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P 수익률 40~50%대서 10%대로 급락
국민연금 주식 평가액도 182조원 감소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에도 비상이 걸렸다. 올해 3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이 12조원 가까이 감소한 데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평가액도 불과 100여일 만에 182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증시 호황에 힘입어 불어났던 노후자금이 하반기 증시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연금 운용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퇴직연금 12조원 가까이 감소…증권업권 감소세 두드러져
2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43개 퇴직연금 사업자의 전체 적립금은 542조121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 말 553조8779억원과 비교하면 11조7565억원(2.12%) 감소한 규모다.
특히 증권업권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5개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2분기 말 165조468억원에서 3분기 말 160조2935억원으로 4조7533억원(2.88%) 줄었다. 전체 퇴직연금 시장의 감소율보다 0.76%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퇴직연금 유형별로는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증권업권 IRP 적립금은 65조6262억원에서 62조7119억원으로 2조9143억원(4.44%) 감소했다. 이는 증권업권 전체 감소액의 약 61%에 해당한다.
확정급여형(DB) 적립금은 42조650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2560억원(2.86%) 줄었으며, 확정기여형(DC)도 54조9315억원으로 5830억원(1.05%)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국내 증시 급락에 따른 운용자산의 평가가치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말 8476.48에서 9월 말 6838.04로 약 19.3% 하락했다. 이에 따라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평가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의 실적배당형 적립금은 2분기 말 197조7220억원에서 3분기 말 185조2078억원으로 12조5142억원 감소했다. 반면 원리금 보장형 적립금은 같은 기간 353조613억원에서 353조683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증시 하락에 따른 충격이 투자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상품에 집중된 셈이다.
◆ 미래에셋증권 2조원 넘게 감소…IRP 수익률도 급락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 감소액이 가장 컸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49조903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조1176억원(4.07%)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도 5171억원 줄어든 25조8873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4623억원, 삼성증권은 4225억원, KB증권은 4140억원 각각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3514억원 줄어드는 등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감소세를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적립금 감소뿐 아니라 수익률도 급격히 악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IRP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은 불과 한 분기 만에 최근 1년 수익률이 3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의 IRP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1년 수익률은 2분기 말 44.25%에서 3분기 말 12.94%로 31.31%포인트 떨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46.18%에서 13.80%로, 삼성증권은 48.23%에서 14.48%로 각각 하락했다.
KB증권 역시 52.98%에서 14.95%로 38.03%포인트 급락했으며, 신한투자증권은 50.95%에서 15.43%로 낮아졌다. 상반기 40~50%대에 달했던 높은 수익률이 10%대로 주저앉으면서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수익률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 국민연금 주식 평가액도 182조원 감소…노후자금 안정성 우려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또 다른 축인 국민연금도 증시 급락의 충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해 공시한 국내 상장사 287개 종목의 주식 평가액은 지난 15일 기준 333조533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 6월 말 515조9293억원과 비교하면 약 100여일 만에 182조3963억원(35.3%) 감소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이 평가액 감소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에서 74조2261억원, 삼성전자에서 56조8710억원의 평가액이 각각 줄었다. 두 종목에서만 총 131조971억원이 감소해 전체 감소액의 약 71.8%를 차지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평가액 감소는 지분 5% 이상 보유 공시 종목을 대상으로 산출한 수치로, 국민연금 전체 기금의 실제 운용손실과는 차이가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감소 역시 운용손익뿐 아니라 신규 납입과 급여 지급, 계좌 이전 등의 영향을 받는 만큼 감소액 전체를 투자손실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퇴직연금과 국민연금 모두 증시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국민 노후자금의 안정적인 운용을 둘러싼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DC형과 IRP를 중심으로 시장 변동성에 따른 수익률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단기적인 증시 하락만으로 퇴직연금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증권업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난해 3분기 말 119조7275억원에서 올해 3분기 말 160조2935억원으로 1년 새 약 33.9%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으로 신규 자금 유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증시 급락으로 기존 운용자산의 평가액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향후 시장이 반등 국면에 접어들면 적립금이 다시 증가할 수 있지만,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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