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 과징금 철퇴…인앱결제 개선·수수료 인하로 이어질까

  • 이윤경 기자
  • 입력: 2026.10.29 12:19 / 수정: 2026.10.29 12:19
구글 429억원·애플 208억원…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첫 집행
구글, 연말 정책 개편 …전문가 "과징금보다 실질적인 규제 중요"
구글이 특정 결제방식 강제와 앱 심사 부당 지연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로 인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29억원을 부과받았다. /더팩트 DB
구글이 특정 결제방식 강제와 앱 심사 부당 지연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로 인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29억원을 부과받았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등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총 637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가운데 이번 조치가 앱 개발사의 결제 방식 선택권을 확대하고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재는 앱 개발사의 결제 방식 선택권을 제한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불합리한 심사 조건을 적용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에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과징금 부과가 실제 결제 정책 개선과 수수료 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 인앱결제 강제·차별 수수료…구글·애플에 과징금

방미통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구글에 429억원, 애플에 208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두 회사가 특정 결제 방식을 사실상 강제하고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021년 이른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후 해당 규정이 실제 집행된 첫 사례다.

이번 제재는 조사 착수부터 최종 의결까지 약 4년이 걸렸다. 방미통위 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2022년 8월 구글과 애플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2023년 10월 시정조치안을 통보했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과 운영 문제 등으로 최종 의결이 지연됐고, 이후 관련 매출액 재산정 등을 거쳐 과징금 규모가 조정됐다.

방미통위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은 앱 개발사와의 계약에 적용되는 약관 등을 개정해 자사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만 허용하고, 외부결제 등 다른 결제 방식은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제3자 결제를 도입하려는 개발사에는 26%의 수수료를 부과했으며, 자사 인앱결제와 달리 구독 관리 등 일부 기능이 제외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앱 개발사는 제3자 결제를 이용하더라도 결제대행사(PG) 수수료와 결제시스템 구축·정산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여기에 구글의 요금 표시 제한과 애플의 별도 앱 제출 요구 등 불합리한 조건이 부과돼 사실상 자사 인앱결제를 사용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 방미통위의 판단이다.

애플이 특정 결제방식 강제와 앱 심사 부당 지연, 국내외 앱 개발사에 대한 차별적 수수료 부과 등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8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더팩트DB
애플이 특정 결제방식 강제와 앱 심사 부당 지연, 국내외 앱 개발사에 대한 차별적 수수료 부과 등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에 대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08억1000만원을 부과받았다. /더팩트DB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한 행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구글과 애플은 앱 심사가 늦어질 경우 구체적인 사유를 알리지 않거나, 개발사가 개별적으로 문의해도 지연 사유와 향후 일정을 명확히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미통위는 앱 심사 일정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개발사의 사업 운영에 중요한 만큼 이 같은 행위가 부당한 심사 지연에 해당한다고 봤다.

애플은 국내외 앱 개발사에 수수료를 차별적으로 부과한 사실도 적발됐다. 2015년 7월부터 2023년 1월까지 해외 개발사에는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급가액을 기준으로 30%의 수수료를 적용했지만, 국내 개발사에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최종 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30%의 수수료를 부과했다. 방미통위는 이를 부당한 차별적 제공 행위로 판단했다.

이번 시정명령에 따라 구글과 애플은 앱 개발사가 자사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 외에 다른 결제 방식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두 회사는 1개월 이내 이행계획서를 제출하고 3개월 이내 개선을 완료해야 한다.

◆ 과징금만으로 바뀔까…실효성 확보는 과제

구글은 지난 3월 외부결제 허용과 서비스 수수료 인하 등을 포함한 결제정책 개편안을 발표했으며, 국내에는 오는 12월 31일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애플도 앱마켓 거래환경 개선을 위한 자율 개선방향을 방미통위에 설명한 바 있다. 방미통위는 구글의 국내 정책 변경이 아직 시행되지 않은 만큼 이번 과징금 산정과 시정조치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과징금은 앞선 주요 제재 사례와 비교해도 큰 규모다. 앞서 아고다에는 24억2400만원, 어도비에는 13억9000만원, 유튜브 프리미엄에는 8억7600만원, 페이스북에는 3억96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6년 제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방미통위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이 2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2026년 제44차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방미통위

국내 법령상 해당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은 관련 매출액의 최대 3%다. 유럽연합(EU)은 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 일본은 위반 기간 관련 상품·용역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과징금 상한을 높이는 방안을 포함해 법령과 시행령, 고시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은 방미통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글은 "법 준수 노력은 물론 한국 개발자들의 혁신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해 온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의결서를 면밀히 검토한 후 향후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애플도 "지금까지 취해온 변경 조치들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해 오늘 결정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한국 법률에 근거해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가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제재 이행 시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집행정지를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정지된 범위에서 과징금 납부나 시정명령 이행 의무가 유예될 수 있다. 다만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것만으로 제재 효력이 자동으로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과징금 제재만으로 플랫폼 기업의 결제 정책이 실질적으로 바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한다. 위반 행위로 얻는 기대 수익이 과징금보다 크다면 기업이 제재를 감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이번 제재가 글로벌 플랫폼의 결제 정책에 대한 규제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아웃링크 등 우회적인 결제 제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후속 입법이 필요하며, 국내 대응만으로 한계가 있다면 유럽 등 해외 규제 당국과 공조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예측할 수 없는 과징금은 당연히 부담이 되겠지만 실제 결제 정책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소비자와 시민단체, 제도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구글과 애플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압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전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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