 "AI로 판정하니 더 세밀하고 평가도가 높아 바이어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이 결과를 활용해 품질 차별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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