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박종복·윤종원 등 하마평…'KB 쏠림'·국감 논란 변수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임을 앞두고 금융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이달 말로 예상됐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이 11월 초로 넘어가면서 차기 수장을 둘러싼 물밑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협회장 진출 관행과 고액 보수 논란이 인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당초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회추위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관련 절차를 다음 달 초로 미루기로 했다. 이사회에 주요 안건이 많지 않은 데다 회추위 구성을 위한 참석 인원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어 이날 이사회는 비대면 의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는 11월 초 회추위를 진행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인선 일정은 다음 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추위에 참여하는 은행장들이 논의를 거쳐 적합한 인물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과거에도 11월에 회추위의 핵심 논의가 이뤄졌던 만큼 이번 일정 변경이 곧바로 최종 선임 지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23년에는 10월 30일 회추위가 구성된 이후 11월 10일 6명의 잠정 후보군이 선정됐고, 같은 달 16일 조용병 당시 전 신한금융 회장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이후 11월 27일 사원총회를 거쳐 회장 선임이 마무리됐다.
조용병 현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30일까지다.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현 회장과 주요 회원 은행장 11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각 위원이 후보를 추천한 뒤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선정하고, 사원총회 의결을 통해 차기 회장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은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다. 윤 전 회장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KB금융을 이끌며 대형 금융그룹 경영 경험을 쌓았다. 재임 기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인수 등을 통해 비은행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 점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윤 전 회장은 지난 2023년 은행연합회장 인선 당시에도 잠정 후보군에 올랐지만 스스로 고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실제 후보로 추천될 경우 회장직 수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주요 금융 유관기관장에 KB금융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선임된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이동철 전 KB금융 부회장이 여신금융협회장에, 김기환 전 KB손해보험 대표가 한국화재보험협회 이사장에 각각 선임됐다. 윤 전 회장까지 은행연합회장에 오를 경우 주요 금융 유관기관 수장 자리에 KB 출신 인사들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도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박 전 행장은 2015년부터 약 10년간 SC제일은행을 이끌며 은행 경영 경험을 쌓았다. 외국계 은행을 장기간 이끈 데다 은행연합회 이사회에 참여하며 업권 현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올해 3월부터는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 전 행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차기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추천받을 경우 수락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회추위가 열려봐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아직 공식적인 도전 의사를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
관료 출신으로는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윤 전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거쳐 기업은행장을 역임했다. 정부의 경제·금융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국책은행 경영 경험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윤 전 행장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후보 추천을 받을 경우 수락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 밖에도 은성수 전 금융위원장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아직 회추위가 구성되지 않은 만큼 실제 후보군은 향후 추천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인선의 또 다른 변수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금융권 협회장 선임 관행 논란이다.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지주 회장 출신 인사들이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 유관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을 문제 삼았다.
박 의원은 은행연합회장이 금융지주 회장 퇴임 이후의 자리로 활용되는 사례가 있다며 7억원이 넘는 보수 수준도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보수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혜 가능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관련 사안을 적극 살펴보고 금융위원회와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역임한 경력은 은행연합회장 선임에서 강점으로 평가돼 왔다.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금융당국과 소통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 국감을 계기로 금융권 퇴직 CEO의 협회장 진출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부각되면서 과거의 경영 이력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고 관료 출신 인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정부와의 정책 조율 능력은 강점이지만 은행연합회가 민간 금융회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독립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관료 출신이 선임될 경우 금융권 협회장 인선 때마다 반복됐던 '관치금융'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차기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생산적금융과 포용금융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은행권은 가계부채 관리와 내부통제 강화, 금융소비자 보호 등 각종 현안에 대응해야 한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회원사별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이를 조율하면서 금융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인선에서는 후보의 경영 경험이나 정책 이해도뿐 아니라 은행권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조정 능력과 대외 신뢰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회추위 구성 이후 각 은행장이 어떤 기준으로 후보를 추천하느냐에 따라 현재의 경쟁 구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연합회장 인선에서는 금융권 경영 경험과 금융당국과의 소통 능력이 중요하게 평가됐다면 이번에는 대외 신뢰도와 업권을 대표할 수 있는 역량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국감에서 협회장 선임 관행에 대한 지적이 나온 만큼 회추위에서도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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